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상철 Mar 26. 2019

잃어가는 아침밥을 챙기는 이유

굶으면 근육이 분해되기 시작한다

밥이 보약이다, 한국인들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을 흔히 한다. 밥은 건강으로 통했다. 최근 백미 논란도 있지만 밥은 먹거리의 중심이었다. 쌀밥은 오랫동안 우리나라의 주식으로 자리 잡아 왔다. 그런데 최근 주요 쌀 소비국인 일본, 대만 등과 비교하면 쌀 소비량이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다.


한국의 1인당 쌀 소비량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감소했다. 10년 전인 2008년과 비교했을 때 1인당 소비량이 14kg 감소했다. 30년 전 대비 거의 절반 수준이다. 연간 쌀 소비량이 매년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면류와 빵류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루 식사량 및 식사 횟수가 감소했다. 하루에 한 사람이 소비하는 밥 양이 한 그릇 정도로 줄어들었다. 1984년 기점으로 매년 2~3%에 달하던 1인당 쌀 소비량 감소율이 2016년에는 1.6%, 2017년도에는 0.2%로 크게 낮아졌다.


밥은 단지 쌀만 의미하지 않는다. 1식 3찬이건 그 이상이 됐건 밥은 일정한 반찬을 수반한다. 세끼 하루의 영양은 결국 10가지 이상의 반찬을 취하는 것이다. 이런 패턴이 한국인의 건강에 영향을 미쳐왔다. 물론 과거에는 먹을 게 없었다. 다양성 측면에서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비만과 성인병 등의 문제를 볼 때, 과거 한국인들의 식생활 문화가 그리 나빴다고 볼 순 없다.


서구식 식생활은 단순히 육류 중심의 패턴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아침을 빼앗아갔다는 측면이 더 심각하다. 아침을 아예 안 먹거나 부실하게 먹는 인구가 늘어났다. 주식보급률이 30%도 되지 않는다. 아침을 빵이나 시리얼로 때우는 경우도 많다. 간단하게 과일주스로 먹는가하면, 휴일의 경우 ‘아점’으로 먹는 가정도 많아졌다.


아침은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다. 우리의 몸은 밤에 기초화 된다. 하루 몸의 시스템은 수면 동안에 점검된다. 기초대사가 이루어진다. 심박동은 느려지고 호흡은 깊어진다. 최대한 이완을 통해 몸은 하루의 문제점을 시정하고 보완한다. 성장호르몬이 깊이 관여한다. 애들이 제대로 커가기 위해서는 잠을 충분히 자야하는 이유다. 내장을 비워 어떤 것도 이완작용에 영향을 받지 않아야 정상 체크가 가능하다.


뇌는 대사를 점검하고 보완명령을 내린다. 관계된 호르몬을 분비시키거나 중지시키고 몸의 작용을 지원한다. 운동하는 사람들은 특히 수면이 중요하다. 근육은 밤에 성장하기 때문이다. 운동으로 찢어진 근육은 밤에 성장호르몬을 통해 치유된다. 단백질 대사는 근육세포를 더 두텁게 성장시킨다. 지방의 상태도 함께 체크하면서, 몸을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한다.


아침은 하루의 시작이다. 모든 것이 세팅돼서 부팅되는 시간이다. 충분히 영양을 섭취함으로써 에너지를 충족시켜줘야 하는 이유다. 시작이 잘돼야 하루가 잘된다. 시작이 부족하면 하루가 부족해진다. 특히 아침이 부족하면 점심과 저녁에서 보상심리가 생긴다. 보상심리는 과식이나 과음을 부르게 되고 이는 요요현상으로 이어진다.


아침 식사는 반드시 챙겨야 한다. 그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이들도 있다. 그럼에도 의학적 결론은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상식이 된 사실이다. 못 챙겨서 못 먹을 뿐이다. 아침은 단순히 ‘반드시 먹어야 한다’는 차원을 넘는다. 세 끼 식사 중 가장 중요하다. 아침에 섭취한 음식은 그 날의 에너지 중 가장 중요하다. 특히 뇌의 활동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루에 필요한 에너지 대부분을 아침에 충전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사람들의 일상을 보면 특이한 점을 발견한다. 점심이 되면 뭘 먹을 것인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점심에 대해 그리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한때는 오랫동안 직장 건물 구내식당을 이용했다. 식판 5천 원짜리 밥이지만 개의치 않는다. 직장 동료들은 구내식당 밥을 잘 먹지 않는다. 맛이 없다는 평가를 쉽게 내린다. 나는 별로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구내식당에는 영양사가 배치돼 있다. 영양사가 있다고 해서 완벽하다고 볼 순 없다. 집단적인 식사 공간이기에 영양사 배치는 불가피하다. 영양사가 하는 일은 식단을 짜고 음식을 검수한다. 재료가 단가의 제한 때문에 다소 부실하긴 해도, 먹을 만한 식사는 된다. 메뉴에 대해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식단이 나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깥에서 먹게 되면 메뉴부터 정해야 한다. 이번엔 뭘 먹을지 쉽게 판단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나는 음식을 두 가지로 나눈다. 집밥과 외식이다. 외식은 다 똑같은 것으로 취급한다. 외식은 내가 관리할 수 없는 영역이다. 무슨 재료를 사용하고 어떤 양념을 쓰는지 모른다. 그냥 맛만 보고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물어보기도 민망하다.


물론 외식이 모두 엉망인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안심할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외식 문화는 산업화 됐다. 너도 나도 먹방을 즐기지만 맛의 기준을 정하기란 어려운 문제다. 맛있다고 하는 것은 정말 주관적이다. 맛있기 때문에 반드시 즐겨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단맛에 깊이 길들여져 있다. 짠맛에도 노출돼 있다. 스트레스를 받다보면 세로토닌에 지배받을 수밖에 없다. 세로토닌은 강력한 혈관수축 및 신경전달물질로 작용한다. 뇌의 특정 부위에서 분비되며, 농도 변화는 우울증 같은 정신 상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집밥은 그래서 중요하다. 내 관리 하에 미각을 객관화 시킬 수 있다. 아침 집밥을 충분히 섭취하게 되면 이후 두 끼는 자동적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 급할 게 없고, 고민할 필요가 없다. 언제 어디서든 하루의 총량 섭취에는 이상이 없고 변수가 적다. 외식으로부터의 유혹도 쉽게 뿌리칠 수 있다. 아침을 챙기지 못하면 모든 것이 무너지고 만다. 미각은 남의 지배로 넘어가 버리게 되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21세기 영양실조’에 빠져 있다. ‘열량과잉’과 ‘영양결핍’이라는 이중고에 놓였다. 먹을 게 넘쳐나지만 영양은 부족한 것이다. 질병관리본부가 건강영양조사를 조사했다. 에너지 섭취량이 125% 이상과 75% 미만인 사람이 인구의 절반으로 나타났다. 즉 에너지를 기준보다 적거나 과잉으로 섭취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판 영양실조는 ‘잘못’ 먹어서다. 바쁘다보니 인스턴트와 간편식으로 대체되고 있다. 인스턴트 간편식은 기름지고 달고 짜고 고열량이다. 당연히 영양성분은 부족하다. 가공식품들은 제조 과정에서 영양소가 크게 손실된다. 편의와 영양을 맞바꾸고 있는 셈이다.


가공식품에 첨가되는 합성조미료도 한몫하고 있다. 영양소가 풍부한 자연의 맛을 멀리하게 만든다. 일명 ‘도리토 효과(The Dorito Effect)’다. 뭘 먹어도 스낵 같은 맛을 느끼는 미각 장애다. <도리토 효과>의 저자 마크 샤츠커는 인공적인 맛을 만들어내면서 맛과 영양의 연결고리가 끊어졌다고 지적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수촌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히말라야의 훈자 지방 사람들은 가공식품은 거의 먹지 않는다. 그들은 밀, 보리, 메밀, 수수 등을 도정 없이 거친 가루를 만든다. 이 가루를 반죽한 후 납작하게 구운 것이 이들의 주식 ‘짜파티(Chapatti)’이다. 남미의 빌카밤바 노인들도 가공식품을 이용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음식을 바로 텃밭에서 수확해서 요리해 먹는다. 밥상은 초라해도 청정 무농약 식품이다.


일본의 오키나와 사람들도 장수인들이다. 일본 본토에 비해 과일과 채소를 1.5배 이상 먹는다. 녹황색채소에는 식이섬유, 엽록소와 같은 생리활성 물질, 비타민 A와 C와 같은 항산화물질이 풍부하다. 이들은 삶은 돼지고기를 많이 먹기로도 유명하다. 그래도 콩류, 채소, 과일, 해조류의 소비량에 훨씬 못 미친다. 그들은 100세가 넘은 나이임에도 성인병이 거의 없다고 알려져 있다.




하루 세끼 규칙적인 식사가 근육의 분해를 막는다. 섭취 열량이 부족하면 근육은 분해된다. 그 결과로 일어나는 것이 요요현상이다. 근육의 분해가 꼭 극단적인 기아 상태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하루 세 끼 먹는 식생활에서도 식사와 식사 사이에 근육은 분해되는 방향으로 움직이려 한다는 것이다.


식사를 하면 단백질 합성이 진행되다가 식사가 끝나면 진행을 멈춘다. 단백질 합성은 곧 저하되기 시작하지만 식사를 하면 다시 증가하는 변화를 나타낸다. 아침을 거르고 하루 두 끼만 먹는 직장인들이 많은데, 그러면 근육이 분해되는 시간이 많아진다.


하루에 세 끼를 먹으면 전체적인 근육량에는 변함이 없지만, 두 끼만 먹으면 조금이라도 근육량은 감소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하물며 무리한 다이어트로 하루 종일 식사를 하지 않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근육 내 단백질이 확실히 줄어든다.


하루에 2,000Kcal를 세 끼로 섭취하는 사람이 동일한 열량을 두 끼로 섭취하면 근육량이 감소하고, 네 끼나 다섯 끼로 나누어 먹으면 근육량이 증가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한 번에 많이 먹고 나서 한동안 먹지 않는 폭식 습관이 있으면, 규칙적인 사람과 비교했을 때 섭취 열량은 같아도 근육량이 줄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섭취 열량이 지나칠 듯싶어서 적당히 식사량을 줄이는 것은 괜찮지만, 식사 횟수를 줄여서는 절대 안 되는 이유다. 오랜 시간 먹지 않으면 근육만 분해될 뿐이다. 하루 두 끼만 먹는 습관이 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두 끼만 먹는 것보다는 오히려 간식 먹는 습관이 더 나을 수 있다. 물론 고지방 식품은 피하고 하루 섭취 열량을 지켜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건강한 성인은 식사 후 6시간쯤 되면 배가 고파진다. 위 속 내용물이 모두 배출돼기 때문이다. 속이 텅 빈 것 같고 몸의 힘이 없어진다. 밥 한 끼를 거를 때 사망 위험에 노출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19세 이상 성인 4256명을 대상으로 식사 횟수와 혈압의 관계를 조사했다. 분석 결과, 식사 횟수가 많을수록 혈압은 낮아졌다. 식사 횟수가 하루 2회 이하인 그룹의 혈압 수치(단위 mmHg)가 120.66/78.36으로 나타났다. 5회 이상 그룹은 117.92/76.5였다. 식사를 적게 하는 사람의 혈압이 높다는 결과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