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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상철 Apr 11. 2019

먹기위해 사나, 살기위해 먹나

절제와 욕망 두마리 토끼를 잡는 집밥 요리

먹기 위해 사는가, 살기 위해 먹는가. 참, 애매한 질문이 아닐 수 없다. 요즘 먹방 문화를 보면 먹기 위해 사는 것 같고, 다이어트 시대에선 살기 위해 먹는 것 같다. 누구는 잘 먹어서 탈이고, 누구는 못 먹어서 힘들다. 온갖 먹거리가 풍성한데, 절제해야하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이 딜레마는 극복이 어려운 것일까. 어려운 문제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는걸 보면. 평생을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몇 그램 따지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아니면 온갖 먹고 싶은 걸 다 찾아다니며 먹을 수 있을까. 절제와 욕망이 어지럽게 펼쳐지고 있는 형국이다.

나는 이런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라고 말하고 싶다. 그것은 다름 아닌 집밥이다. 집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하나씩 요리를 해가면서 경험을 쌓으라는 것이다. 메뉴를 터득해 나가다보면 다양성이 생겨난다. 영양학적인 문제도 그 다양성 속에서 해결될 수 있다. 그러면 절제와 욕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

그런데 요리가 쉬운 것이냐 하는 문제가 남는다. 근데 원래 삶이라는 거 자체가 쉬운 건 없다. 부모로부터 태어난 이상 어떡하든 생존해야한다. 생존기술을 배우는 게 어떻게 쉽겠는가.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는 없지 않은가. 그게 인생이다. 자기의 건강을 지켜야하고, 누군가를 위해 시간을 써야 할 줄도 알아야한다. 그게 요리다.

어느 여름날 한번은 토요일 아내가 데이근무라 새벽에 나갔다. 며칠 전부터 아내 병원 동료들을 위해 먹을 것을 준비해주기로 했다. 생각 끝에 딸바라떼로 정했다. 딸기와 바나나, 우유를 갈아 만든 음료다. 문제는 포장이다. 수소문해서 네이버에 검색해 투명 파우치(200ml)를 100장 구입했다. 전날 퇴근 후 부지런히 만들어 냉동실에 넣어 뒀다 당일 배달해줬다.

요리는 봉사이고 즐거움이다. 누군가를 위해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다. 그것은 곧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시중에 나도는 딸바라떼보다 훨씬 좋은 음료가 됐을 것이다. 인생은 그런 것이 아닐까싶다. 절제와 욕망을 잡기위한 방편이 바로 요리다. 삶의 양질이 요리에 달려있다고 감히 자부하는 이유다.




노인을 부양하다 보면 그들의 관심사를 눈여겨보게 된다. 그 중 하나가 먹거리다. 소화력도 떨어지고 치아가 약하다 보니 먹거리에 한계가 있음은 이해가 간다. 그래서 나름 식단을 짜고 집밥으로 함께 해온지 7년째다. 그런데 여전히 그들도 외식과 건강기능식품 문화에 노출돼 있다. 장모님은 위가 약해서 밀가루 음식은 거의 드시지 못한다. 장인어른은 오랫동안 당뇨병을 관리하고 있는 몸이다.


어디서 좋다고 들었는지 장모님은 태반으로 만든 영양제를 드시고, 장인어른은 번데기기름을 주구장창 드신다. 건강을 위한 두 분의 마음에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건강 먹거리란 게 특별한 비법은 없다. 특별히 몸에 이상이 생겨서 의사의 처방을 받고 약물을 투입할 순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구장창 뭐가 좋다고 해서 먹는 것은 별로 좋은 모습이 아니다.


한때 장인어른은 나무뿌리들을 모아놓고 끓여 드시곤 했다. 나는 장모님께 버리라고 얘기 드리곤 했다. 그럴 때마다 버리면 안 된다고 쳐 박아두신다. 또 그렇게 라면을 드신다. 당뇨병 환자가 맞나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노인들은 그들의 네트워크가 특이하게 형성돼 있다. 아침 일찍 어디론가 전철에 몸을 싣고 떠난다. 종로, 소요산, 온양온천 등 전국의 철도망엔 그들이 연결돼 있다.


인간의 몸은 특별히 진화해 왔다. 뇌와 장기가 다른 동물들과 다르다. 동물의 왕국을 보라. 동물들의 식생 모습을 본다면 인간과 너무나 다름을 알 수 있다. 육식동물인 사자는 사냥을 해서 통째로 먹고 며칠을 쉰다. 초식동물들은 언제나 풀을 뜯고 있다.


다른 동물들도 비슷한 모습들을 보게 된다. 우리 인간은 어떤가. 너무나 다르지 않은가. 세 끼를 먹고, 일정한 일에 몰두한다. 누군가의 얘기에 솔깃할 필요가 없다. 한국인 유전자를 존재케 한 집밥과 그 요리 음식에 충실하면 되는 것이다.


건강식품 문제는 최근 젊은이들에게도 논란이다. 온라인 쇼핑몰은 젊은 층이 주요 소비자다. 지난해 20~50대 연령대 가운데 각종 비타민류를 찾은 비율이 가장 높은 것은 30대였다. 홍삼, 선식 등 건강식품 구매도 30대가 가장 많다.


글루코사민 등 제품 판매량에서도 2030세대 구매가 늘고 있다. 반면 4050세대의 판매 신장률은 저조한 편이다. 요즘 2030세대가 아픈 사람이 많다. 당뇨, 통풍, 우울증, 화병 등 환자 수도 늘고 있다. 건강식품이 좋다고 과섭취할 경우 결석이 생기는 등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 요리 음식 사진들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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