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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상철 Mar 30. 2019

찌뿌듯한 아침 즐기기

근육 운동 후 수면이 보내는 생명의 신호

나는 찌뿌듯한 아침이 좋다. 아니, 즐긴다. 운동 후 찌뿌듯함은 살아있음이다. 깨어있음이다. 느끼고 있음이다. 생성하고 있음이다. 예전에도 찌뿌듯함은 있었다. 그때는 피로였고 무기력함이었다. 정지였고 후퇴였다. 비슷하면서 이 얼마나 다른 결과인가.

밤은 아침을 위한 여정이다. 나는 아무도 모르는 밤에 홀로 운동을 하곤 했다. 케틀벨, 스쿼트, 크런치 운동이 그것이다. 나만의 약속, 나만의 기록이었다. 숙면을 하고 깨어나면 다시 하루가 시작된다. 밤은 내게 하루의 리듬을 주었다. 밤이 없는 세상이 내겐 죽음이다. 밤잠을 설쳐야할 이유는 없다. 밤은 내게 활력이다. 아무도 모르는 활력이다. 알아야할 필요도 없고, 알려줄 이유도 없다. 수면은 나를 지배하는 원리이고 숙명이다.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밤을 두고 요동을 친다. 흥청망청한 밤이 있는가하면, 쥐죽은 듯 고요한 밤도 있다. 누구는 뜬눈으로, 누구는 자신도 모르게 밤을 보낸다. 구분하지 못하는 밤낮은 낭패가 십상이다. 너도나도 밤을 낮처럼 즐긴다. 지금의 밤은 낮보다 밝다. 밤은 인간의 감각마저 퇴화시켰다. 밤을 낮처럼 보는 이유다.

깨어있는 게 인간의 화두다. 깨어있을 것을 주문하는 세상이다. 인간의 이성은 밤을 더욱 어둡게 만들었다. 어둠은 어둠일 뿐인데, 더욱 어두워진 것이다. 어둠이 있어 새벽이 오는가, 새벽이 어둠을 몰아내는가. 밤은 정지돼있는 것, 어둠일 뿐이다. 그렇게 밤은 등한시 돼왔다. 밤의 가치가 몰락해버린 셈이다. 이제 밤은 역사를 새롭게 쓴다. 잠잠한 밤에 역사는 이루어진다. 자신도 모르는 밤에 희망이 자라난다.

100세 시대에 잠은 재평가되고 있다. 숙면의 밤을 보내야 희망을 꿈꿀 수 있다. 근육은 밤을 먹고 자란다. 몸 안은 어둠이다. 이성은 낮에 활개 치지만, 세포와 근육들은 어둠속에서 희망을 엿본다. 주군이 밤낮을 구분하기를 희망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수면에 어둡다. 번민으로, 놀이로, 사고로, 습관 때문에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 몸은 맘을 따라가지 못한다. 맘은 어디로든 떠나는데, 몸은 늘 갇혀있다. 낮에도 밤에도 몸은 따로 노는 형국이다.

이제 몸은 수면의 권리를 보장받아야한다. 몸과 맘이 따로 놀아 선 희망이 없다. 리셋은 컴퓨터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다. 이제 몸도 리셋 돼야 한다. 제대로 부팅돼야 한다. 맘은 몸의 회로를 타고 재정비돼야 한다. 100세 시대에 수많은 파일들이 엉켜있다. 이를 푸는 것이 수면이다. 바로 밤의 역사다. 습관의 역사가 밤을 밝히고 있음이다.

찌뿌듯한 고통은 이제 의지다. 즐거움이다. 보람이고 희망이다. 고통을 즐기기까지 오래도 달려왔다. 그동안 고통은 고통이었다. 아픔이고 상처였다. 흉터는 마음에 남았다. 시기하고 이기려는 결과였다. 이제는 치유이고 성숙이다. 흉터는 몸에만 남는다. 새로운 세포가 되고 근육으로 태어난다.

상대는 이제 자신이다. 누군가가 아닌 바로 나다. 내가 나를 상대함으로써 의미가 있을 뿐이다. 내가 누구인지, 근육의 여정은 시작됐다. 매일 단련한다. 매일 새로운 내가 된다. 어제와 오늘이 다른 이유다.

그동안 시간은 시간이었다. 현재가 과거가 되는 시간이었다. 오히려 과거를 부여잡는 시간이었다. 이제 시간은 새로운 과정이다. 과거가 현재가 되는 시간이다. 새롭게 태어나는 시간이다. 나는 너와 다른 게 아니라, 이제는 나와도 다르다. 시시각각 변하는 나를 즐긴다. 너에게 제대로 가는 나를 즐긴다.

찌뿌듯함은 이제 나의 지표이다. 생명의 신호이다. 안락함이 얼마나 가겠는가. 쉬어본들 아쉬움만 남는다. 나는 살아있고 싶다. 늘 느끼고 싶다. 세포와 근육이 요동치게 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단련을 고민한다. 깨어난 이상 아침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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