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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상철 Apr 21. 2019

사람들은 왜 축구에 열광하나 [3]

작용과 반작용의 축구 물리학과 힘의 세계

축구를 자세히 분석해 보면 물리학과 매우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 원시성의 매력이란 알고 보면 물리학적 역동성에 기인한다. 자연의 섭리는 물리학과 깊은 연관이 있다. 물리학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축구 역시 예외일 수 없다. 물리학의 통제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물리적 원리를 알고 뛰는 것과 모르고 감각적으로 뛰는 것과는 매우 큰 차이가 있다. 사소한 것이 승패를 결정짓는 뼈아픈 운명으로 작용하는 이유다.

축구는 우선, 한 팀이 승리의 환호를 맛보면 다른 한 팀은 패배의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패배 뒤에는 그 반대의 힘이 작용한다. 이 힘은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 감독이나 관계자들은 이 힘을 전략적으로 이용하게 된다. 이는 분명 물리적 힘의 에너지에 해당된다. 강인함과 헌신을 요구받고 고통스러운 인내와 생명력에 도전하게 되는 것이 바로 축구의 미묘하면서도 스펙터클한 물리학적 요인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보면, 힘의 완급조절과 충격흡수, 힘의 낭비 등의 요소가 있다.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움직이는 '힘의 분석'인데, 이것은 물리학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이다. 선수들의 힘의 완급조절과 충격흡수, 낭비는 서로 깊이 연관돼 있다. 완급조절의 경우 '세게 날아오는 볼을 세게 차거나 천천히 날아오는 볼을 천천히 찬다'면 이상적인 킥이 되지 못한다. 세게 날아오는 볼은 좀 약하게, 천천히 날아오는 볼은 좀 더 강하게 차야 부드럽고 이상적인 킥이 되고,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공의 충격흡수 여부도 중요하다. 히딩크 감독이 2002년 월드컵 당시 축구장의 잔디를 짧게 깎고 물을 뿌렸던 것이 그것이다. 극히 일부의 예이지만 잔디가 길면 볼이 공중에서 떨어질 때 잔디의 쿠션으로 인해서 그 많은 충격이 잔디에 흡수된다. 이 충격흡수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대단한 위력을 발휘한다. 이것은 보이지 않는 작은 힘이다. 경기의 승패는 보이지 않는 작은 힘에 의해 결정된다. 물을 뿌리면 마찰력이 줄어 스피드가 빨라지게 되는 것이다.

충격흡수는 특히 발목과 신체 모든 곳에서 이루어진다. 발의 구조를 보면 인사이드는 통뼈로 이루어져 있다. 이 통뼈는 살이 없이 볼과 거의 직접 맞닿는 부분이다. 이곳으로 킥을 하면 충격이 거의 흡수되지 않고 힘이 거의 70~80%는 볼에 전달된다고 볼 수 있다. 강하고 정확하게 킥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도 20~30%는 몸에 충격이 흡수된다. 20~30%의 충격은 진동과 통증으로 흡수된다. 살이 많은 허벅지나 배, 가슴으로 볼이 날아온다면 두터운 살이 쿠션 작용을 해서 반대로 70~80%의 힘이 몸에 흡수된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힘의 낭비적 요소가 있다.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힘을 너무 낭비한다. 실제로 경기에 쏟는 힘은 50%도 채 되지 않는다는 보고가 있다. 힘의 낭비만 없다면 경기를 정말 여유 있고 활기차게 즐길 것이다. 힘의 낭비는 선수들의 부상과 전력 손실, 피로 누적 등을 불러온다. 이는 곧 승패로 이어진다. 경기 중 선수들의 힘의 낭비가 50% 이상이 된다는 것도 물리적 요인의 한 형태다.

축구공이 둥근 것도 상대적인 물리적 속성을 갖고 있다. 둥근 것은 회전(스핀)하게 되어있고 공의 회전력이 공의 운명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날아가는 공은 하나의 일정한(상수) 에너지를 갖게 된다. 그런데 속도가 빠르다고 해서 높은 에너지를 갖고, 속도가 느리다고 해서 낮은 에너지를 갖는 것은 아니다. 속도가 빠르지만 회전력이 없으면 에너지는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반면에 속도가 느리더라도 회전력이 많으면 에너지가 높다고 할 수 있다.

물리적 에너지의 속성이 골의 결정력을 대부분 결정하게 된다. 빠르고 회전력이 많아야 이상적인 킥이라 할 수 있다. 이 둘은 반비례하는 경향이 있다. 요컨대 볼이 회전하는 속도에 따라서 휘는 방향과 각도가 다르게 된다. 볼이 우에서 좌로 회전하면 볼의 방향은 좌측으로 휘게 되고, 반대로 좌에서 우로 회전하면 볼은 우측으로 휘게 된다. 바나나킥은 이런 원리이다. 이것을 스핀킥이라 하는데 매우 많은 전술에 응용된다.

그림처럼 휘어져 골망에 꽂히는 환상적인 바나나킥은 '매그너스 효과(Magnus effect)'에 근거한다. 선수가 회전을 걸어 찬 공은 공기의 저항에 부딪히게 된다. 공기의 흐름이 회전 방향과 같은 쪽에서는 공기의 속도가 빨라지고 압력이 감소하는 반면, 반대쪽에서는 압력이 증가한다. 때문에 회전을 건 방향으로 휘게 된다. 시속 100㎞ 이상의 속도에 초당 10회 정도의 회전을 공에 걸면 최대 4m 가까이 휘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회전의 원리는 축구공의 역학적 소산이다. 2006 독일월드컵 공인구 '팀가이스트'는 땅콩 모양의 14조각으로 둘러싸여 있다. 게다가 그 조각들을 실밥으로 꿰매지 않고 본드로 붙여 만들었다. 마찰열을 줄이기 위해 '오일러 공식'에서 벗어난 방식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오일러의 공식이란 다면체에서 '꼭짓점의 수-모서리의 수+면의 수=2'라는 공식이 항상 성립함을 뜻한다. 기존 공들은 이 공식에 따라 오각 내지 육각형 조각 32개로 공을 둘러쌌다. 즉 32면체인 셈이다.

팀가이스트는 공에 면과 면이 만나 이루는 모서리의 숫자가 그만큼 적어 완벽한 원형에 가깝게 만들어졌다. 때문에 공기 저항이 적어 진행속도가 빠르고, 볼 컨트롤이 대폭 향상됐다. 스핀킥이 완벽해지려면 일차적으로 선수가 볼을 찰 때의 최초 속도와 초당 회전수가 관련이 깊다. 초당 10회 정도 회전을 하도록 스핀을 넣되 시속 105~108km 정도의 속도로 찰 때에만 카를로스나 베컴처럼 킥이 될 수 있다. 처음 10m 정도는 직선처럼 날아가다가 갑자기 속도가 줄면서 확 휘어버리게 되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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