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포토에세이
올봄에 있었던 일이다.
매년 생일 즈음에는 전국에 벚꽃 축제가 한창이다. 그래서 벚꽃 사진이 올라오기 시작하면 이제 곧 생일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예쁜 분홍색의 꽃잎과 군락을 지어 피어오르는 꽃들을 보면 여간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기 십상이지만 야속하게도 3월 말이면 항상 봄비가 내려 제 색깔을 자랑하던 벚꽃들이 금방 져버리곤 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예년과 같으면 3월 말에 피우기 시작하는 벚꽃이 따뜻한 봄기운이 성급하게 온 탓인지 3월 중순부터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봄비가 내리는 3월 말까지 꽃피울 시간을 벌게 된 벚꽃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꽃잎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인스타그램의 피드가 수만 장의 벚꽃 사진들로 가득 찬 3월이었다.
대한민국이 벚꽃 색깔로 물들어 있을 때 나는 잠시 교토로 여행을 떠났다. 서울보다 남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 벚꽃 철이 지났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오사카성과 교토의 청수사는 벚꽃 시즌을 맞이해서 야간개장을 준비하는 주간이었다. 그 때문인지 교토로 가는 하루카 특급 열차 티켓을 구매하는 줄은 대합실을 한 바퀴 돌아 옆 건물까지 늘어섰고 평소와 다름을 인지하고 재빨리 교토행 버스를 예매해서 간신히 오후 3시, 교토에 도착할 수 있었다.
교토도 온통 벚꽃의 향연이었다.
봄이 왔다는 아우성. 가벼운 바람이 훑고 지나간 자리에는 벚꽃이 흩날렸다. 우리나라의 벚꽃과 다른 느낌이지만 그래도 그 멋이 사뭇 괜찮았다. 교토로 가는 버스에서 바라본 교토의 산 자락에는 분홍색 벚꽃나무가 드문드문 자리 잡고 있었다. 그렇게 익숙함에 또 익숙해져 갈 때쯤 눈앞에 순백의 자태를 뽐내고 있는 꽃나무를 보게 되었다.
온 세상이 분홍색 벚꽃으로 한창일 때 나 또한 이곳에 존재하고 있노라고 이야기하는 듯 굳세게 피어있는 흰색 꽃을 보니 나도 모르게 기특한 마음에 미소가 흘러나왔다. 요 근래에 개성보다는 유행에 이끌려가는 듯한 세상에 불만이 많은 터였다. 자신의 취향마저 다른 이에게 의견을 구하는 사람들. 남들의 눈치를 보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 틈바구니 속에서 나만의 개성을 지키며 이방인이 된 듯한 외로움이 고개를 들 때쯤. 운명처럼 타지에서 이 꽃을 만났다. 그리고 본인 스스로 아름다움을 뽐내며. 세상이 온통 분홍빛일 때 더 희귀하게 피어나는 순백의 꽃나무 앞에서. 내가 틀리지 않았음에 안도감을 느꼈다.
이 모든 것은.
올봄에 있었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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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DX51 (51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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