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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특별 Apr 25. 2022

[오늘의 일기] 캠핑.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늘 즐겁다

지난 주말에도 원주로 캠핑을 다녀왔다. 

<이번엔 카스 무알콜. 꽃향기가 살짝 나는 것 같다. 최근 먹어본 결과 맛순서 : 칭따오무알콜>카스무알콜>하이트무알콜. >


<캠핑장에서 나눠준 화장지. 신기해서 찍어봤다. 저 캐릭터는 개? 곰? 뭘까. 결국엔 안쓰고 집에 가져왔다>


<닭목살 구이. 치킨 먹을때 잘 안먹는 부위인데, 요놈만 모아서 따로 파는 곳이 있고, 주변 평이 좋아서 사봤다. 소금후추를 뿌려 구워먹으니 식감부터 맛까지 상당히 훌륭하다>


<친한 형님으로부터 선물받은 와플팬. 와플 반죽을 넣고 요렇게 구이바다에서 익혀주면..>
<한 3~4분 팬을 뒤집어가며 구우면 되는데, 구이바다 특성 때문에 위/아래끝이 이렇게 탄다. 탔음에도 불구 마이야르반응은 늘 맛있는 맛이다>
<이것도 몇번 구우니 스킬업이 되어 적당히 잘 구워졌다. 담번엔 메이플시럽과 라즈베리잼을 꼭 챙겨야겠다>

캠핑은 늘 몸이 힘들다. 주로 토-일 1박으로 다녀오는데 하는일은 아래와 같다. 


0. 1달 전 ~ 몇주전에 가까스로 캠핑장 예약에 성공한다. 


1. 어떤 짐을 가져갈지(e.g. 날씨가 쌀쌀하면 등유통과 파세코난로를 챙긴다), 무엇을 먹을지 정하고 쇼핑한다. (e.g. 가리비를 구워먹을 거면, 캠핑 출발하기 전인 금요일이나 토요일 새벽에 도착하도록 미리 주문해둔다)


2. 가져가기로 결정한 짐을 꺼내서 카트에 싣고 지하주차장까지 2~3번 옮기고, 루프박스 및 트렁크에 레고쌓기를 한다. 주로 금요일 밤이나 토요일 새벽에 한다. 벌써 땀이 꽤 난다. 


3. 운전해서 1시간 조금 넘는 거리를 보통 3시간 이상 걸려서 간다. 서울-경기권에 사는 사람들은 주말에 어딜 가도 그렇다. 


4. 캠핑장에 도착하기 전에 간단한 식사를 하거나(캠핑장에 들어가서 하는 경우도 많다) 난로에 넣을 등유를 산다. 


5. 도착해서 텐트를 친다. 루프박스와 트렁크에서 짐을 꺼내서 - 텐트를 펼치고 폴대를 꼽고 팩다운을 하고 습기방지용 깔개를 깔고 누워 잘 곳엔 푹신한 것들을 깔고 전기매트를 갈고 등을 달고 가져온 온갖 잡동사니들을 정리하고 쓰레기봉투 거치대와 설거지망을 설치하고 피크닉테이블과 의자 화로대 난로 등을 ready 시켜두고 이렇게 1~2시간이 후딱 지나간다. 


6. 땀범벅이 되었으므로 샤워를 한다. 


7. 이제부터 가져온 소주 및 맥주 여러가지 맛있는 알콜에 듬뿍 취한다(요새는 내가 술을 먹으면 안되기 때문에 무알콜 맥주나 음료수를 마신다 ㅜ)


8. 6시 정도 되면 토치질을 해서 화로대에다 숯을 피워 하얗게 탈때까지 기다린다. 그리고 가져온 온갖 먹을 것들을 굽기 시작한다. 엄청 먹고 마신다. 그 와중에 설거지는 한다. 


9. 가져온 고구마나 쥐포를 구워서 또 술과 함께 먹고 마시며 장작에 토치질을 해서 불멍을 시작한다. 


10. 난로를 피우고 잘 준비를 슬슬한다. 마지막 술을 마신다. 불멍이 끝나면 이를 닦고 간단히 씻고 온다.


11. 누워서 밤새 잠을 설친다(나는 잠자리 예민 보스). 대부분 잠을 잘 못자고, 자더라도 2~3시간을 끊어서 잔다. 밤새 야생의 소리를 경청한다. 고라니소리, 생전 처음 들어보는 새소리, 새벽 3시부터 울어제끼는 주변 양계장의 닭들, 농가에서 키우는 엄청난 소리통의 멍멍이 소리, 밤늦게/새벽일찍 분주히 화장실을 다니는 사람들의 파쇄석 밟는 소리. 


12. 아침에 일어나서 환기를 하고 테이블이랑 의자를 밖으로 꺼내고 아침먹을 준비를 하면서 밤새 불멍한 화로대를 털고 씻는다. 재는 물론 고기기름이 떨어져 있어서 닦는게 상당히 고역이다. 


13. 아침을 먹고나면 떠날 준비를 한다. 사이트 옆으로 차를 바짝 붙여서 텐트를 걷고 펼쳐놓은 짐들을 다 정리해서 다시 루프박스와 트렁크에 레고를 쌓는다. 


14. 대략 다 정리되면 이를 닦고 샤워를 하고 출발한다.


15. 운이 좋으면 2시간 반 정도, 배고파서 뭘 사먹고 출발하면 4~5시간 정도 걸려서 집으로 돌아온다. (가는 길과 돌아오는 길의 공통점 : 늘 겁나게 막힌다.)


16. 모든 짐을 지하주차장으로부터 집 베란다 창고까지 카트로 2~3번 날라서 다시 정리해넣는다. 입었던 옷 잠자리에 쓰였던 이불과 요, 속옷과 수건등이 최소 2번이상 대형세탁기에서 돌고 그놈들을 꺼내서 여기저기 건조대에 널어놓는다. 


17. 저녁을 먹고 일찍 자리에 누우려다가 일요일밤이니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거나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애플티비 등을 보다가 피곤에 쩔어 늦게 잔다. 


18. 18.. 왜 18번인지는 모르겠지만 위의 1~17번을 갈 때마다 반복한다. 



이렇게 18가지의 힘듦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캠핑을 가는 이유는 단 한가지. 대부분의 경우 가족들과 함께/같이 같 팀들과 함께 정말 즐겁기 때문이다.(비가 엄청 오고 그러면 즐겁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그것 역시 좋은 추억이 된다)


처음 몇번이 힘들지 그 다음부터는 이 힘든 주말의 허슬을 그리워하게 된다. 죄책감은 묻어두고 좋은 공기와 경치 속에서 가족들과 즐겁게 대화를 하고 불을 피워 돼지같이 먹고 마실 수 있는 주지육림 배반낭자의 세상이 참으로 좋다. 


피곤에 쩔어 있는 월요일 아침이지만, 벌써 다음에 갈 캠핑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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