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산 & 생숙 : 현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by 알럽ny

#현수의 오버슈팅

현수는 원석과 계약한 오피스텔을 그다음 주에 두 개 더 계약했다. 부동산 스터디 단톡에 공유를 했고 그 방에서도 몇몇이 계약을 하고 싶어 했다. 조원들을 데리고 계약을 하러 간 사이 벌써 피가 붙어 있었다. 현수은 피를 주고서라도 사야겠다고 판단하는 조원들을 보면서 조바심이 났다. 현수도 덜컥 두 채를 계약했고 총 세 채를 보유하게 되었다.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아서 투자의 이점이 있다고 보았다. 이후 피는 계속 올랐다. 오피스텔이 오른다는 것은 아파트는 더 오른다는 것이었다. 공급부족과 내려간 금리, 유동성 증가가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는 기사를 볼 때마다 현수는 자신의 선택이 탁월했다는 생각을 했다. 비록 아직 팔지 않았지만 이자를 상쇄할 프리미엄이 붙지 않았는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 전화가 울렸다. 민수였다. 민수는 단톡방에서도 리더 격이다. 공격적인 투자로 자산이 가장 불어난 케이스였다. 현수는 항상 계약을 하기 전에 민수와 상담했다. 이번 오피스텔도 민수와 이야기했고 민수도 낙관적으로 보았다.





여보세요~ 일요일에 무슨 일이야~ 어디 뭐 볼 거라도 생겼나?ㅋㅋㅋ


바빠? 나랑 같이 뭐 보러 가자.




현수는 민수를 따라 용산 경찰서 인근에 갔다. 펜스가 세워져 있는 곳이었고, 펜스에 ‘원효대사 지식산업센터’라는 글씨가 적혀있었다.






민수야 요즘 아파트는 너무 올랐고 대출이 막혀서 투자하기 어렵잖아. 그래서 투자하는 게 이거야. 지식산업센터. 아무 데나 하면 안 되고 수요가 있는 곳에 짓는 걸로 잘 골라서 투자해야 해. 교통도 좋고 어느 정도 상권도 있고, 여기 어때? 나 이거 하나 해볼까 싶어.




민수의 말에 현수는 놀랐다. 그리고 역시 민수는 자신보다 한 수 위이고 대단한 부동산 투자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파트는 대출이 안된다는 생각에 현수가 생각한 대안은 오피스텔이었다.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을 투자하는 것 외에 현수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민수는 그 와중에도 대체투자처를 찾아서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다. 현수도 민수의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제대로 살펴보았다. 역에서 100m 정도 떨어져 있고, 앞에 작은 공원도 있었다. 식당가도 인근에 있었고, 아파트도 멀지 않았다. 오피스로 이용하기에 적합해 보였다. 다만 옆옆에도 펜스가 쳐져 있고 ‘율곡지식 산업센터’라고 쓰여있어서 마음이 걸렸다. 현수는 있는 그래도 말했고 민수는 만족스러워했다.




내가 이래서 너랑 와봤지. 아파트 투자만 하는 사람 눈엔 어떻게 보이나 해서. 너도 긍정적으로 보는구나. 내 포트에 상업용 시설 하나 있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서 내일 계약하려고. 대출은 90%가 나오더라. 분양가가 싸진 않아서 부담이지만 지금 여기로 돈이 몰리고 있어. 너도 알겠지만 지금 다주택자는 투자할 곳이 마뜩잖잖아. 투자하는 사람은 가만히 있기가 어렵잖아. 그러니 돈이 이쪽으로 몰린 것 같아. 난 포트에 주거용 밖에 없고, 꼬빌을 하기엔 돈이 부족하니 이쪽이 괜찮을 것 같아서.




현수는 민수를 보면서 자신의 소심함이 부끄러워졌다. 아직도 투자자 마인드가 아니구나 멀었구나. 투자자에게 월급은 모으는 것이 아니라 대출이자를 갚는 용도로 쓰는 거라고 했던 강사선생님이 떠올랐다. 좋은 자산을 구입하고 자산을 팔지 않고 보유하고, 더 좋은 자산과 교환할 때에만 자산을 매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 당시 현수는 필수 생활비를 제외하고 노후대비 자금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로 대출이자를 부담할 만큼만 대출을 일으켰다. 마음이 편했고 희영도 그렇게 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이런 겁쟁이마인드가 자신과 민수의 갭을 벌어지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출이 막히고 자신이 찾은 대안은 오피스텔이었는데 민수는 이런 것도 찾아냈가. 정말 대단해 보였다. 더 늦기 전에 민수처럼 공부를 통해 투자처를 발견하고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현수는 용기를 냈다.




민수야, 애도 태어나고 하니 참 어깨가 무겁다.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최대한 투자로 돈을 벌고 초등학교 들어가서는 편안하게 가족들이랑 시간을 보내고 싶어. 그래서 말인데 나도 지산 하나 해볼까?




민수는 웃으면서 자신이 알아본 바를 전부 이야기해 주었고 판단은 직접 하는 거라고 했다. 현수는 판단을 했고, 선택을 했다. 현수의 선택은 옳았다. 민수의 혜안 덕분에 현수는 이번에도 매달 작성하는 자신의 엑셀 장부상 자산이 늘어났다. 자산은 피가 붙었고 지금 당장 매도를 해도 몇 천은 벌 수 있었다. 현수는 희영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나중에 희영에게 이야기하고 희열이 깜짝 놀라고 감동하고 기뻐하는 상상을 했다. 희영이 원하는 치앙마이 산달 살기도 함께 가야지. 희영이 타고 싶어 하는 흰색 빈츠도 선물해야지. 희영이 아이에게 하고 싶어 하는 교육들도 돈 걱정 없이 하게 해 주어야지. 현수는 기분이 좋았고, 대출이자로 빠듯한 살림이었지만 그날만은 즐기고 싶었다. 희영과 아이를 데리고 치킨 집에 외식을 하러 갔다.




희영이 좋아하는 비에이씨 치킨 집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현수는 민수이야기를 했다. 민수는 다르다고. 지금처럼 아파트 투자가 어려운 때에도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서 투자를 한다며 지식 산업센터에 대해 들은 이야기를 했다.




희영은 오랜만에 현수와 외식을 하는 것이 좋았다. 일하며 투자공부하느라 늘 잠이 부족한 현수가 늘 집에 있을 때에는 아이를 봐주고, 종종 외식을 하자고 제안해 주는 자상한 남편이라 행복했다. 희영은 지금 이 순간이 좋았다. 고맙게도 유모차에서 조용히 잠들어 있는 아들을 바라보면서 희영은 자신의 삶에도 이런 평화롭고 행복한 시절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하고 기뻤다.




민수 오빠는 대단하네. 늘 그랬었던 것 같아. 임장을 가도 정말 쉬지도 않고 다녔잖아. 너무 열심히 해서 신발 밑창이 떨어져 나갔다고 했었잖아. 아직도 열심히라니 정말 남다른 사람이야. 오빠 근데 우리는 그러지 말자. 과천집 하나 오롯이 우리 것으로 만들고 그다음에 다른 것도 생각해 보자. 나는 안전한 게 좋아. 아기 태어나기 전까진 돈이 많았으면 해서 공격적으로 투자했어야 했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이젠 평온하게 살면서 갈아타기만 해도 괜찮지 않나 싶어. 주변에 무리하게 투자 안 하고 갈아타기만 시의 적절하게 했는데도 넉넉하게 된 분도 많이 봤고. 우리 아기 크는 것 같이 보면서 기억하면서 살자 오빠.




현수는 희영의 말에 놀랐다. 희영은 현수보다 돈에 대한 열망이 더욱 컸다. 아이를 낳고 바삐 살다 보니 희영의 생각이 변했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현수는 희영과 아이를 자기 손으로 지켜주고 싶었다. 희영에겐 자신의 오피스텔과 지산, 지난주 민수를 따라가서 한 천안의 생활형 숙박시설 투자는 말하지 않고 매도 후 번 돈을 주면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 그것도 좋지. 근데 어제 oo팀장 말이야 누구한테 또 갑질을 했어. 싫어도 그렇지…



희영의 말에 웃음으로 화답하고 시답잖은 농담을 하면서 희영과 맥주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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