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리딩방과 코인투자

by 알럽ny

#수습의 나날들

지수는 원석이 한 투자를 수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최선인지 차선인지 모를, 하지만 어떻게든 생활이 되는 방향으로 수습을 했다. 집을 팔았고, 이사를 했고, 월급 내에서 해결이 가능하도록 세팅을 했다. 후련함도 잠시 지수는 이후 매일 우울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자신의 꿈이었던 킹십리 집을 매도하고 난 후 찾아온 목표의식의 상실로 인한 무력감, 자신의 인생은 실패했다는 생각에 드는 열패감, 앞으로 이렇게 해봐야 저 앞서나간 사람들과의 갭은 매울 수 없다는 생각에 희망 없음을 의식하는 나나들이었다.






그나마 유진의 존재가 지수를 살게 했다. 책임져야 할 존재, 나 자신의 감정과는 별개로 해야 할 의무에 충실하게 해주는 존재가 자식이었다. 지수는 우울하고 무력한 기분 속에서도 꾸역꾸역 밥을 차리고, 아이를 씻기고, 일을 하고, 잠을 잤다. 활기차던 지수의 텐션이 떨어지긴 했지만 책임감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새겨진 지수는 어떻게든 살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에 들어차는 부정적 감정은 출구를 몰라 켜켜이 쌓이고 있었고, 매일매일 반복되는 우울과 무기력, 실패감, 남편에 대한 원망은 가슴에 돌덩이가 되어 점점 커지고 있었다. 체한 듯 명치가 늘 답답했고 그것을 한 번에 쓸어내버리고 싶었다. 어느 날 퇴근길에 마트에 들러 사 온 맥주가 지수에게 그나마의 위안이 되어주었다. 집에 돌아와 주방에 서서 마시는 차가운 탄산의 느낌, 지수는 자신의 모든 것이 쓸려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차가운 맥주가 입속을 거쳐 식도를 타고 내려가면서 찌르르 싸아하게 타고 내려가는 느낌은 지수에게 붙은 우울과 불운을 씻어내리는 듯했다. 그날부터 지수는 먹지 않던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동네 언니들

근래 원석은 긴급한 프로젝트로 매일 늦었고, 지수는 일, 칼퇴 후 육아를 반복했다. 아이를 재우고 불 꺼진 거실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휴대폰을 보고 있는데 미주언니에게 카톡이 왔다.



이번 주 시간돼? 커피나 맥주 한 잔 하자~




휴직했을 때를 떠올렸다. 선희 언니와 미주언니는 운동메이트였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면서 아파트 단지에서 운동을 했다. 무게 치는 것을 좋아하는 여자 셋이 경쟁하듯 운동하고 끝나고서 같이 커피나 점심을 사 먹었다.



좋아요 언니~ 언제 볼래요? 나 내일 휴간데, 언니 둘 내일 운동해요? 언제 마쳐요?







다음 날 아파트 단지의 쌀국숫집에서 셋은 만났다. 안부를 묻고 아이들 이야길 나누고 운동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쌀국수와 월남쌈을 맛있게 먹었다. 후식을 먹으러 카페로 자리를 옮기고 선희언니가 먼저 근황을 이야기했다.



사실 나 요즘 좀 힘들어. 애아빠랑 이혼위기야.




#주식리딩방 투자실패

선희 언니는 주식을 했다. 한 달에 3백만 원의 수업료를 받는 리딩방이었다. 언니는 비상금 3천만 원을 가지고 리딩방 방장이 찍어주는 주식을 매수 매도하면서 1억이 되는 경험을 한다. 이후 언니는 투자금을 늘렸다. 신용대출을 당겨서 1억으로 운용했고, 어떤 날은 1200만 원의 수익을 냈다며 점심을 사주기도 했다. 지수는 부럽고 대단하다고 느꼈지만 내키지 않았다. 저만큼의 수익은 저만큼의 손실을 의미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까. 지수는 부러움을 느꼈지만 함께하진 않았다. 언니는 지금 어떻게 되었나? 이후 언니는 주담대까지 받았다. 그래서 3억을 운용했고 어느 날부턴가 연락이 뜸했다. 미주언니에게 들은 바로는 그 리딩방 방장은 세력으로 어느 날 대박 날 것이라면서 종목을 추천했고 방에 있던 100여 명의 사람들은 전 자금을 동원해 주식을 샀고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하락을 했다. 이어진 이야기는 다들 아는 이야기로 선희 언니는 원금을 크게 손실을 보았고 주식을 그만두고 전공했던 프랑스어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프랑스 업체에 필요한 자재를 발주를 해주고 해당 건당 돈을 받고 있다.






#코인투자실패

미주언니는 주부였지만 타고난 성격이 대범했다. 언니는 어떤 상황이든 늘 웃었고 초연했다. 피티와 네일은 언니에게 공기와 같은 일이었다. 돈도 잘 썼다. 어느 날 언니는 남편에게 들었다며 코인을 사기 시작했다. '우리가 만들어' 코인이었다. 언니는 가끔 기분 좋게 웃으며 갈비를 사주기도 했고, 커피는 자주 사주었다. 어느 날 언니가 연락이 왔다. 낮이었고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청소하고 있을 때였다. 나갔더니 언니가 점심을 먹자고 했다. 언니는 근처 고깃집에 가지고 했고 지수를 앉혀두고 오늘은 낮술을 한잔해야겠다고 했다. 무슨 일이 있나 했지만 처음으로 말하는 언니라 거절하기도 어려웠고 아이가 오려면 아직 4시간이 남았으니 괜찮을 것 같아서 언니와 소주를 나눠마셨다. 하지만 미주언니는 이런저런 이야길 하면서 한 병을 마셨고, 반 병을 더 마시고 난 뒤 울면서 말했다. 우리가 만들어 코인이 떨어져서 휴지조각이 되어간다고. 남편 몰래 주담대를 받아서 3억 치를 샀다고 말하면서. 놀랐다. 지수는 언니와 같이 울었다.








그랬다. 다들 그랬다. 지수는 그때까지는 괜찮았다. 그냥 평범한 사람이었고 작지만 교통요지에 자가를 가진 사람이었다. 옆사람들의 성공을 보면서 불안하긴 했지만 나름 고액연봉자였고 남편과 아껴서 저축을 하면서 상급지에 34평의 적당한 집은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조금만 더 모은 뒤 상급지로 갈아타기를 해야지 했다. 하지만 희망은 사라졌다. 살고 싶지도 않은 회사와 너무 먼 청량리 오피스텔이라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거기다 남편은 2억이라는 돈을 코인으로 날렸다. 그것뿐인가? 퇴직금 대출을 받아 주식을 해서 물린 건 1억이 넘었다. 이게 무슨 날 벼락인가. 도대체 원석은 무슨 생각으로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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