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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립 BUY

by 알럽ny

# ONE MORE


한 달이 지나자 오피스텔의 피는 1천만원이나 붙었다. 원석은 자주 네이벌 부동산에 들어가 시세를 조회했다. 오피스텔이 오르는 것을 보면서 현수에게 고마웠고, 현수의 말에 용기를 낸 자신을 칭찬했다. 이런 것을 그동안 너무 부모님 말씀따라 살았다는 생각에 후회가 되기도 했다. 자신은 아이에게 돈에 대한 두려움 보다는 투자를 해야함을 강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카톡을 켜서 현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원석 : 캡쳐를 뜬 네이벌 부동산을 보내주면서 이렇게 올랐네~�

현수 : ㅋㅋ 좋으냐? 아마 더 오를 듯. 어제 대박나길 부동산 소장님이 내 것 하나 팔라고 연락왔었는데 안판다고 했어.

원석 : 하나? 하나 아니었어?

현수 : 아 내가 말 안했나? 두 개 더 했어.

원석 : 헉; 너 강심장이다!

현수 : 대출이 되니까~ 일단 질러봤지! 앞으로 더 좋을 것이니 걱정말고





원석은 현수와 통화를 마치고 대박나길 부동산 소장님에게 전화했다. 요즘 시세는 어떤지 찾는 사람은 있는지 물었다. 혹시 팔생각 있다면 지금 매수자가 있는데 생각이 있냐고 물었고, 그 말에 원석은 자신도 하나 더 찾고 있다고 말했다. 뭐에 씌인 듯이 자신도 모르게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보면서 원석은 사라는 무의식의 메시지로 여겨졌다.










원석은 다음 주 엄마를 모시고 대박나길 부동산에 갔다. 현수에게 들은 설명을 하고 노후에 월세 받을 부동산 하나 있으면 좋지 않겠냐며 어머니를 설득했다. 예금해둔 여유자금 은행이다보다 이게 더 나은 방향이라고 대출이자는 월세를 보다 작고, 남는 돈은 용돈을 하시면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원석의 설명에 어머니는 웃으면서 자신은 내키지 않는다 말했다. 솔잎은 송충이를 먹어야한다면서 연금으로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어머니는 원석이 결혼할 때도 보태준 것이 없어서 이번에 타는 예금을 빚갚는데 보태줄 작정이었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모르는 어머니의 비상금이고 지수가 워낙에 열심히 사니 부담을 조금 덜어주고 싶었다고 했다. 빚을 갚을 수 있는 그 돈은 오피스텔 한채의 계약금으로 쓰였다.






현주와의 대화 끝에 지수는 눈물을 터트린다.




이게 무슨 일이야. 이렇게 멍청한 선택을 어떻게 오빠가 할 수 있는지 모르겠어. 나와 상의 없이 결정했다는 데에 대한 배신감이 너무 커. 우린 부부잖아. 오빠랑 사랑해서 결혼했고 가장 믿고 의지했던 사람이 저렇게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는 사실이 너무 배신감들어.




현주는 충분히 그럴 수 있고 힘든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 너무 잘 견디고 있다고 말했다. 너만 그런 것이 아니라 누구든지 그런 일이 있다면 힘들 것이라고.




지수는 자신이 그린 미래가 있었다. 킹십리 집에서 빚을 어느정도 갚고 그 집을 팔고 34평대로 이사를 가고 그때 아이 초등학교 입학을 해서 또 6년간 빚을 갚다가 중학교는 다른 상급지로 이사를 가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즘 빚을 갚으면서 청약을 하거나 공부해서 재개발 재건축 집을 하나 마련해서 노후를 탄탄하게 준비하고 싶어했다. 과한 욕심없이 아이 교육에 힘쓰고, 가족 여행도 종종 하면서 건강하기만 하다면 큰 탈없는 생을 살다가고 싶었다. 하지만 원석이 한 선택은 이런 지수의 꿈을 무너뜨렸고 다시 원점에서 시작해야한다는 생각, 아니 사실은 마이너스에서 시작해야하고, 미래를 어떻게 살아가야할 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그토록 믿었던 남편에 대한 배신감에 지수는 결혼을 후회했고, 경제적인 안정이 생활의 근본이란 것을 너무 잘아는 지라 이번 시련은 너무 고통스러웠다.




대학시절 지수는 부모님이 매달 부쳐주시는 80만원으로 월세와 용돈을 쓰고 살았다. 당연히 부족했고 지수는 부모님께 말씀드리지 않았지만 끊임없이 과외 알바를 했다. 부족한 용돈을 채워 자신이 하고싶은 공부와 여행을 했다. 내색하진 않았지만 학점관리와 알바를 병행하는 일은 힘겨웠다. 방학때 부모님의 돈으로 유럽여행, 어학연수를 떠나는 친구들을 보면서 느꼈던 부러움을 자기 자식에게만은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지수는 자신의 이런 마음을 공감해주는 원석에게 큰 위안을 얻었다. 원석도 같은 입장이었기에 둘은 자식에게는 원하는 세상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도록 열심히 살아가자는 합의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틀렸다. 지수는 방향을 상실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이 마흔에 찾아온 이런 위기 앞에서 지수는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자신이 살아가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들었다.





원석이 저지른 일을 해결한 후 월급으로 대출이자를 내고, 아이의 학원비와 생활비를 간신히 맞춰 쓸 수 있다. 가끔은 모자랐고 그것을 성과급이 나오는 달에 모두 메웠다. 지수의 사정을 아는 엄마는 지수를 보러 와서는 지수에게 옷을 사주고 아이에게 용돈을 주고 돌아가고는 했다. 지수는 이 모든 것이 싫었다. 열심히 살아온 자신이 왜 이런 상황에 놓여야 하는지 몸서리치게 괴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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