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박함
시간만큼은 넉넉한, 나는 백수다.
늘 여유가 있었다. 평소에는 할 일이 많지 않아 바쁘다는 느낌도, 시간에 쫓긴다는 감각도 딱히 없었다. 하루를 천천히 보내며 조금은 게으르게, 조금은 자유롭게 지냈다.
그런데 이번 주는 달랐다. 수요일에 과제가 주어졌지만 기한까지 일주일이나 남아있었기에 ‘나중에 하지 뭐’라고 생각하며 외면했다. 그런데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예상치 못한 일정들이 이어졌다. 이동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다 보니 가만히 앉아서 과제에 집중할 시간이 없었다.
언제나 충분했던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 이르렀다. 마감일이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촉박해졌다.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시간을 쪼개서 써야 할 필요를 느꼈다. 하루 종일 이동으로 피곤했던 어느 날, 자기 전에 할 일을 복기했다. 그 순간 문득, 나는 바쁜 일상에서도 시간을 알차게 쓰려고 하는 사람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물론, 촉박함이 과해지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지만 결국 그것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기도 했다. 책 ‘능동적 아웃풋’에서 말한 것처럼, 이 촉박함에 대한 저항감을 줄여 긍정적으로 활용할 방법을 고민해 봐야겠다.
그동안은 시간에 쫓기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나를 움직이게 한 건 여유가 아니라, 약간의 불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