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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존 Dec 01. 2024

미국 Day 1_결혼 5일 후 세계일주 시작!

세계일주 시작, 45일간의 미국 로드 트립 

241031


2022년, LA 인턴십을 준비하던 나는 '라디오 코리아'라는 사이트에서 서블렛을 찾다가 지금의 짝꿍에게 연락을 했던 게 우리의 시작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인연이 되었고, 그 인연이 깊어져서 결혼과 세계여행까지 함께 계획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첫 여정을 다시 LA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원래는 12월에 출발하려 했지만, 몇 달 전 우연히 10월 31일 LA행 비행기표가 특가로 나온 걸 보고는 결혼식 후 여행을 바로 시작하라는 신호 같았다. 

결혼식은 10월 26일, 불과 5일 뒤 우리는 함께 여행길에 오르기로 했다.


이번 LA 방문은 나에게는 2년 만의, 짝꿍에게는 대학 졸업 후 1년 반 만의 귀환이라 더 특별했다. 출국 날에는 짝꿍의 부모님이 인천공항까지 배웅해 주셨는데, 그 따뜻한 배려 덕분에 출발 전부터 가족의 온기를 느낄 수 있어 마음이 든든했다. 


드디어 LA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런데 출발하는 순간, 한동안 소중한 사람들을 보지 못할 거란 생각에 잠시 울컥했다. 그래도 곧 우리를 기다릴 새로운 경험들에 대한 설렘이 그 감정을 덮었다. 샌프란시스코를 경유한 뒤, 11시간의 비행 끝에 드디어 LAX에 도착했다.

미국 로드트립에 필수인 차량은 Hertz 렌터카에서 미리 예약해 두었고, 공항에서 렌터카 회사로 향했다. 공항 셔틀이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큰 캐리어와 배낭 두 개를 메고 27분을 걸었다. 걸어가면서 여러 번 Hertz 셔틀버스가 지나쳤지만, 이미 멀리 온 터라 되돌아갈 수도 없었다. 

겨우 Hertz에 도착했는데, 이른 오후였지만 사람들은 꽉 차 있었고, 직원은 몇 명 되지 않아 대기 시간이 길어졌다. 

드디어 우리 차례가 왔는데 문제가 생겼다. 


차를 빌리기 위해서는 신용카드가 필수라는 걸 몰랐던 우리는 체크카드만 가지고 있었고, 그 때문에 예약한 "쉐보레 타호" 대신 훨씬 작은 차만 대여 가능했다. 더욱이 그 작은 차의 요금이 우리가 예약한 금액보다 두 배나 비쌌다. 직원의 태도마저 마음에 들지 않아 한참을 고민하다가 다른 대안을 찾기로 하고, LAX 근처의 또 다른 Hertz로 발길을 돌렸다.


LAX 근처 메리어트 호텔에 위치한 또 다른 Hertz 지점에서도 신용카드가 없으면 내일 차를 빌릴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첫 번째 Hertz 지점에서 들었던 것처럼, 체크카드로는 우리가 원했던 차보다 작은 사이즈의 차량만 빌릴 수 있다는 조건이 있었다.

오랜 비행과 렌터카 문제로 지칠 대로 지친 짝꿍은 “차라리 이 메리어트 호텔에서 하룻밤 자는 게 어때?”라는 의견을 냈다. 왕복 우버 요금이 메리어트 1박 숙박비와 비슷한 수준이었으니 그의 제안에도 충분히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우리가 특별한 기억이 남아 있는 에어비앤비에서 쉬고 싶었다. 그곳은 2년 전의 따뜻함과 아늑함이 아직도 생생히 남아 있었으니까. 감사하게도 짝꿍은 나의 제안에 동의하고 우리는 예상치도 못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로 에어비엔비로 돌아가기로 하였다. 

그렇게 우리는 약 1시간 정도 걸리는 숙소에 가기 위해 우버를 불렀고, 마침 핼러윈이라 코스튬을 한 차가 우리를 데리러 왔다. HELP!! 마치 우리의 심정을 나타내는 것 같아서 웃음이 났고, 이제야 긴장이 풀리는 것 같았다. 

여전히 따스하고 아늑했던 느낌의 숙소에 드디어 도착했다. 한번 와봤다고, 내 집처럼 편안한 느낌을 주는 이 숙소에게 정말 감사했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비행기에서 내린 뒤에 한 끼도 못 먹은 우리는 짐을 내려놓고 바로 밥을 먹으러 갔다. 


이곳 근처엔 판다익스프레스 회사가 있고 그 바로 옆에 판다익스프레스 식당이 있다. 

지난번에 이 판다익스프레스에서 정말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어서, 우리는 이곳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지난번에는 되게 맛있게 먹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그때만큼 맛있게 느껴지지 않았다.

사실 요리는 같은데, 우리가 너무 피곤해서 그럴 수도 있다. 


좋았던 기억도 매 순간 동일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순간을 즐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리마인드를 하기 위해 왔으면 리마인드를 해야지, 

지난번에 왔을 때 숙소 앞 야외 테이블에서 좋아하는 노래를 틀고, 좋아하는 마투아 와인과 과일을 먹으며 저녁노을을 봤었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여유로운 시간을 만끽하고자 월마트에서 마투아 와인과 과일을 사서 돌아왔다. 

그렇게 우리의 45일의 미국일주는 시작되었다. 

끝이 정해지지 않은 이 여정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만끽하고 싶다. 




어린 시절부터 글쓰기를 사랑했던 저는 초등학교 때는 시집을, 고등학교 때는 영어 자서전을 출간하며 기록의 즐거움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제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세계여행을 시작했습니다.

결혼 후 새로운 시작을 함께하며 마주하는 따뜻한 순간들, 때로는 웃음과 좌충우돌이 가득한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풀어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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