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담보대출이 안된다고?

대출 제약에 따른 예상 시장 흐름, 그리고 주택시장에 대한 짧은 이야기

요 며칠 기사로 농협은행, 우리은행, SC은행 등 일부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또는 전세자금대출의 취급을 잠정 중단한다는 소식이 나와서 많은 사람들이 당황하고 있을거라 생각해.

(관련기사)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61027&ref=A


특히, 지금 시점에 대출 취급이 필요한 사람들은 대부분 실수요자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야. 다주택자에게 부과하는 세금들, 그리고 법인에 부과하는 세금을 고려하면 투자자보다는 실수요자가 대출이 필요할거야.


왜 대출이 중단되었을까?


나도 금융기관 내부자가 아니라 잘은 모르겠지만, 금융기관들은 금융위원회의 통제를 어느정도 받는 것처럼 보이고 금융위에 매년 대출취급규모에 대한 계획치 등을 보고하는 것 같아. 근데 일부 은행들은 아직 8월에 불과한 시점에 그 대출취급규모에 대한 올해 목표 또는 계획을 이미 채워버린거지. 그러다 보니 금융위원회는 늘어나는 가계대출 의 절대 규모를 보면서 (다른 때보다 더) 예상을 넘어서는 대출 규모를 관리하고자 하는 것 같아.


은행 또는 금융기관의 대출 취급액이 금년도에 많이 늘어났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정말 올해 많은 거래량이 있었고, 그 사람들의 대부분이 대출을 필요로 했던 것일까?



간단하게 생각해보면, 다음과 같이 대출 취급액이 계산되겠지?

" 총 대출 취급액 = 대출 취급건수 x 건당 대출 취급액 "

여기서 대출 취급건수가 늘었는지, 건당 대출 취급액이 늘었는지가 궁금한데


[대출 취급건수] 우선 국토교통부에서 발행하는 자료에 따르면 상반기 주택거래량은 620,878건으로 전년 동기(314,108건) 또는 최근 5년 평균 (457,543건) 대비 매우 높은 수준이야.


[건당 대출 취급액]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의 전국 주택매매가격의 상승률은 8.7%로 전년도 상승률 8.4%를 이미 넘어선 상태래. 대출정책 (LTV 규제 등)은 전년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 주택가격이 올랐다는 것은 건당 대출규모가 늘었다고 볼 수 있겠네.


건수와 취급액 둘다 늘었으니, 작년말 즈음에 세웠을 것으로 보이는 신규대출 취급계획이 이미 초과되었을 수밖에 없을 것 같네.


위 이야기되고 있는 것들은 "신규"로 취급되는 대출만인데, 만약 대출잔액으로 보자면 어떨까? 주택을 매도한 사람이 가지고 있던 대출 잔액보다 매수한 사람이 신규 취급한 대출금액이 크면 총량적으로는 대출잔액이 증가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아무래도 우리나라 주택가격이 수년째 우상향을 보이고 있으니 매수한 사람이 신규 취급한 대출금액이 더 클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그러면 금융기관이 보유중인 대출잔액도 많이 증가했겠지?


금융위원회 입장에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을거 같아. 물론, 혹자는 대출규모가 커진만큼 전국민들이 보유한 자산의 규모도 커져서 괜찮은거 아닌가 라고 할 수 있겠지만,


지난 몇 년간 자산가들은 보유 자산가치가 많이 증가하였을 것이므로, 1) 자산은 대부분 상위에 속한 자산가들에게 집중되었을 것인 반면, 2) 부채는 그것보다는 조금은 더 균등하게(즉, 편중도가 자산보다는 낮은 수준) 배분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해. 그 이야기는 재력이 낮은 수준의 가구들일수록 부채비율이 높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고, 이러한 가구들은 금융비용을 커버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으므로 (가진 자산이 많지 않을 것이라 소득으로 커버해야 할테니) 금융환경 변화에 조금 더 취약할 수밖에 없어.


그래서, 이렇게 금리 인상이 필요한 시기에 가계부채 잔액까지 증가하니, 마지막까지 부채를 필요로 할 수 있는 서민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할만 한거 같아.




다만, 이런 효과의 긍정적인 결과로 집값이 안정되면 좋을거 같은데, 정말 안정될 수 있을까?


집을 사려는 사람은 크게 두가지 방식으로 집을 살거 같아. 하나는 대출 끼고 실거주하거나 월세를 놓거나 (지금은 대출 받으려면 실거주 요건이 따라오기 때문에 월세 옵션은 아마 없을거 같아) 또는 전세를 끼고 매입하거나.


대출 규제가 더 커지고, 금융기관이 대출 취급 가능 규모가 줄어들수록 대출 끼고 매입하려는 수요는 줄어들겠지?


그런데, 결국 (집을 사려고 했다가) 대출 취급 가능 규모가 줄어서 자기자금이 더 필요하게 되어 매입을 포기하게 되는 사람들은 예산이 넉넉하지 못한 사람들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 거기에 위에서 이야기했지만, 대출을 끼고 매입하고자 했던 사람들은 대부분이 실거주 수요자일수밖에 없는 환경이라 했지?


그럼 실거주 수요자들이 매입을 못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돼지. 그렇게 되면? 이렇게 실거주 수요자들이 매입을 못하면 그들은 계속 세입자로 남아있을 수밖에 없고, 이들이 전세 시장을 계속 받쳐주면서 전세가격이 더 강세를 띄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돈이 조금이라도 있는 무주택자들은, 무섭게 오르는 집값 그리고 불안정한 전세가격을 바라보면서, 불안감에 본인 실거주지는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더라도 자금을 마련해서, 전세를 끼고 사는 소위 말해 "갭"투자를 하려고 할 가능성도 있을거 같아. 왜냐면 전세가격이 불안정하고 높아진다는 것은 갭이 줄어들게 되고 투자매력이 "상대적으로" 좋아진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지. 그러면 또 오른 전세값 기준으로 예전 갭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매매가격이 더 올라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을거 같아.


그래서, 나는 결국 대출규제보다도 전세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봐.


누구는 또 여기서 전세가격을 안정시키는 좋은 방법으로 전세자금대출을 막는 것이 효과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거 같아. 확실히, 전세자금대출이 가능함으로 인해 세입자들이 전세가격에 대한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 사실이니까.


그런데, 전세대출을 막게 되면 전세매물이 없어지고 월세로 전환될 것이고, 그나마 없는 전세가격은 더 오를 것이고, 전세자금대출의 이자율이 워낙에 낮았기 때문에 월세로 전환되면 임차인의 현금흐름 면에서 더 불리해질 수밖에 없을거 같아. 그렇게 되면 세입자들의 삶이 더 궁핍해 지지 않을까?





결국, 필요한 것은 공급인거 같아. 공급도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필요로 하는 퀄리티의 주거" 공급이지.


흔히 우리나라의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었다고 하는 것에 대해 민간 전문가들이 맹점을 많이 짚어 줬잖아. 결국 이런 통계치는 정말로 공부상으로 기록된 모든 "주택"을 공급량에 포함한 것인데, 사실 이중에는 수요와 매칭되는 공급인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해.


지금 실 거주 주택이 가장 필요로 하는 계층은 누구일까? 아무래도 중장년층은 거주주택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청년층보다는 상대적으로 높을 것이라 생각해. 반대로 말하자면, 지금 집에 대한 수요가 가장 높은 계층은 사회생활을 갓 시작하거나, 결혼 후 가정을 차린 신혼부부 이런 비교적 젊은 계층일 가능성이 높지.


그러면 시장에 주택공급이 유효한 공급량인가를 볼때는, 이미 자가를 보유하고 있어서 주거 공급에 따른 내 삶의 변화가 민감하지 않을 수 있는 중장년층보다는, (매입이든 임차든) 거주 주거를 필요로 하는 청년층의 수요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어.


나도 결혼하고 이사할 때 느낀 건데, 첫 신혼집을 빌라로 잡았거든. 비교적 준신축에 해당하는 빌라였는데, 아내가 사실 굉장히 힘들어 하더라고. 나는 생각보다 환경에 무딘 사람인데, 나중에 아내가 우리나라의, 우리와 비슷한 또래의 사람들의 보편적인 기준점을 가지고 있고, 나는 생각보다 무딘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


그럴 수도 있는 것이, 지금 막 가정을 꾸리고 있는 80~90년대생들은 이미 아파트 생활에 굉장히 익숙한 사람들이 많아. 80~90년대에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어마어마한 규모로 공급되었기 때문이지.


그런데 이러한 사람들이 아파트 생활 대비 편의성이 많이 떨어진 빌라와 같은 다세대나 다가구주택 등에 산다고 생각해보자고. 생활수준을 높이는 것은 쉽지만, 낮추는 것은 쉽지 않은거 알고 있지?


그래서 어떻게 보면, 지금의 집값의 불안정은, 우리나라가 빠르게 경제성장을 해오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이상적인 주거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비해 기존 공급된 주택들이 이런 변화에 따라 빠르게 변화하지 못하고 있는데서 발생하지 않을까 싶어.


그런 면에서, 사람들이 몰리고 있는 수도 서울은 특히, 전략적으로 보존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추리고 나머지는 빠르게 재개발을 유도하여 "사람들이 원하는 급의" 주택을 보급하는데 노력을 경주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


사유지인데 지자체 개입으로 그냥 되겠냐고? 지자체는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엄청난 권리가 있잖아. 그것을 영리하게 활용하면 될텐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