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내가 키워준 우리 동네, 이제 나보고 나가라고?

리츠로 젠트리피케이션을 해결하는 방법


모두 잘 지내고 있지? 요새 백신 접종 신청에 바쁜 사람들이 많더라고. 나는 아직 민방위다 보니 예전에 얀센을 접종받을 수 있을 때 신청해서 받긴 했는데, 사실 백신 접종을 받아도 어차피 변이 바이러스가 생겨 마스크 프리 라이프는 불가한데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더라고. 물론 그러다가도, 백신을 맞았어도 감염된 사례는 있더라도 심각한 중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통계적으로 좀 낮기는 한가봐.


이번 글은 내 경험을 토대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유관 경험을 통해 얻은 주변지식을 가지고 사회에 의미있는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고민하는 것을 공유하고자 해.


리츠에 대해 설명한 적이 이전 글(아래 링크)에도 있지만, 리츠는 다른 집합투자기구인 부동산펀드보다 더 대중성에 초점을 맞춘 투자기구야. 물론 부동산펀드도 공모펀드가 있고 그 중에는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것도 있으나, 리츠보다는 그 비중이 매우 적다고 볼 수 있지.

https://brunch.co.kr/@presentpark/4


위 링크의 글 내용 중 공유한 바 있지만, 이러한 리츠의 대중지향적인 속성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운용사들은 다수대중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기보다는 소수의 큰손(연기금, 공제회, 보험사 등 한번에 수백억 수천억 출자가 가능한 기관)에 의존해서 투자를 확대해 왔어. 그 이유는 너무도 심플한데, 1)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라는 속담도 있듯이 주주가 많으면 의사결정에 불편함이 배가 될수도 있고, 2) 큰손인 금융기관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전문 투자심사역들이 포진하고 있으므로 상식과 대화가 통하는 반면에, 개인 투자자들은 부동산 및 금융에 대한 지식이 천차만별이므로,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거지. 충분히 이해가 돼.


이런 와중에 국토교통부에서 공모 및 상장된 리츠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니까 그나마 리츠가 대중들에게 더 친숙해 지고 있는데, 아직까지 많은 운용사들은 공모로의 자금조달을 불편해 하지.


리츠 운용사에 있다 보니 우리도 투자활동을 할 때 가급적이면 공모 요건을 면제받을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하게 되는데, 역발상을 해서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 라는 말이 있고 노력하는 사람이 즐기는 사람 못당한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이 말들을 조합하면, 피할 수 없으니 즐기면 뭔가 시장에 큰 발자취를 남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어쩌면 이렇게 조금 더 많은 상품들을 가지고 대중들에게 어필할수록 일반인 투자자들의 리츠에 대한 인식 그리고 이해도도 점점 개선되어 시장의 발전과 국민의 재산 증식에도 이바지(?)할 수 있지 않나 싶어



이런 너무 high level의 논의를 하려고 키보드를 잡은 것은 아니고.



사실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해 예전부터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었어. 다들 잘 알다시피 상권의 형성, 발전, 그리고 쇠퇴하는 과정이 젠트리피케이션이 적나라하게 비추어지는 케이스가 아닐까 싶은데,


- 초기에는 낙후(?)된 또는 아무도 관심갖지 않는 동네에 자금력은 없으나 나름 특색을 갖춘 엣지 있는 사람들이 터를 가꾸고,

- 그런 사람들로 인해 소위 말해 핫플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얼리 어답터들이 동네를 방문하고 소문을 퍼뜨리고,

- 이런 떠오르는 장소들을 찾아 다니는 손과 발이 빠른 다른 사업자들이 동네 군데군데 둥지를 트고, 소셜 미디어 등 여러 매체에 소문이 나면서 트래픽이 늘어나곤 하지.

- 동네에 북적이는 사람들을 본 건물주들이 "우리 동네가 핫플레이스가 됐네! 우리 임차인들 돈 잘벌겠는데? 그럼 임대료도 올려야지 이치에 맞지!"라고 판단하고,

- 그렇게 해서 높아진 임대료는 이제 과거에 이곳에 깃발을 꽂았던 엣지 있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이들에게 더이상의 보금자리 역할을 하지 못하고,

- 자금력이 풍부한 프랜차이즈 및 대기업 관련 계열 브랜드로 채워지며 상권이 재구성되고,

- 이제 더이상 핫함이 없어진 것을 눈치챈 사람들이 다른 핫플레이스를 찾아 떠나고, 그렇게 상권이 다시 쪼그라드는 사이클이 있는 것 같아. 이 과정속에서 임대료도 (장기적으로는 우상향이지만) 어느정도 출렁임이 있는 것 같고.


위 묘사한 대략의 과정은 보자면 하나 하나가 인과관계를 밀접하게 이루면서 연관되어 있어. 반대로 말하면 한가지가 유효하지 않으면 마지막의 결과가 아닌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면 운용사에 있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고민을 해봤어


아무래도 우리는 타인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여 부동산에 투자한 후, 그로부터 얻은 수익을 투자자들에 돌려주는 소위 말해 "운용업"을 영위한다는 측면에서, 건물주로서 활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건물주가 임대료를 높이는 행위" 부분이 고민의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었어


착한 투자자를 만나서 착한 임대료를 받으면 되지 않겠냐고? 아쉽게도 투자자가 자선사업가가 아닌 경우에는 수익은 다다익선이기도 하고, 투자자들도 결국에는 영리를 추구하는 법인이다 보니 수익률의 극대화가 목적이야. 물론, 각자가 감내할 수 있는 위험 수준을 유지하면서 그 테두리 안에서 최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지.


그러면 어떻게 이부분을 통제할 수 있을까? 결국은 임차인이 건물주가 되도록 만들어주어서, 핫플이 되어서 임차료가 오르더라도 중립(neutral)한 상태를 만들어주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봤어.


초기에 정착하는 임차인들 대부분이 자금력이 낮은데 어떻게 가능하겠냐고?


어차피 대부분의 임차인들은 아무리 자금이 없어도 최소한 일반적으로 보증금 수준의 현금은 수중에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자. 상업시설의 보증금은 상권마다 천차만별이지만 18개월 정도의 월세를 가정하자고. 그리고 계산이 편하게, 그리고 실제로 약간의 여유현금도 갖는 것이 사업의 안정에 좋으니 6개월 월세 정도의 여유현금을 갖고 있다고 가정해서 총 가용한 자금이 (보증금 포함) 2년치의 월세라고 가정해볼게.


서울시의 상가 평균 임대수익률(=연임대료 / 자산가치 또는 매매가)이 상당히 많이 내려갔으나, 심플하게 5%라고 가정해볼게. 그러면, 2년치 임대료는 총 자산가치의 10%에 해당하는 규모야. 담보대출은 안정적인 임대차가 이미 맞춰져 있다면 보통 더 받을 수 있으나 안전하게 총 자산가치의 60% 정도 받는다고 가정하면, 총 자산가치의 30%에 해당하는 자금만 조달될 수 있다면 일단 건물의 매입에 필요한 자금을 모두 조달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이야기를 이어나가려면 다른 측면의 고민이 병행되어야 하는데,


임차인이 건물주가 되도록 만들어주는 방법은 스케일에 따라 크게 3가지로 구성할 수 있을거 같아. 예시를 들면서 하면 좋을거 같은데, 지역활성화를 논하고 있다는 점에서 도심의 고층건물로 즐비한 동네는 대상이 아니고, 저층으로 이루어진 소규모 커뮤니티를 가정해보자고. 예컨대 성수동의 연무장길이 지금과 같은 핫플이 아니고 소규모 공장들로 즐비하게 늘어져 있는 예전 모습이라고 해볼까? 각자가 생각하는 (전국적으로) 차기 힙플레이스가 될 수 있는 곳들을 상상해보면 될거 같아


임차인이 건물주가 되도록 하는 방법은 이렇게 3가지가 있을 것 같아

1. 한 구분소유 근생건물의 한 unit을 매입하여 그곳에서 장사를 하여, "내가 운영하는 공간에 대한 건물주가 내가 된다"

2. 하나의 건물을 통째로 매입하여 건물 내 일부 공간에서 장사를 한다.

3. 동네를 통째로 매입하여 동네의 특정 건물 내 일부 공간에서 장사를 한다.


1번이 가장 심플하고 부담도 적고, 3번은 그야말로 메가사이즈 이고 특정 사업자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야. 그런데, 리츠를 활용하면 3번도 가능하게 할 수 있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해당 동네 또는 골목의 모든 자산을 리츠가 매입하되, 리츠는 매입자금을 아래와 같은 구조로 매입해.


총 조달금액 100 이라 하면, (선순위) 담보대출 60, (후순위) 우선주 30, (최후순위) 보통주 10


위에서 가정한 대로 임대수익률을 5%라고 가정하면, 보통주 10은 딱 2년치 임대료에 상응하는 현금이겠지?


여기서 담보대출은 금융기관, 우선주는 이 동네 주민, 또는 이 동네를 응원하거나 여기서 장사하는 사업자를 응원하는 개인투자자, 보통주는 이 동네에서 공간을 임차하며 (실질적으로) 상권활성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 사업자들로 구성하는 거야.


단, 여기서 보통주는 보증금으로서의 역할도 하도록 하여, 임차료 납부가 지연되거나 불이행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보통주 투자자로서의 권리를 상실하도록 만들면 될거 같아.



이렇게 기획이 가능하다면 몇가지 선순환이 발생하는데


1. 나의 이익(리츠 주주로서의 미래 기대수익)은 동네 전체의 가치가 올라야 하므로, 나 혼자만 잘나서는 실현할 수 없다. 따라서 내가 이 곳에서 사업을 하고자 한다면 내가 알고 있는 (소위 말해) 선수들을 이쪽으로 모으기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할 것 같아. 선수가 선수를 알아본다고 하지?


2. 재무나 회계에 대해 어느정도 지식이 있는 친구들은 알겠지만, 보통주는 우선주 대비 청산 시 자금 회수의 우선순위는 낮으나, 이익은 우선주보다 더 많이 가져갈 수 있는 구조로 설계가 돼. 내 경험에 비추면 보통주가 소수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때 (부동산의 경우) 운영 시점에 우선주에게 특정 요율까지는 우선배당을 해주는 조건을 걸되, 추후 부동산 매각해서 차익을 실현하면 그 차익은 보통주는 본인 보유 지분율의 2배에 상응하는 비중을 가져가는 것으로 보여. (물론 정해진 룰은 없고 협상에 따라 케이스 바이 케이스임) > 위 케이스를 예로 들자면 보통주 투자자가 총 지분의 25%(10), 우선주 투자자가 75%(30) 투자한 셈이므로, 추후 차익이 실현될 때 보통주 투자자가 도합 50%, 우선주 투자자가 도합 50%을 취하는 구조를 생각해 볼수 있을거 같아.


즉, 안돼서 망하면 내 투자금은 회수하기 어려운 구조가 되고, 반대로 잘되면 내 이익은 두배가 돼지. 물론 장사를 하는 사람 입장에서 본연의 사업리스크도 있는데 부동산 투자 리스크도 거기에 연동되면 위험이 가중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반대로 보자면 사업은 모 아니면 도가 될 수 있지만 부동산과 같은 실물은 하방경직성이 있어서 어려운 상황에도 내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괜찮은 밸런스인거 같아.



다시 위 예시로 돌아가서,


임대료가 5였는데, 극단적으로 동네가 활성화 되었고 우선주 투자자들이 요구하기도 해서 임대료를 (건물주로서) 60%을 올려 8로 인상되었다고 해보자고.


자산가치는 그 자산에서 기대되는 임대수익률을 통해 역으로 추정해볼 수 있는데, 5의 임대료를 받는 건물의 가치가 100 (= 임대료 5 / 임대수익률 5%)이라고 볼 때, 8의 임대료를 받는 건물의 가치는 이론적으로는 160이 될 수 있어 (= 임대료 8 / 임대수익률 5%)


그러면, 매입 100, 그리고 내재가치가 160이므로 60의 미실현 차익이 생긴 셈이고, 60의 차익 중 위 예시라면 보통주 투자자들이 30을 가지게 돼.


그러면 임차인이자 사업자인 입장에서 net 효과는 어떨까?


내 임대료는 겨우 3이 올랐는데, 내 수익은 30이 생긴 것이지. 임대료가 이상태로 유지된다면 10년치 임대료 인상분을 모두 커버할 수 있는 수익이 생긴 셈이야. 물론, 내 수익이 당장 현금화되지 못하여 약간의 유동화 기술이 필요하겠으나, 크게 보자면 아무리 인상된 임대료여도 10년을 추가로 버틸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한 장점이겠지? 그리고 10년이라는 세월동안 임대료가 오른 수준으로 탄탄하게 받쳐줄 경우, 그만큼 상권이 견고하게 자리잡았다는 근거가 되니 시장사람들이 인정하는 그 동네의 부동산 가치는 더 올라갈 것이고 말이지.


이렇게 되면 최초에 진입한 색깔 있는 사업자들이 그 명백을 유지하면서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 수 있지 않나 싶고, 언젠가는 이런 지역 생태계 활성화를 테마로 하는 리츠 상품을 내놓고 싶은 생각이 있어. 대상은 물론 지금은 주목받고 있지 않아 저평가되어 있지만 언젠가는 떠오를 수 있는 장소? 어때? 혹시 이 생각에 보완했으면 하는 점이나 부가할 만한 아이디어가 있으면 알려줘. 정말 고마울거 같아.







작가의 이전글 커피한잔으로 건물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