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부의 사유

건강과 경제, 그리고 집 : 우리나라 노후 준비 현주소

by 김현재




요즘엔

‘100세 시대’라는

말이 익숙합니다.


이제는 그 표현에서 ‘120세 시대’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인생이 길어진 만큼 노후를 어떻게 준비할지가 점점 더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주된 직장에서 60세 전에 퇴직하고 남은 40~60년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생각을 해보기는 쉽지 않은데요,


최근 KB금융이 발간한 「2025 골든라이프 보고서」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노후 준비 현황을 다각도로 보여주고 있는데, 이번 보고서 안에는 우리가 직면한 현실과 과제가 잘 담겨 있습니다.




노후 행복의 두 기둥 – 건강과 경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노후 행복의 필수 조건으로 ‘건강’(48.6%)과 ‘경제력’(26.3%)을 꼽았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건강의 중요성 인식이 크게 높아졌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건강을 더 중시하고, 상대적으로 경제력의 비중은 줄어든다는 사실입니다. 은퇴 후에는 돈보다 몸이 더 절실해진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지요.


하지만 문제는 준비의 현실입니다. 응답자의 77.8%가 노후 준비의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실제로 ‘노후 준비가 잘 되어 있다’고 답한 비율은 19.1%에 불과했습니다. 즉, 대부분은 머리로는 준비의 필요성을 알면서도 행동으로는 미처 옮기지 못하고 있는 셈입니다. 특히 경제적 준비는 다섯 가지 노후 요소 중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습니다. ‘노후엔 경제력이 중요하다’는 걸 알지만, 실제로 돈을 모으고 불리는 건 쉽지 않다는 우리나라 은퇴자의 현실입니다.




이상적인 노후의 모습 -

편안함과 즐거움 사이


사람들이 상상하는 노후의 모습은 점점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응답자의 35.9%는 ‘내 페이스대로 편안하게’ 살고 싶다고 했고, 29.6%는 ‘검소하고 소박하게’, 16.8%는 ‘즐겁고 기쁘게’라고 답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일상이 회복되면서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조금은 밝아진 것이지요.


그렇지만 은퇴 생활에 현실감은 차갑습니다.우리나라 사람들의 희망 은퇴 나이는 65세였지만, 실제 평균 은퇴 나이는 56세 전후로 9년이나 빠릅니다. 준비가 늦은데 은퇴는 앞당겨지니, 경제적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평균적으로는 48세가 돼서야 본격적으로 경제적 노후 준비를 시작한다고 하니, 사실상 준비 기간은 10년 남짓에 불과합니다.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은퇴 후의 생활 모습입니다. 은퇴 전에는 ‘일·소득 활동’과 ‘여가 생활’을 균형 있게 예상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실제 은퇴 후에는 ‘여가 생활’의 비중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준비가 잘된 사람일수록 여행이나 취미처럼 활발한 여가를 즐기려 하고, 준비가 부족한 사람일수록 생계형 노동을 더 오래 이어가야 하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노후의 버팀목 – 집과 연금


우리나라 사람들의 노후 준비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집입니다. 응답자의 32.3%는 ‘주택연금’을 활용할 의향이 있다고 했고, 평균 가입 예상 나이는 66세였습니다. 또 10명 중 6명은 언젠가 집을 줄이는 ‘다운사이징’을 고려하고 있었는데, 특히 70대에 실행하겠다는 응답이 많았습니다.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 :
내가 살아온 동네에서 계속 늙어가고 싶다


80% 이상이 이에 공감했고, 노후에 가장 필요한 동네 인프라로는 ‘의료시설’, ‘교통’, ‘공원·자연환경’을 꼽았습니다. 집은 자산뿐 아니라 노후 생활비를 만드는 금융수단이자 삶의 터전을 지켜주는 안전망인 셈입니다.


하지만 연금과 자산만으로 노후 생활비를 충분히 충당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한국인의 적정 노후 생활비는 월 350만 원이지만, 실제 조달 가능한 금액은 평균 230만 원 수준, 즉 65.7%에 불과했습니다.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주택연금 등 이른바 ‘4층 연금 구조’가 강조되고 있지만, 1인가구와 저소득층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보고서가 보여주는 현실은 분명합니다. 노후를 행복하게 만드는 두 축은 건강과 경제입니다. 하나 더 있다면,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 것인가 하는 ‘컨텐츠’가 되겠죠.


그러나 지금의 우리는 건강은 비교적 잘 챙기지만, 경제적 준비에서는 크게 뒤처져 있습니다. 은퇴는 희망보다 일찍 오고, 생활비는 생각보다 많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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