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죠. 반도체, 자동차, 조선, K-콘텐츠까지, 세계 곳곳에 한국산이 퍼졌죠.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가 새롭게 내보내는 ‘수출품’이 생겼는데요, 부자(富者)입니다.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를 떠나는 고액자산가와 기업인들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연간 해외 이주자 중 10억 원 이상의 자산을 가진 사람의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해요. 그들의 행선지는 대부분 세금이 낮고, 상속이 유연한 나라들입니다. 싱가포르, 호주, 캐나다, 그리고 최근엔 두바이까지.
우리나라의 부자들이 해외로 떠나는 이유는 여러모로 복잡합니다. “세금이 높아서”라는 말은 사실이지만, 그 말 안에는 더 복잡한 감정이 숨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돈을 많이 벌면 죄인 취급을 받는 분위기, 그리고 벌어서 지키기 힘든 구조가 겹쳐 있습니다.
세계 최고 상속세, 관용은 세계 최하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은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입니다. 최대주주 할증까지 적용하면 무려 60%에 달하죠. 즉, 부모가 100억 원을 남기면 자녀는 세금으로 60억을 내야 합니다.
물론 '부자에게 세금을 걷어 사회에 환원하자'는 취지는 이해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세금이 공정하게 쓰이지 않는다는 불신입니다.
복지 확대라는 명분 아래 세금은 늘어나지만, 그만큼 국가의 재정은 더 악화되고 있습니다. 정부 부채는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세수는 줄어드는 중이에요. 결국 남은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게 되는 구조죠.
이런 환경에서 부자들은 점점 우리나라를 ‘기회의 땅’이 아닌 ‘징벌의 땅’으로 보게 됩니다. 세금으로 벌금처럼 맞고, 여론으로 손가락질받으며, 상속으로 절반을 빼앗기는 구조라면 —
자본은 자연스레 탈출구를 찾습니다. 그게 이 시대의 모습입니다
K-탈출러시
부자가 떠나면 남는 건 ‘빈 껍데기 경제’
문제는 부자들이 떠나면 나라의 자본과 일자리도 함께 빠져나간다는 겁니다. 부자란 투자와 소비를 이끌고, 위험을 감수하며, 사회에 순환을 만드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들이 사라진 자리는 세금 몇 조로 메꿀 수 없습니다. 남는 건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는 내수, 그리고 불안정한 일자리뿐이에요.
결국 국가는 부자를 잃고, 국민은 기회를 잃습니다. 남은 사람들은 부자는 나쁘다며 악마화하고 있죠. 하지만 그 자신이 부자가 될 기회를 잃어버린 줄 모릅니다.
진짜 부국(富國)은 부자를 내쫓는 나라가 아니라, 부자가 머물고 싶어 하는 나라에서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그 부자가 떠나지 않도록 붙잡는 힘은, 세율이 아니라 신뢰와 존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