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부의 사유

정치의 인질이 된 서울 아파트 공급

by 김현재


서울의 주택 공급난은

켜켜이 누적된 결과입니다.


경제적인 환경보다는 지난 10여년 간의 정책 선택이 만든 결과이고요. 특히 박원순 시장 시절, 서울은 ‘개발 억제의 실험장’이었습니다. 뉴타운 해제, 재개발 취소, 공공기여 확대, 한양도성 보존, 구도심 벽화 그리기 등은 도시의 숨통을 조이듯 진행됐습니다.


겉으로는 도시의 역사와 공동체를 지킨다고 했지만, 그 과정에서 수십만 가구의 잠재적 공급 기회가 사라졌습니다. 박원순 시장 때 공급의 시기를 놓쳤던 서울 주택시장은 지금 그 쓴 맛을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주거의 수요는 그대로인데, 공급의 문은 닫혔습니다. 이제 정부는 지방분산을 목표로 사람들을 서울에서 빼 내고 있는데요, 그 속내가 보이죠. 결국 박원순 시절의 정책은 시장의 시간표를 10년 뒤로 밀어버렸습니다. 그 때 짓지 못한 아파트가 지금의 전세대란, 분양가 상승, 청약 과열로 돌아온 셈입니다. 그의 철학은 도시를 ‘사람 중심’으로 만들었을지 몰라도, 그 도시 안에 사람이 살 집은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오세훈 시장은 박원순의 반대로 돌아섰습니다. 그는 취임 이후 ‘공급 확대‘를 외치며 규제 완화를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방향은 맞아도 방법이 틀렸습니다.


대표적인 게 소셜믹스입니다. 고급 아파트 단지에 공공임대를 섞어 짓는 정책은, 이상적일 순 있어도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집단’을 구분하려는 존재이며, 가격, 학군, 환경, 취향들을 섞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사람의 본성을 거스르는 정책은 결국 부작용을 낳기 마련입니다. 이 사실을 외면한 정책은 처음엔 ‘포용’을 말하지만, 끝에는 분열과 저항으로 귀결됩니다.


조합은 분양가 하락을 우려하고, 주민은 가치 훼손을 걱정하며, 공공임대 입주자는 눈치와 편견 속에 놓입니다. 결국 소셜믹스는 ‘공급 확대’가 아니라 ‘사업 지연’의 또 다른 이름이 되었습니다. 현장에서는 이 정책이 추진되는 순간부터 사업성이 무너지고, 조합 내부는 갈등의 늪에 빠져듭니다.





서울의 주택정책은 언제나 ‘표의 함수’로 움직였습니다. 행정가인척 하는 정치인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표를 의식하는거죠.


박원순은 도심 보존을 통한 이상주의, 오세훈은 공급 확대로 포장된 대중주의를 택했습니다. 하지만 두 길의 끝은 주택 공급이 없다는 측면에서 크게 다르지는 않아보입니다.


박원순이 만든 규제의 그늘 속에서 기회는 사라졌고, 오세훈의 소셜믹스는 사람의 본성을 몰라본 실험이 되었습니다. 그 사이 10여년이 흘렀고, 서울의 아파트는 ‘희소한 자산’이 되었습니다. 돈은 돈대로 풀면서 희소한 자산의 가격이 오르질 않길 바란다면 그건 정신 나간 생각 아닐까요.


서울의 공급은 정책보다는 정치의 인질로 묶여 있습니다. 이상과 현실, 정의와 표심 사이에서 어느 쪽도 끝까지 가지 못한 결과입니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지만, 모두가 그 대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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