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부른 밤양갱 녹음 있음 주의
한양희님과 만나서 수다를 떨고 글을 쓰다가, 최근에 한국에서 유행이라는 '밤양갱' 이라는 노래를 알려주셨다. 내가 이렇게 될 줄을 몰랐는데, 아는 요즘 한국 노래가 없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끄응. 십대에는 왜 어른들은 이 노래도 모르나 했는데 내가 그렇게 되다니..그도 그럴 것이, 차 타서는 그냥 여기 라디오를 듣고 딱히 한국노래를 찾아 듣지도 않으니 알 길이 없는 것이다.
밤양갱이라는 노래가 있다는 걸 듣고 내가 물었다.
"장기하 노래예요?"
"아뇨, 비비. 근데 장기하가 작사(작곡도)했다는 것 같던데"
비비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ㅠㅠ... 장기하가 쓰는 단어들은 그만의 냄새가 난다. 그 약간은 시니컬한데 구수하면서도 힙한 동시에 오래된 느낌이랄까, 나는 그걸 좋아한다. 어렸을 때 엄마 심부름으로 타다주던 커피 생각이 나는 사람. 인스턴트 커피 둘, 설탕 둘, 프림 둘에 뜨거운 물을 쪼르르 붓고 저으면 나는, 구수하고 달고 향그러운 냄새가 나는 것만 같은 노래들.
집에와서 딴 짓을 하다가 생각이 나서 노래를 들어봤다.
끄앙, 귀여워!
이렇게 예쁜 한국말로만 된 노래를 들어본 게 언제였더라.
요즘에는 여기에도 Kpop이 자주 나온다. 얼마전에도 한참 듣다보니 한국말 같은데 싶어서
"이거 한국 노래 아니야? 누구 노래지?" 했더니 남편이 "블랙핑크 같은데" 했다. 곧 디제이가 나와 Kpop 스페셜을 하고 있다고 리드미컬하게 말 한 후, 그 다음에는 세븐틴 노래가 나왔다.
운전하면서 라디오를 듣고 있으면 가끔 응? 이거 한국말 아니야? 싶을 때가 있는데, 사실을 확인하기까지는 한참 걸린다. 아이돌노래 특성상 곡 진행이 빠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중간에 영어가 너무 많이 섞여서 이게 영어인지 한국말인지 한참 들어봐야 확신이 선다.
한국말로 된 노래가 좋다. 여기서도 나의 십팔번은 김광석의 <서른즈음에> 나 김광진의 <편지>, 아이유 리메이크 버젼의 <나의 옛날이야기> 같은 오래된 노래. 딱 그렇게 번역할 수가 없는, 한국말 만의 달콤한 리듬과 아른함이 좋다.
'달디달고단 밤양갱' 이 부분이 입이 붙어서 주말 내내 흥얼거리고 돌아다녔다. 한 이틀 쯤 흥얼거리는데, 한참 부르다가 뭐가 이상해서 곰곰히 생각해봤더니, 한참을 "달디달고단 왕밤빵" 으로 부르고 있었던 것이었다ㅋㅋㅋㅋㅋㅋ 엇, 어디서 부터 잘못 된 거지? 게다가 이 왕밤빵이 어디서 왔는지 출처도 모르겠다. 어디서 나왔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고도 한참을 밤양갱과 왕밤빵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다가, 설상가상으로 어제 저녁에는 갑자기 '감자탕'으로 부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대체 왜? 왕밤빵은 밤이라도 들어가기나 하지, 감자탕은 아무런 연관이 없는데? 이건 달지도 않고, 밤도 안들어가는데? 이쯤 되면 그냥 먹고 싶은 걸 내 뇌가 마음대로 붙여서 산출해 내는게 아닌가 싶다.
더 이상은 왕밤빵으로 부를 수 없어서 오밤중에 그냥 휴대폰으로 녹음해서 불러보는 밤양갱ㅋㅋㅋ 생각보다 노래가 너무 빨라서 입이 안돌아가네.. 한국말도 못한다 이제. 목도 쉬도 중간에 틀려서 낄낄거리고 아주 난리다. 참고록 영상은 없고 소리만 있다.
왕밤빵으로 한 번 불러볼 걸 그랬나. 노래 그만 부르고 이제 씻고 잘 준비 해야겠다ㅋㅋㅋㅋ 노래를 너무 몰라서 좀 더 연습해서 다시 해 봐야겠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