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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esidio Library Jul 02. 2024

한국교사자격, 미국캘리에서 쓸 수 있습니다

홀씨에서 뿌리내리기

이민자는 홀씨 같다는 생각을 했다.

밝은 꽃을 피우던 제 자리를 떠나 뿌리내릴 곳을 찾아 정처없이 흩날리는 홀씨.


많은 경우, 취업에 관련한 이민이 아닌 이민자들은 정착한 나라에서 자신의 경력이나 교육과 무관한 일을 한다. 새로운 일을 찾는 것이 새로운 목표라서 일수도, 본국에서의 교육, 경력을 써먹을 수가 없게 되는 (혹은 그렇게 생각하는) 경우가 또 크겠다. 맞는 말이긴 하다. 예를들어 한국에서 부동산중개인 자격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걸 미국에 와서 변환해서 사용할 수는 없다.


캘리포니아에서 운전면허를 딸 때, 다른 주 사람이 부러웠던 적이 있다. 한국 면허를 그냥 전환해서 쓰게 해줬는데, 나는 필기시험부터 다 다시 해야했다. 그냥 한국에서 가지고 온 면허를 쓰게 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교사자격은 그게 가능하다. 한국에서 받은 교사자격을 미국에서 카운팅을 받은 후 변환해 쓸 수 있다! (상세 자격이나 과목에 따라 다를 수 있음)


필자는 한국에서 대학교 때 교직이수를 하고 중등교원 2급 자격보육교사 2급 자격을 동시에 따서 졸업했다. 휴학/계절학기등록을 한 적 없이 칼졸업을 하며 167학점을 이수했으니, 졸업학점이 130몇 이었던 걸 고려하면 헤르미온느 타임머신 시계쓰던 것 처럼 한 학기 반 어치를 더 다닌 셈(쿨럭). 거기다 과외하고 근로하고 알바하고 동아리 공연하고..? 다닐 땐 몰랐는데 졸업하고서 보니 몸이 두개였나 싶더라.


여담으로 두 자격의 이수 요구 학점만 합쳐도 졸업학점과 비슷해서 4년 내내 전필이나 필수요구학점을 들었다. 원래는 다른 전공라인 하나도 더 하려고 2학년 때 까지 3가지를 끌고 다녔다가 3학년 들어가면서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했는데 지금 생각엔 그것도 들고 있을 걸 그랬나 싶다. 4년내내 들어본 교양선택이라곤 단 3개ㅋㅋㅋ.. 학점 제한은 21학점이었는데 성적이 좋으면 24학점까지 듣게 해 줬고, 학점이 필요한 것도 아닌데 방학 땐 닥치는 대로 현장실습과 연수를 해서 학점을 더 모았다. 대학을 어찌나 알차게 뽑아먹었는지..



다시 돌아와서, 전에 다른 연재에서도 쓴 적이 있듯미국에 온 지 첫 해에 그걸 써 먹을 수 있나 문득 궁금해 져서 검색을 해 본 적이 있다.


첫 해에는 읽어보려고하다 포기를 했다. 누가 가르쳐 주고 도와주는 상황이 아니었기도 했고, 미국의 공공기관 홈페이지가 그렇게 알아보기 쉬운 형식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당시의 CTC(캘리 교사자격기관)홈페이지는, 메뉴가 눈에 딱 들어온다기 보다는 줄글 속 안에 있는 링크를 타고 그 안에서 또 링크를 타고 들어가면 'CL-993' 같은 이름으로 된 pdf로 된 정식문서가 뜨게 되어있어서, 정신을 차리고 보면 수십 개나 되는 링크 탭 내에서 허우적 거리다가 길을 잃었다.


그러다가 두번 째 해에 다시 한 번 들어가 봤다. 영어가 는 건지, 아니면 정신없는 미국 공공기관 홈페이지에 적응이 된 건지(ㅎㅎ) 이번에는 할 만 해 보였다. 이번에는 달려들기로 했다.


캘리포니아 내에서 교육을 받은 자격이 아니라면, "Out of state applicant (주 밖의 지원자)" 루트를 타야한다. 복잡할 수 있는데, 그냥 논리적으로 접근하면 이해가 쉽다.

1. 우리 주에서 원하는 자격/교육요건이 있음 ->
2. 네 자격요건이 우리 자격요건이랑 맞는지 우리가 원하는 데에서 카운팅을 받아와 ->
3.그걸 보고 우리가 결정해서 줄게




우리가 원하는 데에서 카운팅을 받아와


CTC에는 친절하게도(?) 자기네가 원하는 카운팅해주는 업체 리스트까지 있다. 그럼 내가 카운팅 받고 싶은 학위, 자격증을 증빙하는 서류를 싹따 떼어가지고 거기다가 (돈을 내고) 갖다주면, 과목별로 세세하게 다 카운팅을 해서 준다. 우편으로 보낼 수 있지만 우편은 답답해서 (못믿어서) 직접갔다. 내가 받았던 때는 벌써 8년 전이니 지금과 다를 수 있지만, 당시에는 가장 가까운 곳이 밀피타스(산호세 근처..)여서 거기까지 운전해서 갔던 기억이 난다.


업체마다 다를 수 있지만, 나는 예시본과 Sealed 봉투 두 개를 받았다. 보통 어디 지원을 할 때는 transcript (성적/졸업증명서 같은것)위조를 막기 때문에 증명서 출처장소에서 밀봉한 서류를 바로 보내도록 한다. 이 경우에는 내가 또 CTC에 다른 서류와 함께 교사자격신청을 해야하니 밀봉된 걸 그냥 준 것. 이 밀봉은 집에서 궁금하다고 뜯어보면 안 된다. 예시본을 그냥 준 게 아니다. 보고싶으면 그걸 봐야한다.


제일 어려운 부분은 개인적으로 서류떼는 일이었다. 미국에서 한국 서류를 떼자니, 내가 나라고 인증하다가 열받아서 돌아가실 지경이었다. 서류만 다 떼고 나면 어렵지 않았다. 내가 받은 카운팅은 총 3가지. 하나는 대학 학사 과정 카운팅 (과목 하나하나마다 다 따로 카운팅함), 중등교원 2급, 그리고 보육교사 2급 자격.


아 또 한 가지. 얼마였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돈 깨나 나갔던 걸로 기억한다.




CTC에 신청하기


그러고나면 CTC에 신청할 일만 남았다. 설명서를 잘 보고 지원서를 작성해서, 내라는 서류 전부 + 비용 체크 (개인용수표)를 동봉해서 보내면 된다.


중등교원 2급은 Single Subject Teacher니까 오히려 복잡하지 않았는데, 보육교사쪽이 더 헷갈렸다. 자격 급이 당시에는 5개였 던 걸로 기억하는데, 내가 그 중에 어디에 해당하는지 확신이 없었다. 자신이 없어서 3단계에 해당하는 Child Development Teacher Permit을 체크해서 냈다. 여기에는 경력도 증빙을 해야해서, 한국에서 받아간 경력증명서를 동봉했다. 실습, 자원봉사의 경력은 서류를 증빙해 놓은 것이 없어서 못 냈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진짜 될까? 이게?





몇 달 후 몹시 무미건조한 이메일이 두 통 왔다.

중등정교사 자격 허가이메일


이메일이 무미건조하다못해 스팸메일같이 생겨서 이게 맞는 건가 하고 몇 번을 다시 봤다. 한국처럼 멋들어진 자격증도 보내주고 이런 건 없다. 제목은 축하해-로 시작하면서 마지막은 너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라는 걸 잊지마- 만약 못하면 최대 6개월 징역형이나 1000달러 벌금임- 이라고 겁을 주며 끝나는 이메일. 축하를 하고 싶은 건지 경고를 하고 싶은 건지 헷갈린다. 링크를 들어가면 그냥 기분 좋으라고 주는 '자격증' pdf가 있긴 한데, 이건 정말 예쁘라고 주는 거라서 공식문서가 아니다.


똑같은 형식으로 Child Development Permit도 함께 왔는데, 무야호, Master Teacer Permit (4번째) 로 왔다. 내가 잘 모르고 더 낮은 걸로 신청했는데, 아마 "얘는 더 높은 것도 자격이 되는데 왜 낮은걸로 신청했지?" 하고 알아서 올려준 모양이었다.


***주의해야할 점은, 여기서 받은 중등교원자격은 'Preliminary' - 예비?- 라는 것. 각 자격별로 요구하는 추가 시험이나 연수 등을 해서 5년 안에 'Clear' credential을 받아야 교사로 계속 근무할 수 있다. 나는 받아두면 언젠가 하겠지 했는데 대학원다니고 영유아쪽에 집중해서 일하는 바람에 기간 내에 안 해서 만료해 버렸다 (머쓱). 돈을 그렇게 들였는디.


***자세한 요구사항과 과정은 바뀔 수 있음. CTC를 참조하는 것이 가장 좋다.


***전 화에서 다루었다시피, Child Development Permit 또한 5년에 한 번씩 100시간 이상 연수/연구 시수를 채운 후 갱신해야한다. 나는 향후에 Director Permit 자격요건이 되어서 그냥 또 새로 신청했다.






이때 받은 자격증은 내가 미국에 심리적으로 정착하는 데 남편 다음으로 큰 역할을 했다. 단신으로 미국에 와서 먹고살면서 나의 가치와 능력에 자신없던 시절, 이 사회에서 나는 그저 날아가는 민들레씨앗 처럼 그냥 떠다니는 것인가 라고 생각하던 시절에, 이 자격증들은 뿌리내릴 비옥한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나는 그냥 아무렇게나 되는 대로 일하는 어중이떠중이가 아니다. 내가 한국에서 열심히, 그리고 푸르게 살았던 것 처럼, 나는 이 사회에서도 믿을 수 있는 든든한 존재다. 자신감이 생겼다. 혼자서 대학원 준비할 용기도 생겼다. 서류는 이미 징그럽게 떼어 봤고, 여기서도 교사자격증이 있는 사람인데 대학원을 못 갈 일이 무어랴.



이 교사자격은 당신에게 직업의 문을 열어줄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한국에서의 교사로서의 삶과 능력을 부정하지않고 새로운 미래를 위한 토대로 딛고 올라갈 수 있는 자신감을 당신에게 줄 수 있다. 이방인으로서 머물지 않고 '이민자'의 두터운 굴레를 벗어던질 수 있는 기회. 다음 글에서는 왜 어린이집이 이민자에게 따뜻한 곳인지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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