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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esidio Library Jul 09. 2024

어디에서 왔든 어떤 언어를 쓰든

너를 환영해

새로운 곳에 정착하는 것은 어렵다. 언어도, 문화도 다른 곳에서 살아만 남는 것도 그런데, 직장을 가지고 일을 하는 건 오죽할까. 미디어에서 시작한 미국의 땅덩이 만큼이다 크고 다양한, 인종차별, 문화차별에 관한 흉흉한 소문은 발도 없는데 빠르게 퍼진다.


그러니 사람들은 누가 미국을 간다면 걱정을 한다. 인종차별 당한다던데, 총 맞는다던데, 직장에서 적응 못한다던데, 영어를 잘 못하는데, 직장은 어떻게 다닐래? 이 소릴 들은 본인도 걱정을 한다. 내가 과연 직장의 일원으로서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을까?




그래서 곰곰히 생각해봤다. 초반에 처음 공식적으로 센터환경에서 일 하게 되었을 때, 나는 과연 이런 걱정을 했던 적이 있는가?




없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없어서 사실 나도 글을 쓰면서 놀라는 중이다. 중간관리자로 들어가서 10-60대에 달하는 다양한 교사들에게서 '관리자로서' 리더십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걱정을 해 봤지만, 인종차별이나 내가 환영받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한 번도 걱정을 해 본 적 이 없다. 왜 그럴까?



1. 어린이 교육기관이기 때문에


우리는 어린이가 어느 특정 인종이라고, 혹은 언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싫어하거나 차별하지 않는다. 모든 아이는 저마다의 행복을 위해 그에 맞는 케어를 받을 자격이 있다.


왜 다 아는 이야기를 하냐고?


여기서 우리가 잊고 있는 게 있다. 아이들에게 이런 교육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교사들도 똑같이 Inclusive (모두를 받아들이는) 직장문화를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원이나 학교에서는, 교사의 사회/문화/언어적 배경이 무엇이든지간에 이를 존중하고 환영하는 문화를 공식적으로 내건다. 세상에 흉흉한 사건, 사고가 판쳐도, 어린이 교육기관은 모두에게 사회정서적으로 안전한 곳이고, 그래야만 한다.


물론 캘리포니아 법에 의해서 인종/언어/문화로 공식/비공식적 차별을 하는 것은 명백히 위법이다. 경도에 따라 약하면 내부 사유서나 징계 정도로 마무리되는 수도 있지만, 심각하면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 법은 모든 사업장이나 직장에 해당되는 법률적 차원이다.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직장의 문화적 차원이다. 새로운 직원이 외국에서 왔다고 해서, 영어가 서툴다고해서 탓하는 분위기 보다는, 어떻게하면 이 사람이 가진 언어적/문화적 자원을 최대로 발현할 수 있을까에 더 초점을 둔다.


예를 들어 새 직원이 남미에서 왔고, 스페인어가 모국어인데 영어가 서툴다고 치자. 관리자는 영어를 못한다고 타박하기 보다는 다른 스페인어를 하는 교사와 함께 팀을 짜 준다든가, 스페인어를 하는 어린이가 있는 반에 정기적으로 배정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이 사람의 장점에 집중하는 것이다. 영어로 꼭 해야할 닐이 있다면 함께 앉아서 어떻게 영어로 문서를 쓸 수 있을지 도와주거나 가이드라인, 예시문서 등을 찾아 참고할 수 있도록 리소스를 제공해 줄 수 있다.



2. 너의 다름은 우리의 힘


사실 교사진의 다양한 사회/문화/언어적 배경은 센터는 물론이고 교사 자신에게도 엄청난 플러스다. 샌프란시스코 베이에리아의 특징상, 클라이언트의 배경도 무궁무진하게 다양하기 때문이다. 학부모 입장에서도 다양성이 확보된 교사진이 있는 곳은 아이들의 다양성도 존중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에 인기가 높다. 게다가 같은 문화권/언어를 하는 교사를 만나면 학부모의 만족도가 더 높아질 수 밖에. 다언어를 전문으로 하는 기관이 아니다 하더라도, 대부분은 공식언어인 영어 이외에 모국어가 라포형성과 교육에 도움이 되는 경우라면 해당 언어를 조금씩 사용하도록 권장하는 편이다. 때문에 당신이 한국어를 잘 하는 것은, 여기 어린이집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이득이 아닐 수 없다. 


예를들어 집에서는 한국어만 사용하는 한국인 가족이 온다고 생각해 보자. 이 어린이는 말도 못 알아듣고 생판 모르는 곳에 하루 종일 남겨진 셈이다. 어른도 생판 모르는 곳에 가서 적응하기 너무 무서운데, 어린이는 얼마나 혼란스럽고 또 그런 아이를 두고 가야하는 부모의 심정은 오죽할까. 이 상황에서 당신이 그 교실을 도와주는 보조교사이거나, 혹은 그냥 옆 반 선생님이기만 하더라도 그 아이와 부모에게는 커다란 위안이 된다. 아이가 급한 상황에서 한국말을 하면 당신에게 물어볼 수도 있고, 혹은 그 부모가 영어에 능숙하지 않더라도 당신은 정말 큰 도움이 된다. 담당교사도 새로 들어온 아이와 라포를 형성하고 싶어하므로, 그 언어를 하는 교사에게 여러가지 단어를 배우는 일도 흔하다.



3. 다양성을 환영해


게다가 이런 교사진의 다양성은 프로그램을 반짝반짝 빛낸다. 다양성이란 구글에서 검색해서 그걸 프린트하고 색칠하는 게 아니다. 개개인, 그들의 문화속 다양한 진짜 경험을 실생활에서 여럿 접해야 진정한 다양성. 각 교사진이 자신의 문화를 공유하고 각 가정에게도 그러하도록 격려함으로써 우리는 정말로 문화를 경험한다.


예를 들어, 음력 1월 1일이 다가오면, 많은 곳에서는 "Chinese New Year"를 검색하고 관련한 행사/활동을 하고싶어 한다. 원 내에 중국계가 있다면 진짜 경험을 가져올 수 있어 좋지만, 그건 또 그 대로 충분하지 않다. 새해를 기리는 모든 문화권이 다 중국인과 같은 방식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 원에 있는 중국계, 베트남계, 한국계 (나) 각각의 사진, 물건, 상징과 각각의 스토리를 모아 "각 문화에서는 어떻게 음력 새해 (Lunar New Year)를 축하하는지" 전시를 했다. 참여한 교사들은 자신의 문화를 공유할 수 있어 뿌듯해 했고, 학부모/다른 교사들은 같은 날도 이렇게 다르게 보내는 줄 몰랐다며 새로운 것을 배우는 기회가 됐다고 했다.


중남미 문화권을 축하하는 때에는 온두라스, 브라질, 페루, 멕시코 등등 다양한 교사들이 실제로 자신이 쓰는 도구 (ex. 토르띠아 만드는 기구), 인형, 옷, 책, 음식을 가져와 공유하고, 프로그램을 짜 아이들과 교육/가정연계 활동을 했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문화 옷도 궁금하고 음식도 궁금하다. 교사가 문화를 공유함으로서 학부모와 가족들도 그들의 문화를 가지고 온다. 유대교 학부모는 종교 세레모니를, 힌두교 관리자는 자신의 명절을, 나는 새해마다 100인분 넘는 떡국을 만들어 간식으로 공유했다. 서로는 서로에 대해 배운다.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할 미래의 시민을 만드는 일은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서로의 문화를 배우고 축하하는 속에서 자연스럽게 가능하다.







물론 내가 모든 센터를 다 대변 할 수 는 없다. 확언할 수도 없다. 세상에 사람은 많고 다양하고, 한국에서 같은 문화와 언어를 공유한다고 해서 모두가 서로에게 나이스하고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닌 것 처럼, 어딘가에는 나와 안 맞거나 극단적으로는 적대하는 사람이나 단체가 존재하기 마련.


다만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건, 미래 시민의 다양성을 강조하는 샌프란시스코 베이에리아의 어린이 교육/보육 현장 특징에서는, 교사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환영하고자 하는 문화가 형성된 것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고, 이는 해외에서 넘어온 열정 넘치는 재원에게 더없이 안전하고 편안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열심히 일할 준비가 되어있는, 이민 온 당신에게 매력적이며, 커뮤니티를 제공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실제로 내가 재직하는 동안, 정말 다양한 국적의 교사를 만났고, 미국에 온 지 얼마 안 된 이민자들도 여럿 고용했다.


믿기지 않는다고?


다음 글에서는 실제 사례들을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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