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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esidio Library Jun 06. 2023

오페어 첫 달 꿀팁

해 봤으니까 말해줄 수 있는 것들

첫 주에는 보통 조금씩 쉬라고 해 주지만, 당장 일하라고 할 수도 있다. 일단은 찬찬히 아이들과 친해지면서 라포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계중심 접근 (Relationship based approach)이라는 것이 있다. 당장 성인도 누가 우리 집에 와서 자기 담당이라고 하고 나에게 지시를 내리면 아니 저 사람 자기가 누군데 나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서로 알아가고 신뢰를 쌓은 후에야 저 사람을 믿고 뭔가 같이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교육과 보육도 마찬가지다. 아니, 영유아라면 신뢰할 수 있는 관계, 즉 애착을 형성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내가 어른이므로 당장 내말을 들어야 한다는 생각은 버려라. 내가 가서 처음보는 아이를 냅다 끌어안고 이리저리 옮길 수 있다는 생각은, 어린아이를 인격체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처음 보는 사람이 나를 이리 저리 길거리에서 끌고다닌다고 생각해 보라)


아주아주 처음엔: 아이들의 눈높이에 다가가서, 놀이에 조심스럽게 참여하거나 말을 거는 것이 좋다. 함께 뛰고, 그림 그리고, 소꿉놀이 하고, 노래부르고 신나게 노는 것이 가장 좋다. 체력이 충분하길 빈다. 영아이고 아이를 들어서 옮겨야 한다면, 냅다 뒤에서 달려들어 들어올리기 전에, "We need to change your diaper, so I am going to pick you up (기저귀 갈아야 하니까 선생님이 안아 올릴게)" 처럼 어떤 일이 일어날 지를 미리 말해 준 다음 시행해야한다.


아이들과 친해 진 다음에는: 아이들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나는 아이들을 컨트롤 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컨트롤 이라는 것은, 아이를 내 마음대로 휘두르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이 내 시야 안에 존재하고, 위험한 경우나 위생과 같이 꼭 필요한 상황에서 내가 아이들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실패한다면 사실 보육과 교육을 시작 할 수 없다.


아이들은 얼굴이 두개다: 아이들에게 집과 부모는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존재. 하지만 이는 아이들이 부모에게 더 떼를 쓴다거나, 고집을 부리는 것도 포함한다. 아마 '어린이집에서는 다 잘하는데 왜 집에서는 아기가 되죠?' 하는 고민을 가진 부모님들이 많으실 텐데, 이는 어느정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아이들이 오페어를 어떤 쪽(집/사회생활)으로 대할 지는 오페어가 하기에 달렸는데, 나는 '선생님(사회생활)'쪽을 추천한다. 오페어는 아이들의 부모가 아니기 때문에, 위험요소를 더 줄이는 것이 초반에 아이들을 안전하게 컨트롤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바운더리가 필요하다: 나는 같은 집에서 살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가족은 아니다. 아이들이 내 방에 들어오고 싶을 때의 에티켓이라던가, 내 근무시간이 끝났을 때 아이들의 보육에 터치하지 않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후자가 생각보다 힘들다.


나는 일 시작하는 아주 초반에 아이들이 낮잠을 자는 사이 학부모사전상담?을 했다. 비상시 대피나 대응 계획을 물었고, 아이들이 처음 적응 하는 중이라 더 피곤해하거나 배고파 할 수 있다고 미리 준비해주었다. 향후 어떻게 활동을 할 계획인지도 간략히 이야기했다.


아이들이 어려 기관에 맡겨 본 적이 없는 호팸은 학부모상담 같은 것도 처음이라 당황+긴장한 듯 했다(웃음). 이 전 오페어는 아동이나 교육관련 전공자가 아니었지만 일 년은 큰 문제 없이 마치긴 했는 모양이었다. 아마 이런 미팅 같은 것이 전 오페어와 자연스럽게 비교가 되며 좀 더 숙련된 전문가가 왔구나 하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어 좋은 접근이었던 것 같다.



일을 시작하는 것과는 별개로, 초반엔 할 일이 많다.


미국 입장에서는 '나'라는 사람이 없었다가 뿅 생긴 셈인데, 합법적으로 현대인으로서 괜찮은 삶을 영유하려면 집 밥 옷 말고 다른 것들도 필요하다.


1. 휴대폰 플랜 개통: 첫 날 호팸이 AT&T에 데리고 가 해줬다. 나는 프리페이드 플랜을 해서 그냥 유심만 바꿔 썼다. 휴대폰 비용을 호팸이 냈던가 내가 냈던가는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플랜에 따라 다르지만 한달에 40불 정도 했고, 약간의 변화가 있지만 8년 반이 지난 지금도 그 번호 플랜을 그대로 쓰고 있다


2. 소셜넘버 받기: 도착하자마자 반드시 진행해야한다. 어떻게하는 지는 에이전시에서 잘 알려주므로, 시키는대로 필요한 것을 들고 오피스에가 처리하면 된다. 나는 별 문제 없이 몇 주 후에 나왔다. 이 번호가 있어야 은행계좌도 만들고 나중에 세금도 낼 수 있다.

**이 때 받는 J1을 기반으로 한 오페어 소셜넘버는 우리는 모르지만 어떤 숫자로 표시되는 제한조건이 붙는 것으로 알고 있다(J1은 근본적으로는 work permit이 아닌 제한적 신분이므로, 약간의 불법안전장치?를 붙여놓은 듯 하다). 한 번 받은 소셜넘버는 주민등록번호 처럼 평생 사용하는데, 이 제한 때문에 미국에서 은행거래나 기타 계약할 때 약간의 제한이 따르며 자꾸 뭘 인증하라고 하거나 거절한다. 나중에 이것 때문에 짜증 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좀 더 안정적인 status로 바뀌면 제한조건이 떨어져 나가는 것 같다.


3. 은행계좌만들기: 소셜 넘버가 나오면 은행계좌를 만들 수 있다. 미국 은행계좌는 보통 계좌 유지비용을 내야 하는데 (당시 한국에는 없었던 경험이라 당황했다. 내 돈을 넣는데 돈을 낸다니), 최소 이체금액 등 조건을 맞추면 피할 수 있다. 문제는 메인스트림 은행들은 신분에 아무것도 알 수가없는 외국인 오페어에게 계좌를 만들어주는 데 꽤 까다롭게 굴곤 하므로, 본인만으로는 계좌를 만들기 어려울 수도 있다. 나의 경우는 호팸 가족이 가족 계좌로 하나를 더 만들어서 내 이름을 같이 올려주었다. 호팸이 내 계좌를 볼 수 있다는 단점이 있으나 반대로 호팸의 주거래은행 베네핏을 함께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로, 베네핏 중에 해외 체크카드결제 수수료 무료가 있어서 캐나다 여행을 갔을 때 환전 안하고 편하게 여행했다. 주급은 현금보다는 계좌이체로 받는 것을 추천한다. 나중에 어떤 연유로든가 증빙이 필요하면, 급여 이체받은 내역을 뽑을 수 있기 때문이다.

*3-1 (선택사항): 신용카드: 당장이 아니고 좀 더 신뢰가 쌓인 다음도 괜찮다. 아이들과 함께 다니다 보면 돈을 쓸 일이 생기는데 (아이들 식사, 간식, 주유 등등), 나 같은 경우는 그냥 영수증을 찍어서 보내주면 호팸이 바로 입금을 해 줬었다. 그때 호팸과 내가 잘 알았다면, 신용카드 Authorized User 기능을 사용했을 것 같다. 이는 호팸 어른의 이름으로 되어있는 기존의 카드(혹은 새로 만들어도 상관없다)에 나를 허락해준 사용자로 더하는 것으로, 내 이름으로 같은 카드가 하나 더 나온다. 장점은 다음과 같다

 아이들 관련 비용일 때는 이 카드를 사용하면, 호팸은 언제든지 내역을 볼 수 있다. 오페어가 따로 돈을 달라고 얘기하고 호팸이 돌려줘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

오페어에게 미국 Credit(신용)을 쌓아갈 수 있는 기초가 된다. 크레딧은 이후 은행계좌, 신용카드, 기타 거래, 자동차 및 집 구매시 아주아주 커다란 능력이 된다.

단점도 역시 있다. 호팸 입장에서는 잘 모르는 이에게 내 신용카드를 쥐어주는 셈이 되어 위험부담이 높아진다. 서로 신뢰가 바탕이 된 후, 자신만의 증빙 시스템을 만들어 호팸에게 제안해 보기를 추천한다.


4.운전면허: 어떤 주는 한국의 운전면허를 그대로 인정해서 발급해 주기도 한다. 캘리포니아는 아니다. 한국에서 국제면허를 가지고 왔더라도, 1년 거주 목적이면 장기에 속하기 때문에 캘리포니아 면허를 처음부터 다시 따야한다. 그리고 왜 DMV(Department of Motor Vehicle)이 미국 국세청(IRS)다음으로 사람들이 싫어하는 지 이유를 깨닫기 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오페어 관련 궁금하신 분들께서 질문을 주시곤 해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채널을 개설해보았습니다.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다면 편하게 이야기 나누어 보아요.  - 하이데어 멘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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