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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esidio Library May 25. 2023

오페어 오리엔테이션

그리고 마침내 호팸을 처음 만나는 순간

한국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아무리 요즘 MZ라고 까내린다고 해도 세계에서 이만큼 겸손한 사람들이 없다. 아마 동아시아인의 전반적인 특징인 것 같긴 하다. 적어도 나는, 처음인 곳에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모였다면, 여기에 분명히 나보다 무언가를 더 잘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가정한다.


오페어 오리엔테이션에 가서도 그랬다. 오리엔테이션이니까 뭔가 배울게 많겠지, 전 세계에서 모였는데 여기 온 사람들중에 전문성이 있는 사람들이 꽤 있겠지, 하고. 동양인은 매우 소수, 인도계 < 유럽계 < 라틴계 순으로 많았다. 이 글은 아동학을 전공하고 일하다가 간, 내가 경험했던 특정 회사의 세션의 오리엔테이션에 대한 느낌이다. 다른 배경을 가진 개개인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아동학 전공 출신이라면, 오리엔테이션에서 별로 배울 건 없다. 전공출신이 아니라면 재밌을 것 같다.

말 그대로다. 대부분의 오페어 지원자들은 외국에서 살아보고 싶어서 온 젊은이들로, 대부분 자기 친척이나 가족 아이들을 좀 돌봐보았거나, 알바로 (외국에서는 베이비시터 알바를 십대부터 한다) 좀 해본 이력이 있거나 하는 정도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리엔테이션에서는 기본 아동발달이나 대화방법, 응급처치 등을 새로 강의한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마네킹을 가지고 해던 응급처치 외에 다른 수업은 기억 나는 게 없다. 새로운 정보가 없었다는 말이다.


오리엔테이션은 10대 캠프 느낌

그 당시에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오리엔테이션 느낌은 딱 이거다. 학원에서 3박 4일 캠프 온 느낌이다. 내가 너무 고리타분하게 시리어스했던걸까? 아니면 아마 내가 나이 있는 축에 속하기 때문었는가 싶기도 하다. (연령제한이 만 26세였다) 어쨌든 하는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저런 얘길 왜 하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한번은 어떤 강의 세션에서 원하는 것이 있다면 호스트패밀리와 대화로 잘 풀어나가야한다, 뭐 이런 얘기를 하고 있었다. 여자애 하나가 손을 들더니,

 '나는 보통 비치에서 대부분을 보내기 때문에 샤워를 하루에 3번 이상은 해야한다'

이런 얘기를 아주 뽐내듯이?했다. 내 머릿속은 혼란해졌다. ??뭐지??? 어쩌라고???

'아..어, 그래 그렇게 원하는 게 있으면 호팸에게 잘 이야기 해서 할 수 있도록 해봐' 이러고 강사가 얼버무렸다. 아, 그 강사들 일하기 참 힘들겠다.


참여하는 이의 전문성은 소수를 제외하고는 별로 없다고 보면 된다

또 어떤 강의에서는, 아이가 큰 사고를 쳤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실제 역할을 나눠 실습해보는 때가 있었다. 강사는 랜덤으로 한 명을 골라 오페어 역할을 시켰다.

시나리오: 아이가 집 안에서 공을 차서 등인가 병인가를 산산히 깨먹은 상태. 아이는 집 안에서 공을 차면 안된다는 규칙이 있다는 것을 알고있다.

그 오페어는 북유럽에서 왔는가 그랬는데, 양 팔을 허리에 짚더니 (전형적인 니잘못이다 포즈) 아이에게 너 잘못했다고 내내 뭐라고 하며 협박아닌 협박을 했다. 아이역할은 당연히 대들었고, 고고한 이 태도는 먹히지 않았다. 강사는 강의를 듣는 이들에게 코멘트를 하라고 했고, 여럿이 이게 잘못됐다, 저게 잘못됐다 코멘트했다. 나도 뭐라고 했는지는 기억 안나지만, 아마 나는 한국에서 교사였는데, 이러이러하게 하는게 좋을 것 같다 이랬겠지. 강사는 모두의 의견을 듣고나서 고칠점을 짚어주며 마무리하더니, 다른 오페어 지원자를 찾았다. 아무도 하겠다는 사람이 없으니 강사가 입을 열었다.

"How about you, a teacher from Korea"

에라이. 괜히 선생이라고 해 가지고. 니 입으로 선생이라 했으니 어디 좀 보자는 건가. 나는 앞으로 나갔다. 여기 어린애들 애 본다고하니까 쉬워보이나본데, 숙련된 전문인의 스킬을 보여주지. 내가 시연한 것의 포커스는 다음과 같다.

아이가 괜찮은지 먼저 확인했다.

설사 내가 어떻게 된 일인지 뻔히 알더라도 일단 어떻게 된 일인지 아이의 관점에서 이야기할 수 있도록 물었다.

아이가 계속 모른다고 부인하더라도 솔직히 말해달라고 인내심을 가지고 물었다.

아이는 마침내 인정했다. 너는 우리 규칙을 알고 있고, 이렇기 때문에 규칙이 있는 것이다, 아주 위험하고 네가 크게 다칠 수 도 있었다 하고 이유를 들어 설명했다. 사실 이쯤 큰 사고를 저지르면 규칙을 알면서도 어긴 아이 스스로가 더 죄책감을 느끼고 놀랐을 것임으로, 마냥 죄인취급을 하면 아이가 죄를 면피하는 것에 더 급급한 쪽으로 자랄 수 있다. 규칙의 이유, 그리고 어겼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위험요소를 설명하는 것이 아이 스스로가 이해하기에 더 논리적이다.

스스로가 저지른 mess를 치워야 하지만, 유리조각이 위험하므로 내가 치우는 것을 도와주어야 하니 가서 빗자루를 가지고 오라고 했다

강사는 거의 완벽한 대응이라며 칭찬했다. 내가 의도한 포인트도 잘 집어냈다. 단 한가지 다음에 비슷한 종류의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뉴욕투어

인트락스는 오리엔테이션 장소가 뉴저지라서 뉴욕으로 가는 급 투어를 돈 추가로 내고 갈 수 있는데(아직도 하는 지는 모르겠다), 나의 의견은 반반이다. 나는 여기까지와서 뉴욕을 언제 또가봐 이러면서 돈 내고 갔다오긴 했다. 버스만 오래 타고 타임스퀘어에 잠깐 내렸다가 다시 돌아왔다. 눈이 많이 와서 바닥이 온통 회색의 눈슬러시였던 것만 기억이 난다. 다음에 뉴욕을 전혀 갈일이 없을 것 같으면 찍고 오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저녁에 오페어 강의 스케줄 끝나고 가는 것이라 차 타고 왔다갔다 하는 시간이 투어의 80%다. 내가 거길 또 언제가봐 라고 했었는데, 나중에 언제 또 갈 일이 생기더라.



써 놓고 보니 오리엔테이션을 까는 느낌이 되었다. 오리엔테이션이 꼭 필요한 것은 맞다. 전 세계에서 오는 젊은이들이 안전하게 도착했는지 프로그램측에서 확인하고, 아동의 건강과 웰빙에 필요한 기본 지식을 습득하도록 하여 퀄러티 컨트롤을 하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너무 긴장하거나 너무 기대하지 말라는 것이다. 되돌아보니 나는 뭘 그렇게 긴장을 했었는지. 다들 나보다 잘났을 것도 없고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하는 강의 자체가 넘나 멋질 것도 없다. 그저 모르는 것이었으면 아 그렇구나 하고 배우고 마음 맞는 사람을 만나면 잘 친해지면 된다.




오리엔테이션이 끝나면 다들 각자의 호스트패밀리 가정으로 가게된다. 뉴저지에서 각자 거리에 따라서 다르게 이동하게 되는데, 나와 샌프란시스코 베이에리아로 가는 사람들은 비행기가 악천후로 연착되어서 고생을 좀 했다(나중에 들어보니 이 비행기도 호팸이 돈 낸거라더라). 공항과 비행기에서 9시간인가를 보냈다. 원래는 애들과 온 가족이 나와 마중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늦어져서 애들은 자고 호파(호스트파더)만 왔다.


정말 웃긴게 그렇게 생고생을 해서, 비행기 내려서 배기지클레임에서 호파를 처음 만났는데 그 사람이 엄청 반갑다는 것이었다. 그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될 지 모르겠는데, 가족을 만나는 것 같이 안도감이 느껴졌다. 그게 나 뿐만이 아니고 주변 오페어들에게 물어봐도 다 같은 대답을 했다. 그래봐야 인터넷으로 얘기 좀 해 본게 다인 생전 처음 만나는 사람인데 호팸을 만난 순간 집에 온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지금생각해도 정말 이상한 느낌. 서로 얼떨떨하고 어색한데도, 아, 그래 이제 진짜 왔구나, 시작이구나 하는 몽글몽글한 기분이었다.


그 날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짐을 끌고 호파를 따라 차를 타러 갔는데 공항픽업을 오면서 스포츠카를 타고왔다ㅋㅋㅋ 나는 추웠는데, 호파는 반팔을 입고 있었다. 안춥냐니까 왜 춥냐고 했다(한국에 살다가 뉴저지에서 출발한 나에게 3월은 당연히 춥지 그럼!). 집 앞에 도착을 해서, 호맘과도 인사했다. 조심조심 큰 캐리어 1과 작은캐리어1을 옮겨 2층에 내 방을 안내해 주고 쉬라고 했다.


아, 여기가 1년동안 쓸 내 방이구나. 웃기게도 처음 가져보는 내 방은 머나먼 타국의 남의 집에서였다.







오페어 관련 궁금하신 분들께서 질문을 주시곤 해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채널을 개설해보았습니다.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다면 편하게 이야기 나누어 보아요.  - 하이데어 멘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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