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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esidio Library Nov 04. 2023

브런치 연재하기 기능이 주는 딜레마

브런치는 '베도'인가 '블로그'인가 '트위치' 인가

다들 아시다시피 몇 달 전 응원하기 + 크리에이터 제도(?)가 생겼고, 최근에는 일반 크리에이터에게도 연재하기 기능이 생겼다. 현재로서는 '응원하기' 를 이용하기 위해선 '브런치북'을 내거나 연재를 해야만 하는 것 같다.


연재는 나 스스로 목차와 연재일을 정해서 마음 먹은 스토리를 구성하고 써 내려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쓰고 싶은 커다란 이야기가 정해져 있다면 참 좋은 기능.


사실 앱스토어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브런치는 밀리의 서재 같이 출판/작가/책 분류도, 혹은 구독자의 '도네이션' 으로 수익이 발생하는 트위치 같은 '엔터테이먼트' 분류도 아닌 '소셜미디어'로 분류되어 있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야기나 사진을 포스팅하는 틱톡이나 블로그와 같은 범주의 SNS 서비스라는 이야기다.


그동안 나는 일주일에 2-3회 씩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그저 끌리는 대로 써 왔다. 노트북을 가지고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에 가서 파바밧 글을 쓰고 발행을 꾹 누르고 집에 오는 게 참 좋아서. 나중에 일기처럼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다시 읽어볼 수 있는 것이 재밌어서. 책을 내겠다는 거대한 목적이 있었던 것이 아니므로 큰 목차 없이 그냥 썼다. 그걸 대충 큰 주제로 나누어 매거진에 넣어놨는데 나중에 보니 그 중에 스토리라인이 보였고 몇 개를 골라 브런치북으로 묶어 낼 수 있게 되었다.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쓰는 그 자체가 재미있어서 그냥 써왔다. 묶어서 완성작으로 놓는 다는게 마음에 들었다. 어차피 돈도 안 되는 거, 브런치의 그런 작은 기능이나 레이아웃이 마음이 쏙 들었다.


그런데 연재 기능이 생기고 나면서 조금 주저하게 되었다. 왠지 연재가 아니고 책으로도 엮지 않고 그냥 쓰는 글들은 쓸모없는 녀석들이 된 것 같다. 뭔가 쓰고 싶은 것이 생겨도, 이걸 큰 그림의 하나의 스토리라인으로 아껴뒀다가 연재를 해야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 써 놨다가 나중에 연재할 때 쓰고 싶으면 어떡하지? 그럼 발행 취소를 해서 또 우려먹어야 되나?




네이버 베스트도전 웹툰중에 좋아하는 작품이 많았다. 꾸준히, 정해진 시간에 무보수로 연재하는 그 재밌는 만화들을 아무 생각 없이 봤더랬다. 내가 좋아하던 작품들은 대부분 일상의 생각에 관련된 것들로, 정해진 스토리라인이 없이 자유롭게 쓰는 경우도, 쓰고 싶은 서사가 있는 경우도 있었다. 그 중에 몇 분은 네이버나 다음에서 연재도 시작하셨다(아오링 도쿄 참 좋아합니다 <3). 괜히 내가 다 뿌듯한 기분이었다. 물론 그들도 정식으로 연재를 하면서는, 청사진과 목차를 미리 상의하고 했겠지만서도.


브런치는, 글쎄. 어찌 보면 '네이버 도전만화'의 '베스트 도전' 같은 느낌이 있는데 거기에 구독자의 도네이션 기능을 넣은 트위치를 최근에 한 스푼 섞었고, 카테고리는 '소셜미디어'인 독특한 형태다. 현재 '소셜미디어'인 브런치의 특성상, 연재의 틀이 좀 더 너그럽고 자유롭다면 어떨까 싶다. 미리 목차를 꼭 다 정해서 써 놓아야 하는 연재도, 그렇지 않고 하나의 주제로 자유롭게 쓰고 싶은 이를 위한 연재도. 아니면 그냥 모든 글에 다 '응원하기'기능이 붙어도 되지 않나?


글을 쓰려다가 대충 서랍에 저장해 놓고 뭐, 그냥 푸념해보는 말이다. 한 연재가 끝나면 그 다음 연재로 계속 하고 싶은데 이야기를 취소하거나 우려먹고 하고 싶지 않아서. 연재 한다고 목차에 써 놓은대로 지키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이 소박한 뇌가 쓰고 싶었던 이야기를 잊어버릴까봐 걱정되어서. 독자끼리 돈 주고 받는 응원하기 기능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가도 또 무시하기는 아쉬운 시어빠진 포도 같아서. 헤드라잇은 정산하려면 주민등록사본과 통장사본을 업로드 하라는 매우 의심스러운 체계라 망설여지고(이 사이버 범죄가 무서운 세상에? 주민증사본을?). 그럴 거면 그냥 블로그를 하는게 나은가, 이렇게 불평할 거면? 나는 오래된 책방 같은 브런치의 그 냄새가 참 좋은데.



다른 글쓴이 분들은 연재하기 기능을 어떻게 이용하고 계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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