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은 잡아떼보겠습니다

바보인 걸까 아니면 진짜로 믿는 걸까

by Presidio Library

윗집의 답장은 다음과 같았다.


안녕 S,
배관공 직원은 보고서에 써 놓은 것처럼 나에게 우리집 타일이 문제라고 와서 얘기한 적이 없다. 솔직히 말하면, 그 직원들이 6월에 방문했을 때 우리집 타일에 대한 어떤 테스트나 점검을 했다고 믿지 않으며 오히려 누수를 재실현해내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이유를 만들어냈다고 본다. 우리집 타일은 말짱해서 누수의 원인이라고 볼 수 없고, 특히 물이 새는 양을 보건대 더 그렇다. 나는 누수의 원인이 벽 안에 메인 파이프 문제라고 확신한다.


또, 또!

여기서 화가 나는 포인트는 4개다.

1. 배관공이 자기네한테 어디가 샌다고 조언이나 얘기를 해주지 않았다 (그짓말)

-> 직원이 말 했다고 보고서에도 써 놨다. 사람들이 여차하면 맨날 배관공/공사업자를 탓하기 때문에 이들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문서화 하는 것에 집착한다.


2. 배관공들은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누수를 재현해 내지 못했다 (그짓말)

-> 처음에는 못 하다가 오후에 2명이 같이 재현해 냈다. 재현해 낸 걸 직원이 비디오도 찍어갔다.


3. 무조건 내 잘못 아니고 건물 잘못이다. (우기기)

-> 메인 파이프 문제였으면 이 집이 이사 나가서 아무도 없을 떄는 물이 안 새다가 이 집이 공사한다고 물을 쓰자 마자 샐 수가 없다.


4. 그리고, 물 쓰지 말라고! 샌다고! 쓰지 말라고 했으면 고칠 때 까지 안 쓰겠다고 해야 할 것 아냐!


무조건 우기고 잡아떼고 있는 것이든지, 아니면 정말로 스스로 만들어 낸 허상을 믿고 있는 듯 했다. 무엇보다도 물이 지금 샌다는데, 상관도 안 하는 태도가 인간인가 싶었다. 화가 너무 많이 났지만 꾹 참았다. 여기서 답장을 해서 싸워봐야 답 없는 개싸움에 말리는 것 밖에는 안된다. 게다가 받는 이도 우리가 아니고 담당자 S이니, 지금은 일단 그가 어떻게 대응하는지 봐야했다.


S 에게서 답장이 곧 왔다.


아, 상황설명을 더 해 줘서 고맙습니다. 먼저, 이 문제를 해결 할 때 까지 욕조를 쓰지 않겠다고 확인을 해 주세요. 누수에 관해서는 저도 타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에 약간 동의하는 바입니다. 첨부된 비디오 (우리가 찍은 것)를 보면, 아마도 욕조에 연결된 파이프에서 새는게 아닐 까 싶네요. 그 쪽에서 배관공을 보내시겠습니까, 아니면 우리쪽(매니지먼트)에서 누구를 보낼까요?


그래, S는 윗집이 물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얘기를 쏙 뺀 것을 잡아내고 그걸 먼저 언급했다. 타일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에 동의하는 듯 하는 게 조금 마음에 걸렸으나, 일단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윗집은 자기네 문제가 아니라고 우기고 있는 상황이니 아마 매니지먼트쪽에 배관공을 새로 보내달라고 할 것이다. 윗집도 빠르게 답장을 했다.


우리 집에서 일하고 있는 업자에게 복도 화장실 욕조를 쓰지 말라고 해 두었다, 내가 이해하는게 맞다면, 벽 안쪽 파이프 문제는 건물의 책임이지 집주인의 책임이 아닌 것으로 알고있다. 그러므로 당신이 문제를 해결할 배관공을 보내는게 맞겠다.


그럼 그렇지. 어떻게든 돈을 안 들여 보겠다고 매니지먼트에게 배관공 문제를 토스했다. 이 메일 전에는 S가 타일 문제가 아님에 동의할 때 조금 거슬렸지만, 오히려 그렇게 약간 윗층의 편을 들어줌으로써 윗층도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다.


윗집이 참 답답한 것은, 비용을 피하겠다고 자꾸 모른척 하는데 그게 자살골이 될 확률이 아주 높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대체로 매니지먼트 회사처럼 업체와 계약을 맺어 보내는 배관공들은 개인 간의 거래보다 더 비싸게 청구한다 (법카로 사용하면 본인 돈 사용할 때 보다 좀 더 너그럽듯이.)


참 바보같은게, 본인들은 벌써 공사를 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이미 있는 배관공을 보내는 게 훨씬 쉽고 싸다. 만약 문제가 자기네 집 과실이 아니라면, 나중에 그 비용을 매니지먼트에 청구하면 될 일이다. 직접 고용해서 보내는 사람이 자기에게 유리하게 편들어서 대답을 해주기도 유리할 것이다. 막말로 본인이 업자를 고용해 뇌물을 주고 배관공이 빌딩 문제라고 해버리면 그것도 거지같지만 방법이지 않은가? 그저 눈 감고 시치미 떼기에 급급해 매니지먼트에 배관공을 보내달라는, 윗집 본인에게는 위험부담이 더 높은 방법을 선택한 셈이었다.









S는 알았다며 다른 배관공 업체에서 그 다음주에 사람을 보내기로 했다. 윗집은 그 날에 맞춰 자기네 부동산업자 (이전에 소리지른 사람 아니고 다른 사람이었다. 팀으로 일 하는 듯)를 보내놓겠단다. 우리가 원하는 약간의 목적은 일단 대충 달성한 셈이었다. 이제 배관공이 오기만을 기다리면 된다-



누수의 원인이 타일이든 아니든 중요하지 않다. 어쨌든 누구를 더 보낼 것이고, 이게 윗 집이든 빌딩이든 규칙에 따라 어쨌든 고쳐야만 할 것이고 우리가 돈을 무는 엔딩은 없을 것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배관공이 오기 전 날, 물이 또 새기 시작했다.





진짜 이 사람들 왜 이러는 지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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