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어떻게 된 걸까?
<배관공의 보고서>을(를) 획득했습니다!
보고서는 생각보다 훨씬 더 상세했다. 날짜, 총 작업시간, 가격 등은 물론이고 본 내용이 길게 서술되어 있었다.
(우리집 호수)에서 물이 샌다고 해서 (윗층 호수)에 가서 욕조에 물을 받아서 테스트를 했으나 원인을 찾을 수 없었음. 욕조 및 싱크대도 테스트했으나 원인을 찾지 못함. 그 윗층과 한 층 더 윗 집 까지 조사했으나 원인을 찾지 못함. 계속 테스트를 해 본 결과, (윗층호수)의 수도꼭지 근처 타일에서 물이 새는 것을 확인함. 윗집 주인에게 수리 관련 어드바이즈를 전달함.
"YES!!!!!!!!!!!!!!!!!!!!!!!!"
남편과 나는 소리를 질렀다. 빼도 박도 못하게 윗집 타일 문제라고 명시해 놨고, 윗집 주인에게 이야기도 했다고 써 있었으니 우리는 비로소 증거를 얻게 된 셈이었다. 그래, 이제는 진짜 그냥 팔고 떠나가게 내버려 둘 수 있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일 주일 전에 윗 집에 보냈던 이메일 (4화 참조)에 답장이 왔다. 물이 새고 몇 달 만에, 처음으로. 그것도 윗집 할머니와 아들의 이름으로, 말도 안 되는 내용이. 번역해 보면 이렇다.
너희 집 화장실에 물이 새서 참 안타깝게 생각한다. 우리 타일에 금이 갔다는 것은 너희가 조작해 낸 사실이다. 우리 타일에는 금이 가지 않았다. 너희도 기억하듯이, 너의 컴플레인으로 매니지먼트 회사에서 배관공을 보내 몇 번의 방문과 조사를 했었다. 몇 번을 시도했지만 그들은 너희 호수에 물이 새는 것을 재현해내지 못했다. 너희 집에 물이 새는 문제가 그 무엇이든, 우리 집의 책임이 아니다.
입에서 쌍욕이 나왔다. 뭐? 우리가 조작해 낸 사실이라고? 배관공 직원이 물이 새는 걸 재현해 내지 못했다고? 정신 나간 사람들 아니야 이거?!?!?!?!??!
이상한 게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분명히 윗집 할머니는 건강이 아주 안좋아서 '다른 세계에 있는 듯한' 상태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 이메일을 보낸 것은 이 집 아들이거나, 혹은 그 막말을 했던 부동사 업자일 가능성이 컸다.
그리고 이해할 수가 없었다. 배관공 직원이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이었다. 윗집에 왔다갔다 여러 번을 했고, 초반에는 찾지 못했지만 마지막에는 원인을 찾아서 윗집에 상세히 물을 쓰지 말고 수리하라고 이야기 했다고 했으니 그 말을 듣지 못했을 리가 없다. 그저 우리가 포기하기를 바라고 현실을 왜곡하는 건가? 아니면 정말 정신이 이상해서 기억을 못하는 병이 있나? 매니지 먼트 회사가 바뀌어서 기록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열이 끝까지 뻗쳤다. 몇 달 만에 처음 해 온 연락이, 뭐? 조작? 지금 조작이라고 했냐? 그러니까 이 사람들 뇌 속에는 우리가 상황을 조작해서 자기네를 몇 달 간 괴롭히는 사람이 된 모양이었다. 그래서 윗집 부동산업자도 전화해서 막할을 했나? 그냥 팔게 내버려두려고 마음 먹었던 우리도 화가 나서 답장을 하기로 했다. 우리에겐 배관공에서 받은 보고서가 있었다. 남편은 나중에 그냥 팔게는 내버려 둘 지언정 답장해서 너희들이 틀렸다는 건 꼭 바로잡아야 겠다고 했다.
정말 쌍욕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어디서 그짓말을! 하냐! 하고 소리지르고 싶었으나, 꾹 참고, 아주 사무적으로, 객관적으로 썼다.
당신의 상황 이해가 정확하지 않다. 배관공 회사에서 제출한 보고서를 첨부했으니 보기 바란다. 보고서에는 당신의 화장실에서 문제가 되서 물이 샌다는 것을 명시화했다. 또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당신과 소통했다고도 써 놓았다.
어떻게 상황을 해결했으면 좋겠는지 알려달라.
이들은 답장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리는 직감했다. 그래도 찔리라고 보냈다. 우리가 증거가 있을 줄 모르고 우리를 조작꾼(?)으로 몰아세운 것 같은데, 이렇게 증거를 보내면 자기네 책임이 되니 모른척 할 것이 뻔했다. 실제로도 잠수를 타서 답장이 오지 않았다. 그 막말 부동산업자가 전화를 해 올 법도 한데, 그러지 않았다. 아마, 한 번 일어나고 만 일이고 우리도 계속 기다려왔으니 우리가 조작한 일이라고 덤터기 씌운고 모른척 아무일 없다는 듯이 팔고 튈 생각이 아니었나 싶다.
참나, 이런게 바로 사기꾼과 재판에서 진실공방을 벌이는 피해자들의 마음인가? 그냥 새로운 이야기를 지어내서 얘기하면 그게 다 사실이 되어버리다니. 그저 얼른 윗집이 팔아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조작꾼에 이상한 사람까지 된 마당에, 증거를 들이밀어놨긴 했지만 그렇다고 우리 힘만으로 상대하기에는 말이 통할 리가 없는 상대라는 걸 너무 뼈저리게 느껴버렸다. 사실 약식고소를 해도 된다. 증거는 우리에게 있고, 고소가 걸려 있으면 집을 팔기가 터무니없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그 쪽에 훨씬 더 손해이다. 그런데, 그냥, 상대가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이 들자 얼른 나가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 컸다. 사람이 아닌 것은 상대하면 손해다.
어쨌든 윗집에는 아무도 안 살고, 그래서 물도 안 새니까. 얼른 팔고나가라!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얘기했다.
"It's leaking again" (물 또 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