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6월이었는데..
[부동산 업자의 풀네임과 전화번호를(을) 얻었다!]
턱턱 막혀있던 비디오 게임에 드디어 아이템을 얻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남편은 그의 이름을 검색했다. 부동산 업자라는게 사실 평판 장사라서 검색하면 이름에 소속에 연락처까지 다 공공연한 정보이기 때문에 이름만 알면 사실 연락하기는 어렵지않다. 찾아보니 이 근방에서 많이 이용하는, 큰 부동산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이었다. 남편이 문자를 보내보기로 했다. 여기 어느 건물에 아래 층 인데, 누수 관련해서 어떻게 되어가는지 친절한 톤으로.
"Oh he is calling" (오, 전화왔다)
부동산 업자에게서 바로 전화가 걸려왔다. 남편이 받았다.
통화에 의하면, 윗층은 아직 공사를 시작하고 마치려면 한참 멀었다며, 아직도 집 주인과 얘기하기가 영 어려워서 계속 알아보는 중이라고 했단다. 그래서 남편은 그럼 몇 주 후에 다시 연락 드리겠다, 했더니 그는 몇 주 도 아니다, 며칠 내에 연락 주겠다고 그럭 저럭 얘기를 마쳤다고 했다. 그닥 엄청 친절한 건 아니고 조금 귀찮은 것 같긴 했으나, 대화는 괜찮았다고.
미심쩍지만 어쩔 수 없다. 며칠 후에 연락을 준다고 했고, 이제는 우리도 그의 이름과 연락처를 아니, 여차 하면 우리가 연락을 줘도 된다. 하고 마음을 달랬다.
며칠 후 과연 연락이 왔을까?
ㅎㅎ 당연히 연락은 오지 않았다. 위층은 계속 공사를 해 댔고, 어느 날은 하루 종일을 넘어 저녁시간이 됐는데도 드릴 소리가 너무 시끄러웠다. HOA 규정에 의해서 드릴과 같은 큰 소음이 나는 공사는 저녁 4시인가 이후에는 할 수가 없게 되어있었다. 이러다가 벽이 무너지지는 않을까 경비 아저씨한테 가서 이야기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 사이에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경비아저씨였다.
"Is that you guys drilling?" (혹시 여기 드릴질 하나요?)
ㅋㅋㅋㅋㅋ 아래층에서 이미 벌써 신고한 모양이었다.
"No, It is upstiars. They have been doing construction. I was about to go talk to you" (아뇨, 이거 위층이에요. 거기 요즘에 계속 공사하고 있어요.. 안 그래도 지금 내려가서 아저씨한테 말씀드리려던 참이었어요) 나는 우는 시늉을 하며 하소연했다.
"Okay Okay." (알았어요)
아저씨는 다 안다는 표정으로 쿨하게 뒤돌아서 위층으로 올라갔고, 곧 드릴과 공사 소리가 멈췄다. 물론 그 날 저녁만.
계절이 바뀌었다.
9월 중순부터 10월 말까지 예정되어 있던 여행이 있어 우리는 띄엄 띄엄 집을 비웠으므로, 아마 그 동안 윗집은 공사를 계속 했을 것이다.
마침내 11월. 며칠 만에 연락준다면서! 웃기고 있네! 우리는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고 생각했다. 전에 보냈던 같은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물이 샜던 것을 배관공이 와서 그 집 타일이 원인이라고 찾아냈으니, 그 수리가 되었는지, 안 되었으면 어떻게 할 계획인지. 또 우리집 화장실 천장에 데미지를 입었으니 직접 누구를 고치러 보내줄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고치고 돈을 청구했으면 좋겠는지의 내용이었다. Please let us know- 같이 아주 사무적인 어투로 집 주인 할머니, 그 아들, 부동산업자에게 보냈다.
이메일을 보내고 생각해보니 우리는 어떠한 증거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 때 배관공이 매니지먼트 회사에 보고서를 올린다고 해서 그런 줄만 알고 있었는데 정작 중재를 해야 할 매니지먼트 회사는 쏙 빠져있지 않았는가.
그리고 결국엔 그 매니지먼트 회사는 잘렸고, 10월 말쯤 다른 회사로 계약이 바뀌었다. 물론 담당자도 새로운 사람 S. 우리는 S에게 이메일을 보내서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고, 그 때의 배관공 보고서를 찾아 줄 수 있겠느냐고 부탁했다. 그는 이제 막 이 건물을 맡은 참이라 지금 넘겨받은 서류만 8상자가 넘는다며, 시간을 좀 달라고 했다. 아니, 당일에 바로 이메일 답장이 오다니!!! 이 전에는 3일에서 1주일은 기다려도 답장이 올까 말까였는데! (ㅋㅋㅋ안다.. 당일에 답장이 오는 것이 얼마나 설레는 일인지 당신은 모른다..) 이 때가 금요일이었으니 우리는 천천히 기다리기로 했다.
다음 날 아침. 남편이 아침 일찍 필라테스를 하러 나갔다. 뭔가를 하다가 남편에게 부탁할 일이 있어 수업이 끝나고 걸어오는 시간에 맞춰 전화를 했는데 아무리 해도 전화 연결이 안됐다. 무슨일이지?? 하고 걱정이 조금 되던 찰나,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John(부동산 업자 가명) just called me. Oh my god, that was the most bizarre conversation I've ever had" (존이 방금 전화했었어. 오마이갓, 진짜 이상한 대화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