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e in ready의 중요성.
그 사람은 자기가 윗층 부동산 업자인데, 물이 샌다는 건 오늘 처음 들었단다. 남편은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를 하며 그에게 위층 집주인과 어떻게 소통하는지 물었다.
그는 아, 윗층 집주인 할머니는 건강이 아주 안 좋아서 커뮤니케이션이 거의 어렵고, 대부분 그 아들을 껴서- 아들이 휴대폰을 붙잡고 삼자 소통의 방식인듯 - 대화를 한다고 했다. 아들은 소통하기가 요상해(?)서 자기도 애를 먹고 있다고 했단다. 집이 수리를 안 한지 아주 오래 되었기 때문에 수리를 좀 해서 내놓으려고 하는데, 수리 허가를 받으려고 했더니 HOA에서 보증금으로 오천불을 걸으라고 했고, 그걸 집주인과 소통하느라고 어려움을 겪는 듯 보였다.
이 글을 처음 보시는 분이시라면-
- HOA관련해서는 이전 브런치 북 11화를 참조하시고
- 간단한 집 매매 과정에 대해서는 2화를 참조하셔라.
일단, 집을 팔 건데 왜 돈 들여가며 수리를 하냐고 물을 수 있다. 어차피 살 사람이 뜯어고칠텐데? 하고. 한국에서는 들어오기 전 도배와 같은 간단한 부분 인테리어부터 아예 싹 뜯어고치는 공사까지 하고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내부가 아주 하자가 있지 않은 이상은 대부분 집값에 영향을 적게 미친다. 여기서 미국 집매매 경향에 대해 약간의 이해가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Move in Ready", 즉 당장 들어가서 살 준비가 된 집이 인기가 있고 집 값에 영향을 많이 준다. 벽지, 바닥, 싱크대, 수납장과 같은 픽스쳐들은 기본이고 냉장고, 세탁기도 집 값에 포함이 경우가 많으며 심지어는 가구나 커튼까지 포함하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20-30년만 되었어도 오래됐다고 생각했으나, 여기에는 70-80년대 이후로 손 대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다. 집을 보러 다니면 이것은 2차 전쟁 전 유물인가? 스러운 가스레인지부터 냉장고까지 온갖 것들을 마주치게 되는데, 이 전 사람은 대체 어떻게 산 거지? 한 생각이 들 정도.
그 상태 그대로 리스팅을 해서 마켓에 내놓게 되면, 집 구매자들은 저걸 도대체 어디서 부터 뜯어고쳐야 할 지, 가뜩이나 일할 사람 구하기 어려운데 돈과 시간이 얼마나 들어갈 지 두려워 사려고하지 않거나, 집수리 해야 하는 공사만큼 값을 내려 부르게 되므로 희망하는 가격보다 집 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냥 그 상태로 팔아도 된다. 허나 같은 건물/같은 동네의 같은 구조 집이라도 "Move in Ready"이냐 아니냐에 따라서 1~5억 씩 차이가 나는 것도 본 적이 있으니, 큰 일인 셈이다. 업자들은 이를 노려 좋은 위치의 낡은 집을 싼 값에 사들여 리모델링 한 다음 비싼 값에 팔기도 한다. "Flipping houses (집 뒤집기)" 라고 한다.
그러므로 집을 판매할 때 엄청 급하지 않으면 그래도 cosmetic (보기에 예쁜) 정도의, 비교적 돈이 많이 들지 않는 공사는 해서 내놓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페인트칠, 새 냉장고/세탁기 등 가전제품, 새 카펫이나 마루 정도가 이에 해당한다. 본인의 의지에 따라 그 정도도, 퀄리티도 모두 다르다. 집주인이 직접 하는 경우도 있고 부동산 업자가 일임받아서 다 하기도 한다. 지금 공사할 돈이 없다면 부동산 업자가 공사에 판매용 가구 방 셋업까지 다 일단 하고 그 비용은 집 판매 후 부동산업자가 가져가는 방법도 있다.
윗 집의 경우는 마지막에 언급한 경우인 듯 보였다. 전에 윗층에 가 본 남편의 말에 의하면 손 본 지 엄청 오래 된 것 같아보인다고 했으니, 부동산업자도 좀 고쳐서 팔아야겠다는 결론에 이른 모양이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HOA측에서 건물을 훼손하는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서 보증금을 오천불이나 요구했다는 것이 좀 특수한 상황이기는 했다.
어찌됐든 존은 아, 그 화장실 (물이 새는 근원지) 욕조 근처에 페인트 업자가 에폭시를 바르기로 했으니, 그게 아마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했단다. 남편은 우리 욕조 천장도 데미지를 입었으니 그것도 고쳐야 한다고 언급했다고 했다. 일단 좋은게 좋은 거니, 그 사람은 그럼 어떻게 되어 가는지 자기가 알아보고 어떻게 되어가는지 연락 주겠다며 떠났단다.
남편은 나에게 전화로 있었던 일을 신나게 전달했고, 나는 조금 마음이 놓이는 동시에 또 걱정이 되었다. 일단 누군가 연락이 되었으니. 그리고 저 사람은 저 집을 팔아야 자기가 돈을 회수할 수 있으니 조치를 취하겠지 싶다가도, 아니 그냥 에폭시를 바른다고?? 그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나?? 대충 풀로 붙인거 같은 결관데 또 새면 어떻게하지? 하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더 답답했던 것은, 남편에게 그의 연락처를 받았느냐고 묻자 안 받았다고, 우리 번호만 줬다고 했다는 것이었다 ㅋㅋㅋ 아이고, 이 화상아.. 연락처를 안 받으면 어떻게 연락할 거냐.. 남편은 멋쩍어 하며 아앗.. 그걸 생각못했네.. 했다.
우리는 기다렸다. 뭐라고 대답이 오겠지.
시간이 지났다. 1주일 반인가, 한 달인가.. 물론 연락은 오지 않았다. 이제 여름이 다 지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위층 부엌쪽에서 어마어마한 소리가 들렸다.
부얶에서 뭘 부수는 소리가 하루 종일 나는 것을 보아하니 아마 새로 할 요량으로 부엌 장 전체를 깨부시고 있는 모양이었다. 소리가 정말 엄청났다. 우리한테 어떻게 할 지 알려준대놓고 그냥 집 공사를 시작한 모양이었다. 우리는 그쪽 연락처가 없고, 그 쪽만 우리 연락처를 가지고 있는 상황이니 우리가 궁금해도 물어볼 수가 없는 상황.
엇, 갑자기 번뜩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The realtor could be there if it's the first day of construction. If he is not there, at least the contractors should know his number!"
(공사를 시작한 거면 지금 윗집에 가면 그 부동산 업자가 있지 않을까? 그 사람이 당장 없더라도 공사하는 사람들은 연락처를 알고있을 거 아냐!")
남편은 오! 그렇다며 당장에 윗층으로 올라갔다.
얼마 후, 남편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I got it!"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