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미국에서 집 사는 대강의 절차
처음 복도 화장실 천장에서 물이 새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여름. 그렇다. 그동안 말이 없어 고쳐진 줄 아셨다면 크나큰 오산..
집샌물샌 1화 가 6월 말이었으니 지금은 벌써 5개월도 더 지났다. 분명히 배관공 직원은 어렵사리 고전하다가 윗집 타일에서 물이 샌다고 결론을 내렸고, 윗층에도 물을 사용하지 말고 고치라고 말해줬다고 하고 떠났다. 그러나 그 주말이 지나고 윗집은 바로 이사를 나갔다. 일단 물이 계속 새는 것은 아니니 우리는 윗집이 무어라 고친다 대답이 오기를 기다렸다.
윗집 청년이 준 명함으로 처음부터 문자와 이메일을 보냈으나 아무런 답장이 없었고, HOA 매니지먼트 회사도 (HOA가 뭔지는 집샌물샌 1화 참고) 아무런 대답이 없기를 몇 주가 지났다. 우리는 HOA 매니지먼트 담당자 K에게, 윗집 타일이라고 직원이 판명을 냈고 너도 보고를 받았을 테니, 이제 윗집이 적합하게 고치는지 확인은 해 달라, 또한 우리집 천장에 입은 대미지는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 이야기 해 달라- 하고 이메일을 보냈다.
몇 번의 이메일을 계속 무반응으로 대응하다가 결국에는 그 집이랑 직접 얘기하라는 하나마나한 답장을 보내왔다. 그 당시 HOA 담당자는 뭔 일이든지 대답이 없고 대응을 안 해서 주민들 다들 답답해 하는 중이었다. 우리는 그럼 윗집에 정식으로 우편을 보내 문의하기로 했다. 화가 나고 답답하지만 감정을 빼고 "Please let us know which way you would like to -" 같은 평이한 사무형 어투로, 1. 누수는 어떻게 수리할 것인지, 2. 우리집 천장은 어떻게 고칠 예정인지 - 본인이 누구를 보내든가 아니면 우리가 고치고 당신에게 청구하든가 원하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짧고 간단하게 써서 프린트 했다.
며칠 뒤, 편지가 되돌아왔다.
집주인이 돌려보낸 게 아니라 윗집에 사는 이가 없다고 우체국에서 반송된 것이었다.
으엉?
그럼 어디를 단기로 간 게 아니라 정말로 주소지를 빼버렸다는 게 된다. 그럼 목적은 세를 주거나 팔겠다는 건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아들의 전화번호나 이메일에서는 한번도 답장이 온 경우가 없고, 윗집에 아무도 안 산다니, 현재 된다는 연락처를 찾아야 했다. HOA와 프론트데스크에 이러이러해서 필요하니 연락처를 달라고 수소문 하기 시작했다.
프론트데스크에서 우리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이사 나갈 때 보니 원래 집주인인 할머니가 언뜻 보기에 건강이 매우 안좋아 보여서 어디 시설로 들어가는 게 아닌가 한다는 것과, 윗집이 집을 매매하기 위해 부동산 업자를 껴서 부동산 업자가 왔다갔다 한다는 것이었다.
두둥.
집을 판다고?? 저렇게 새는 거 모른척 하고 팔아버리면 우리는 또 다시 다른사람들은 상대해야하는데?
어찌저찌 연락처를 받았으나, 그건
건강이 아주 안좋아 보였다는 할머니의 이메일주소와 전화번호,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아들의 이메일주소와 전화번호,
그리고 현 주소지로 되어있는 우리 윗집 집주소
였다.
답답하기 이를 데가 없는 게, 이사를 나갔다면 HOA는 집 주인의 새로운 거주지 주소를 확보해 놨어야 했다. 인터넷에서 그 집 아들을 검색한 결과 뉴멕시코에 저렴한 집을 하나 소유한 것으로 보였고, 거기의 무슨 대학교에 지질학 박사과정을 밟으려고 하는 중이었다 (그래서 조개를 씻고 있었나). 그는 앞선 글에서도 보았듯이 남편이 처음 물 샐 때 올라가서 만났을 때부터 배관공이 와서 테스트 해 볼 때까지 시종일관 "모르겠는데" 나 "우리집은 아닌데"를 고집했던, 찜찜한 이였다. 일단은 받은 이메일 (집주인, 아들) + HOA 담당자 모두에게 앞서 보냈던 편지 내용을 이메일로 다시 보냈다.
우리는 HOA 담당자에게, '얘네 연락이 안되는 와중에 집을 내놓으려고 부동산 업자를 들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스토플 검사 (집 팔기 전 건물을 파손했나 하는 검사)를 철저하게 해서 누수를 고쳤다는 것을 확인하고 팔지 못하게 하든가, 집 판매 시 정보열람에 현재 문제 있는 누수를 반드시 명시하게 해 달라' 하고 추가로 이메일을 보냈다.
물론 그 누구도 답장은 없었다. 답답해서 미칠 노릇이었다. 집을 팔아버리면 어떻게하지?
주마다, 혹은 가구 수입이나 군 종사자에 따라 다 다르고 엄청 복잡하지만 그냥 간단하게 보면 미국에서 보통 집을 팔 때는 대강 다음과 같은 절차를 거친다.
1. 집을 내놓고 오픈하우스/온라인/오프라인 등을 걸쳐 사람들에게 홍보한다
2. 'Disclosure'라고 해서 집에 관련한 여러가지 정보를 써 놓고 구매 희망자들이 문의하면 보라고 보내준다. 원칙대로라면 여기에는 크고 작은 수리, 확장, 기타 문제들과 어떻게 해결이 되었는가가 솔직하게 써 있어야 한다.
3. 구매 희망자는 이것을 읽어보고 이것저것 따져 본 후 마음에 들면 가격을 제시하며 구매의사를 밝힌다. 이 때 기타 조건도 제시하는데, 이 때 'contingency'를 붙이는 경우가 많다. 이는 집을 검사해 보고 하자가 있거나 해서 구매희망자가 마음을 바꾸고 취소/가격을 조정 할 수 있는 조건을 의미한다.
4. 판매자가 마음에 드는 구매자를 선정한다. Bidding war (구매자가 돈을 계속 올려 부르는 경매전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5. 해당 구매희망자는 계약금 (보통 집 가격의 3%)을 보내고 협의한 기간 (30-90일) 내에 모기지 승인을 받아와야 한다.
6. 타이틀 컴퍼티와 모기지회사까지 말도 안되는 금액의 돈을 왔다갔다 밀당하며 머리를 다 뽑고 싶어지다보면 어찌어찌 끝이 나는데, 그걸 Closing이라고 한다. 그럼 소유권을 넘겨받(고 빚의 노예가 되)게 된다.
7. 판매자는 판매금액 - (판매자/구매자 부동산업자 비용 모두 + 부동산을 끼고 거기서 집을 고치고 꾸며서 팔았다면 그 비용 + 모기지 남은 빚) 을 최종으로 손에 쥐게 된다.
** HOA가 있는 집이라면 집을 팔 때 여기에서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 밀린 벌금이 있다든가, 건물에 하자를 초래했다든가, 규정에 맞게 검사를 받지 않았다든가 하면 판매 승인이 안 날 수 있음
자, 사려고 하는 집에 물이 샌다고 하자. 그럼 이걸 확인할 수 있는 때는 2번의 Disclosure와 3번의 contingency, 별첨의 HOA 승인이다.
2번 Disclosure에는 구매자 입장에서는 판매자가 몰랐다며 누락하고 안 쓰면 알 방법이 없다.
그럼 3번 컨틴전시로 하면 되잖아? 싶지만 문제는 샌프란시스코 베이지역에서는 이걸 붙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있다. 구매 희망자가 여럿일 경우, 집 주인 입장에서는 굳이 집을 점검해서 하자를 찾아서 취소/집값하락의 여지를 만드는 contingency를 붙인 사람을 고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5번에서 샌프란시스코에서는 판매자가 모기지를 받아오라고 주는 기간이 훨씬 짧아 보통 30-40일 정도이다. 이 기한을 못 지키면 계약금은 날라간다. 구매자 입장에서 이미 계약금을 냈다면 이 기간에는 모기지 때문에 정신이 없어 놓치는게 많다.
별첨의 HOA가 제 기능을 하면 좋은데 당시의 HOA 매니지먼트 직원인 K는 답장도 없고 빠져있는 상황.
이쯤 되면 윗집은 입 닦고 무시하기로 작정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물이 그 날만 샌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잘 안 봐서 몰랐을 뿐. 윗집에서 물이 새는 환청이 들리는 것 같고 너무너무 분했다. 매니지먼트 직원 K를 건너뛰고 HOA 윗선으로 가서 보고를 해야하나 윗집을 고소해야되나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렇게 두 달 즈음이 지났을 때, 짐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데 집에서 일하고 있던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윗집의 부동산 업자가 집에 찾아왔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