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또 샌다

그래도! 우리에겐! S가 있다!

by Presidio Library


윗집에는 사람이 살고있지는 않지만 공사중이었다. 드릴소리 망치소리 쿵쿵 거리는 공사소리가 어떨 땐 많이, 어느 날에는 작고 조용하게, 그렇지만 꾸준히 나 왔다. 불편하지만 얼른 팔고 나갈 수 있도록 협조를 해야 하므로 참아왔다.


윗집이 욕조에 물을 콸콸 틀어서 쓰면 우리집 화장실에서 그 콸콸 소리가 들리는데, 그 날은 남편이 집에서 일하다가 그 소리를 들었다. 남편은 혹시나 해서 욕실 천장 패널을 열었고 역시나, 물이 똑똑 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에는 그냥 물도 아니었다. 보아하니 contractor (리모델링 업자)가 페인트 칠을 하고 페인트를 씻는 모양이었는지 허옇게 페인트 섞인 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왜 이런 상황은 항상 내가 집을 비운 사이 벌어지는지. 남편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팔을 뻗어 휴대폰으로 가능한 한 파이프에 가까이 동영상을 찍었다. 우리는 천장이 더 손상되지 않도록 패널을 열어 물이 욕조로 떨어지게 두었다.


"We really tried to let it go so they can get out of here but, well, they dot't really help themsleves" 그냥 팔고 나가게 최대한 모른척 하려고 했더니, 대체 도와주질 않는구만

"Let's email S" S (빌딩 매니지먼트 담당자)한테 얘기하자"


남편과 나는 이 세상 답답해서 서로 얘기한 후 이 전에 S가 배관공 보고서를 보내줬던 이메일 라인에 이어서 답장을 썼다.


안녕 S,

윗 집의 업자가 오늘 뭘 씻느라고 욕조를 써서 물이 또 샜어. 물 떨어지는 비디오 찍은 걸 첨부할게.

윗집에 우리 천장 물 새게 하는 걸 해결할 예정인지 중재해 줄 수 있어? 또, 문제가 해결될 때 까지 물을 쓰지 않도록 확인도 해 줬으면 해. 도와줘서 고마워!


물론 실제로는 미국 존댓말로.



정말 놀랍게도 바로 "당연히 당장 알아볼게!" 하고 답장이 왔다! (이전 담당자는 무슨 답장을 들으려면 3일-일주일은 기본이었다) 얼쑤! 상세사항을 위해 몇 번의 이메일이 더 오갔는데, 그는 동영상을 보고는 타일 크랙에서 샌다고 하기엔 새는 물의 양이 좀 많아보인다며, 우리가 확실히 이유를 따로 알아낸 게 있는지 아니면 배관공의 보고서 대로 원인을 추측하는 것인지 물었다.


물론 우리는 배관공의 보고서에 기인한 결론이라고 답했다. 윗집은 최근에 우리에게 보낸 이메일에 자기네와 아무 상관 없이 딴 곳에서 새는 것이라고 우리가 타일을 "지어낸" 얘기라고 했다. 설사 물의 양이 많아서 그 원인이 벽 타일의 크랙이 아닐 지라도 이건 여전히 윗집의 문제일 수 밖에 없는게, 만약 다른 곳의 문제였다면 윗집이 이사 나가고도 그 동안에 계속 물이 샜어야 했다. 몇 달을 아무렇지도 않다가 딱 윗집에서 물을 쓰자 마자 바로 물이 새는데?



S는 알겠다고 했다. 잠시 후 이메일 하나가 더 왔다. 받는 이는 윗집 집주인 할머니, 우리가 CC된.


안녕하세요 00씨,
혹시 6월에 당신의 화장실에서 아랫집 화장실로 물이 샜던 것을 알고 계셨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당신의 욕조 밑에서 물이 또 새고 있어요. 첨부된 누수 비디오(남편이 찍은 것)과 배관공의 보고서를 보세요.
일단, 더 데미지가 생길지 모르니 문제가 해결 될 때 까지 욕조를 쓰지 마세요. 둘째로, 지금 물 새는게 새로운 누수인 지 그 전과 같은 누수인지 알아내야 합니다. 6월에 검사했던 데서 나온 타일 크랙 문제가 해결됐는지 아시나요?


S가 빠르게 움직여 줘서 좋았으나, 걱정되는 부분이 하나 있었다. 바로 윗집 할머니의 이메일 주소로만 이메일을 보낸 것. 여지껏 5개월 동안, 저 이메일에서는 답장이 한 번도 오질 않았고 들리는 말로는 할머니의 건강상태가 좋아보이질 않았다. 저기에서 이메일을 못 보고 (혹은 할머니 건강상태를 핑계대며 못 본 척 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윗집 업자는 계속 공사하면서 물을 쓸 것이고, 우리집 욕실천장에서는 물이 계속 샐 터였다. 우리는 S에게 전화를 걸기로 했다.


그는 무려 전화도 바로 받았다! (이 전 담당자는 전화를 걸면 절대 받지 않았다) 전화를 받았다는 환희(?)를 조금 누르고, 우리는 친근한 목소리로 좀 배경지식을 전해주겠다고 전했다.


"위에 말했듯 윗집 할머니가 건강이 안 좋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 이메일로 우리도 여러 번 연락하려고 했으나 연락이 안 됐다. 아들도 할머니도 지금은 저 멀리 다른 주에 산다. 지금은 팔려고 공사를 하는 상태라 부동산 업자가 여기서 담당하는데 우리한테 그 사람 연락처가 있다. 그동안 우리도 해결해 보려고 했는데 윗집이 소극적이어서 어렵다.


했더니 그는 쿨한 목소리로

"그럼 안 됐네, 자기는 매니저로서 누수가 정말 싫고, 문제 해결하려고 안 하는 집주인들을 정말 싫어한다. 만약 누수를 안 고치면 집 판매하도록 허가를 안 내줄 것이고, 그럼 매니지먼트 회사를 상대로 고소를 해야 할 텐데 그럼 돈과 시간 상상도 못 할 만큼 깨질 건데 그러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고 답하며 우리에게 그 집 아들과 부동산업자도 이메일에 더해달라고 부탁했다.


우리는 아무렇지 않은 듯 고맙다고 전화를 끊은 후 환희에 들떠 팔다리를 펄럭거렸다. 이메일 라인에 부동산 업자와 아들을 더해서 보냈다. 드디어! 드디어! 세상의 이치에 맞게 일을 하는 사람이 생겼다!! 아직 일이 해결 된 것도 아닌데 5개월 만에 드디어 희망이 보였다!!!!!!! 오예!!!!!!!!!!!!!! 계속 "YES! YES!"를 연발하며 작은 기쁨을 맛봤다. 상식이 통하는 사람이 있다니, 속이 다 후련했다.




그리고 세상에, 윗집에서 당일에 바로, 무려 2시간 만에 윗집 할머니 이름으로 답장이 왔다. 아니! 우리는 처음 답장 받기까지 4달 반이 걸렸는데!!!! 매니지먼트 담당자 이메일에는 무려 2시간 만에 칼같이 답장이 왔다. 물론 그 답장은 또 기가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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