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결)우리네 인생의 사이다란

톡 쏘는 청량함과 기분좋은 달콤함

by Presidio Library



S는 확실한 책임소재의 확답을 원했는지 다시 물었다.


물넘침방지구가 고장인 것이 누수의 원인인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합니다. 수리가 필요한 건가요?

-S


배관공 업체는 다시 한 번 확정해서 대답해 주었다.


그렇습니다. 우리 전문가에 따르면 그 욕조 부품이 닳아서 누수의 원인이라고 보고요, 배수구와 물넘침 방지구를 교체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윗집의 원인이라는 것이 확정되자 S는 발빠르게 움직였다. 윗집이 에폭시 칠을 마칠 때 까지 해당 수리를 정지하는 것은 물론, 위층에게 다 되면 반드시 알려주도록 이야기했다.



윗집의 답장은 어땠을 것 같은가?


바로 다음과 같았다.


우리집의 리모델링과 그 관련 인부들은 부동산 업자인 J와 C가 담당하고 있다. 그들과 상의하기 바란다.


...ㅎ


그게 다냐고?

5개월동안 자기네가 아니라고 지긋지긋하게 우기고, 이 전에 나온 배관공을 무능한 이들로 만들고, 우리를 그짓말로 이야기를 만들어내서 자기네를 협박하는 사람들을 만들어놓고, 뭐? 나는 집 공사를 담당하지 않으니 부동산업자에게 얘기하라고?







안타깝게도 그렇다. 저게 다였다. 윗집은 저 답장을 마지막으로 대답하기를 멈췄다. 책임을 지지도, 사과를 하지도 않겠다는 의지. "젠장, 들켰으니 내빼야겠군" 정도가 되겠다.






위층에게서 사과를 받지는 못했지만, 이대로 연재를 마감했다가는 독자분들께서 대거 구독을 끊어버릴지도 모른다. 약간의 통쾌한 순간은 남아있다. 돈은 내야지.



윗집주인에게,

배관공을 부른 것에 대한 비용 영수증을 첨부합니다. 배관공측에 직접 지불하시겠어요?

$295

추가로, 수리 플랜과 그에대한 영수증, 납부에 대한 영수증도 첨부합니다. (이전 화에 있었던 금액)


샤워기 교체 1450 + 배수 및 물넘침 방지구 $795


-S


다른 업체에서 배관공을 다시 부를 때, 윗집이 기어코 자기네 욕실은 문제가 없다며, 건물의 메인파이프 문제이니 건물측에서 부르라고 했던 것을 기억하는가?


결론이 자기네 집 욕조 문제로 판명이 났으니, 배관공을 부른 그 비용은 이제 자기네가 내야하는 상황이 되었다. 한치 앞도 못보고 그렇게 우겨대더니. 저 295불은 몇 시간치가 아니라 빌딩에서 부른 업체의 배관공의 1시간 사용료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협조 좀 덜 하고 오래 걸리도록 둘 걸 그랬다ㅋㅋㅋㅋㅋ


그랬더니 윗집 부동산업자중 한 명인 C에게 답장이 왔다.



안녕하세요 윗집 집주인 & S,

배관공과 어제 다시 얘기를 해 봤는데요, 수리에 필요한 총 비용은 $795 입니다. $1450 짜리는 구조상 추천하는 것이지 꼭 해야되는 건 아니래요. 질문이 있으면 연락주세요.


이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돈을 아껴보겠다고 최소한으로 필요한 것만 수리하겠다고 하는 저 찌질함을 보라. 게다가 배관공을 부른 비용인 $295는 아직도 이해를 못해서, 이를 어떻게 지불하겠다는 것에 대한 답장도 하지 않았다.



그 이후로도 윗집 공사하는 사람은 또 물을 썼고, 물이 또 샜다. 우리는 너무 빡쳐서 결국 남편이 윗층에 가서 업자에게 직접 얘기했다. 그는 "배관공이 왔다가지 않았냐, 그래서 써도 되는 줄 알았다" 라는 헛소리를 해댔다. 우리는 S에게 또 얘기했고, 이쯤 되어서는 그도 너무 지긋지긋해서 왜 자꾸 물을 쓰냐고 윗집에게 계속 물이 새면 이제부터는 우리집 수리비를 청구하겠노라고 이메일을 보냈다. 물론 윗집은 아무도 답장을 하지 않았다. 물은 더 새지 않았는데 그건 윗집이 뭘 단디 해서가 아니라, 남편이 업자에게 직접 찾아가 면전에서 따졌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일주일 정도 후, 갑자기 배관공에게서 언제언제 가겠다고 전화가왔다. 뭔가 했더니 수리를 하러 왔다고 했다. 그들은 우리집 화장실 천장 패널을 통해서 윗집 배수구/물넘침방지구를 교체하고 돌아갔다. 한 두시간 쯤? 얼마 걸리지도 않았다.







윗집은 이사를 나가고 6개월이 넘은 지금까지도 아직도 집을 내놓지 못했고, 공사를 하면서 소음으로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이상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1. 분명히 아무도 살지 않아야 하는데, 밤 열두시, 새벽 2-3시에 사람소리와 구두발자국 소리, 약간의 망치소리가 나는 때가 있었다. 남편이 경비아저씨에게 이야기하니 그 분이 윗집에 일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눴고, 마침 어느 날 윗집에서 일하던 공사업자(?)가 로비를 빠져나와 밤 열시 쯤 집에 가는 걸 발견했다. 그는 젊은이에, 룰루레몬 모자와 운동복을 입고, '캘리포니아'가 쓰여있는 해변 토트백에 들은 공구와 사다리를가지고 로비를 빠져나와 앞에 주차되어 있던 고급 세단을 몰고 사라졌단다.


우리 아빠도 리모델링 업자지만, 룰루레몬 운동복을? 공구를 해변토트백에 넣어서? 사다리를 고급 세단에 싣고? 밤 열시까지 일을 한다고?.? 공구와 장비는 업자의 프라이드인데..? 해변토트백에 넣어다닌다고? 사다리를 세단에 실으면 차에 기스날텐데? 아니, 그것보다, 가뜩이나 사람 구하기 어려운 샌프란시스코에서 밤 10시나 새벽까지 일할 업자가 있다고??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림이 요상했다. 업자가 아니고 친구 부동산업자인데 손재주가 있는 사람을 불렀나? (물론 이러면 아파트 규정위반이다. 규모가 큰 집 수리를 할 때에는 라이센스 넘버가 있는 정식 업자를 써야만 한다. 아잇, 규정위반은 이것 외에도 더 있다. 평일 오후 4시 이후에는 공사를 하지 말아야하니 이 사람이 그 시간에 공사를 하다가 나왔다는 자체가 위반이다)


2. 공사를 하려면 도시 건설과(?)에 퍼밋을 신청해야 하는데, 퍼밋은 오픈된 정보라 아무나 찾아서 열람할 수 있다. 남편이 찾아봤는데, 윗집 리모델링 공사 퍼밋에 드는 비용으로 $12,000을 써서 받았다고 한다. 이게 상당한 비용처럼 보이겠지만 여기서는 그렇지 않다. 예전에 우리집 화장실 하나를 공사할 때 남편이 10,000를 써서 냈더니 담당자가 너무 적다며 18,000으로 쓰래서 그렇게 바꿨었댔다. 또 최근에 2층에 새로 리모델링을 하는 집이 있는데 그 집 퍼밋을 보니 $80,000으로 나왔다. 윗집은 같은 구조의 2층 호수 보다 7분의 1 가격을 써서 낸 셈이다.샌프란시스코에서 집 전체 리모델링을 하면서, 12,000불로 한다고? 자재 값도 안나오겠는데???


3. 윗집이 6개월 째 비어있으면서 공사를 해 왔다는 점에서, 도대체 돈을 어떻게 조달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아무리 집주인이라도 우리 아파트 관리비+집 소유 세금만 따져도 매 달 최소 2000불은 계속 줄줄 새고 있을 것이며, 옛날에 저렴할 때 샀더래고 아직 모기지라도 남았다고 치면 그 금액이 매달 3-4000불은 될 것이다. 게다가 공사를 계속한다고 치면 자재값에,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리모델링업자들이 부르는 게 값이기 때문에 그 비용만 몇 천 불은 훌쩍 넘을 것이다. 우리의 경험상 윗집은 업자가 밤에도 일을 하고 있었고 그럼 더 비쌀 텐데. 그럼 토탈 아무리 적어도 한달에 5천불에서 1만불일 텐데, 도대체 아파서 병원에 있는 할머니와, 지질학 대학원생인 아들내미가 도대체 저 비용을 매 달 어떻게 부담하고 있는 것인가?







우리 모두는 인생에서 사이다를 원한다. 그동안 먹은 고구마를 싹 내려줄 청량한 사이다를. 권선징악. 선은 승리하고 악은 벌을 받고 (기왕이면 달콤한 금융치료로다가) 사과하는 엔딩을.



하지만 실제의 삶에서 선과 악은 모호하다. 모두가 자기의 입장에서 자기에게 싫은 소리 하는 이는 악이고, 그걸 당해아 하는 자기는 선이다. 게다가 선과 악은 그렇게 칼로 자른 듯 명확하지도 않다. 내 입장에서 '악'이 망한다고 해서 그게 나에게도 이득이 된다는 법은 없다.


이 상황도 딱 그랬다.


물이 샌 것의 원인은 윗집이었다. 우리는 원인을 고치려고 연락하고자 애썼고, 그들은 5개월 반 동안, 모른척하고, 잡아떼고, 우리를 거짓말쟁이라고 몰아세우며 버텼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물소리만 들려도 가슴이 답답할 만큼 스트레스 받는 날들이었다. 새로운 매니지먼트 담당자가 오면서 급물살을 탔고, 윗집은 결과적으로 원인을 고쳤으며, 1100불 정도의 비용을 뱉어내게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처음의 규모있던 누수로 데미지를 입은 우리집 천장은 그대로다. 더 이상 싸우고 싶지 않아서 누수의 원인을 고친 것에서 만족하고 그냥 'let it go', 보내주기로 했다. 윗집에 고소라도 해서 계속 싸우고, 집도 못 팔게하거나 똥값을 받게 하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윗집이 망해서 집을 똥값으로 처분하고 나가면, 바로 아래층에 사는 우리집 집값 예상액에도 영향을 끼쳐 우리도 막대한 손해를 본다. 윗집이 인테리어를 잘 해서 비싸게 팔고 나가면 그게 우리에게도 이득인 이상한 상황. 우리를 괴롭힌 사람들의 성공을 바래야 하는 상황.


그렇다. 우리는 고구마에 사이다를 원하지만, 의사가 권하는 것은 아마 미지근한 물일 것이다. 인생에서 사이다만 고집할 수는 없다. 인생은 더 복잡하고, 해결책은 닝닝미지근한 물이겠지만 받아들어야 할 때도 있다. 사이다가 달콤하고 청량한 만큼 당분함량이 너무 높에서 건강에는 안 좋으니까.




-The End-








인줄 알았는데- ㅋㅋㅋㅋㅋㅋ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째 갑자기 에디터픽 신작 프런치북에 소개가 됐다 싶었더니.. 이야기가 더 있습니다. 2024년 6월 말 현재, 이번에는 과연 사이다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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