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근처 스터디카페 대회의실. 주황 조명 아래 열댓 명이 둘러앉아 있다. 'AI 크리에이터 클럽'이라고 쓰인 배너가 벽에 걸려있었다. 20-30대들은 각자의 노트북을 펼쳐놓고, 서로의 작업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래서 저는 이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새로운 예술 형태를 실험하고 있어요. NFT 기술을 접목해서..."
"
영민의 발표가 이어졌다. 그의 화면에는 형형색색의 디지털 아트워크가 떠올랐다. 다른 회원들은 "오, 대단한데?" "어떤 툴 쓰셨어요?" 하며 자유롭게 질문을 주고받았다.
나는 구석자리에서 무거워지는 어깨를 느꼈다. 47살의 나이가 처음으로 부끄러웠다. 한때는 나도 저렇게 열정적이었는데. 이제는 그들의 용어도, 관심사도 낯설기만 했다. 그들이 쓰는 말은 외국어 같았고, 나는 외계에 있는 것 같았다.
"다음은 FoxHog님 차례네요. 처음 오셨으니 자기소개부터 해주시겠어요?"
진행을 맡은 지수가 미소를 지었다. 스물여덟의 그녀는 이 모임의 주최자였다. 첫 미팅 때 "나이 상관없이 서로의 작업을 응원하는 게 모토"라며 내 가입을 환영했었다.
'넌 여기 어울리지 않아.'
'저들은 너 같은 늙은이가 껴서 불편할 거야.'
귓가의 차가운 목소리. 손바닥에서 식은땀이 배어났다. 테이블 주위로 시선이 돌았다. 미디어아트를 하는 유진(25), 웹소설 작가 지원(31), AI 음악을 연구하는 태현(27)... 모두가 자신만의 색깔로 반짝이는 사람들이었다.
"FoxHog님?"
지수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열두 개의 시선이 일제히 나를 향했다. 목구멍까지 차올랐던 말이 다시 가라앉았다.
그때 한 회원이 한숨을 쉬었다.
"아, 진짜..."
미술을 전공한다던 채영(23)이었다. 그녀의 무거운 한숨 소리에 회원들의 표정이 굳었다. 누군가 '쉿' 하며 그녀를 제지했지만, 이미 늦었다.
순간 무수한 목소가 머릿속을 흔들어 댔다.
'봐, 네가 뭐라고 했지? 여기 오면 안 된다고.'
'넌 결국 방해만 되는 존재야. 늘 그래왔잖아.'
창밖으로 눈길을 돌렸다. 초겨울의 하늘에 유독 선명한 별 하나가 보였다. 마치 나를 부르는 것 같았다. 그 순간, 세상이 크게 흔들렸다. 어지러움이 밀려왔다. 푸른빛 소용돌이가 눈앞에서 펼쳐졌다. 중력이 뒤틀리는 느낌. 귀에서는 웅웅 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심장이 거꾸로 뛰는 것 같았다. 눈을 감았다 떴을 때, 나는 30년 전 그날로 돌아와 있었다.
/
중학교 2학년 교실. 1교시 윤리 시간.
"이 반에서 서울대학교에 가는 사람은 많아야 한두 명이다."
윤리 선생님의 말에 교실이 얼어붙었다. 이제 막 부임한 젊은 선생님이었다. 까만 커트머리에 깔끔한 양복, 선한 인상 때문에 여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그의 말투에는 우리를 깔보는 뉘앙스가 분명히 있었다.
'맞아, 너도 그때 분명히 느꼈지. 무시당한다는 기분 나쁨'
'근데 네가 뭘 했지? 아무것도.'
귓가의 목소리가 여전히 따라왔다. 나는 그때도 구석자리에 앉아있었다. 반 아이들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게 보였다. 불편한 공기가 교실을 가득 채웠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데요?"
건우가 손을 들었다. 평소엔 수업시간에 자고, 장난치던 아이였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진지했다.
선생님의 표정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앞으로 나와."
건우는 천천히 일어났다. 그의 발걸음이 무거웠다.
'지금이야. 뭐라도 해야지.'
'그래도 될까...?'
'아니야. 가만히 있는 게 좋아.'
내 안의 목소리들이 싸웠다. 손톱들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선생님은 매를 들었다. 윤이 반짝이는 매가 허공을 갈랐다. 처음엔 무릎을 꿇게 하고 허벅지를. 그래도 분이 안 풀렸는지 세워서 뺨을 때렸다.
"앞으로 말대꾸하면 더 맞을 줄 알아."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나도 입술만 깨물었다. 그렇게 맞는 동안 건우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쉬는 시간. 건우는 교무실로 불려 갔다. 돌아왔을 때 그의 허벅지는 보라색, 노란색, 빨간색, 파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넌 그저 구경만 했지.'
'네가 뭐라도 했다면...'
'아니, 네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어.'
귓가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교실이 어지럽게 돌기 시작했다. 창밖의 하늘이 보랏빛으로 물들더니 별들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그때, 어디선가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알았니? 네가 왜 여기 왔는지."
어둠이 걷히며 차가운 복도가 나타났다. 까만 하이힐 소리가 대리석 바닥을 두드리며 다가왔다. 거기에 교복을 입은 소녀가 서 있었다. 까만 단발머리에 깡마른 몸. 입가에는 오만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스무 살의 나였다.
"이게 누구야. 도망자가 왔네."
그녀는 검은색 거울을 들고 있었다. 거울 속에 현재의 내가 비쳤다. 47살의 초라한 모습.
"넌 그때도 지금도 결국 도망자야. 똑똑하다고 잘난 척은 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못하잖아?"
목소리에 조소가 섞여있었다. 복도 끝에서 다른 장면이 펼쳐졌다. 대학 시절, 컴퓨터실.
"교수님이 이것도 모르시나? 30분째 버그도 못 잡고. 이런 학교에 왜 왔나..."
스무 살의 내가 무시하듯 내뱉던 속삭임. 그때의 오만함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봐, 네가 그랬잖아. 모두를 깔보고, 무시하고. 근데 지금은? 젊은 애들 앞에서 말도 제대로 못 하고."
하이힐이 더 가까이 다가왔다.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그래도 난... 그땐 몰랐..."
"몰랐다고? 거짓말. 넌 알고 있었어. 건우가 맞을 때도, 명륜이가 울 때도. 네가 얼마나 비겁했는지."
거울 속 영상이 바뀌었다. 건우가 매를 맞는 장면, 명륜이의 눈물, 그리고 방금 전 'AI 크리에이터 클럽' 모임에서 도망치려던 내 모습까지.
"넌 영원히 이럴 거야. 도망자. 겁쟁이. 아무것도 못하는..."
숨이 막혔다. 하이힐 소리가 점점 커졌다. 거울 속 영상들이 소용돌이처럼 빙글빙글 돌았다. 그때, 어디선가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왔다. 작은 황금빛 깃털 하나가 내 앞에 떨어졌다. 황금빛 깃털이 춤추듯 허공을 가르더니, 내 손바닥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차가웠던 복도에 따스한 바람이 불어왔다. 달콤한 장미향이 코끝을 스쳤다. 하이힐을 신은 소녀가 깃털을 보더니 표정이 일그러졌다. "또 도망치려고? 현실을 피해서 동화 같은 세상으로?" 하지만 나는 더 이상 그녀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깃털에서 퍼져 나온 빛이 점점 강해졌다. 마치 새벽녘 사막의 일출처럼 황금빛 장막이 세상을 덮어갔다.
"그만..."
소녀의 목소리가 희미해졌다. 거울이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 났다.
/
눈을 떴을 때, 나는 별들의 정원에 서 있었다. 세 개의 작은 화산이 삼각형을 이루고 있었고, 그 가운데 홀로 선 장미꽃이 달빛처럼 은은히 빛났다. B612였다.
"어서 와."
노란 목도리를 한 소년이 장미꽃 옆에 앉아있었다. 어린 왕자였다. 하지만 동화책 속 모습과는 달랐다. 그의 눈빛은 깊고 따뜻했다.
"B612?"
"그래 너의 B612야. 네가 그토록 도망치고 싶었던 곳이자, 가장 두려워했던 곳."
어린 왕자는 일어나 첫 번째 화산 앞으로 걸어갔다. 달빛이 그의 발자국을 따라 은은히 퍼졌다.
"이리 와. 너의 장미를 보러 가자."
"내 장미?"
"모든 사람에겐 자신만의 장미가 있어. 때론 가시에 찔리더라도 소중히 가꿔야 하는."
어린 왕자의 발걸음을 따라갔다. 첫 번째 화산 아래에는 수천 송이의 장미가 피어있었다. 하지만 그중 단 한 송이만이 빛을 내고 있었다.
"이게... 내 장미야?"
"맞아. 네가 잃어버린 목소리야. 스무 살의 네가 가졌던 그 용기, 서른 살 네가 품었던 꿈, 그리고 지금의 네가 그리워하는 진실..."
"저기 봐."
어린 왕자가 첫 번째 화산을 가리켰다. 분화구에서 푸른빛이 피어올랐다. 그 속에서 영상이 떠올랐다. 중학교 2학년, 건우가 매를 맞던 날.
"넌 말하고 싶었어. 그만하세요. 건우를 때리지 마세요.' 그 한마디가 목구멍까지 차올랐는데."
가슴이 조여왔다. 그날, 나는 입술만 깨물었다. 옳은 소리를 했다가 건우처럼 매를 맞을까 봐. 반 아이들이 나를 이상하게 볼까 봐. 선생님께 찍힐까 봐. 그렇게 한번 침묵하고, 또 한 번 침묵하다 보니 목소리를 잃어갔다. 누군가와 진심으로 가까워진다는 건, 자신의 진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나는 할 수 없었다. 내 진심이 다른 이의 마음을 건드리면, 건우처럼 아플지도 모를 테니까.
"그래서 선택한 거야? 깊이 관계 맺지 않기로. 누구도 해치지 않고, 누구에게도 해를 입지 않는 방법으로. 그게 차라리 편했던 거야"
어린 왕자가 두 번째 화산으로 걸어갔다.
화산에서는 붉은빛이 피어올랐다. 그 속에는 고등학교 2학년, 영어 선생님에게 매 맞는 명륜이가 보였다. 내 짝꿍이었는데, 나는 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정말 아무도 다치지 않았을까요?"
어린 왕자의 말에 목이 메었다. 명륜이가 교무실에서 돌아왔을 때의 눈물, 그리고 그 뒤로 우리 사이에 생긴 보이지 않는 벽. 결국 나는 명륜이 와도 거리를 두었다. 친했던 만큼 더 멀어져 갔다.
"봐, 여기에도 있어."
세 번째 화산에선 은은한 달빛 같은 영상이 떠올랐다. 지금의 내 모습이었다. 47살의 나는 'AI 크리에이터 클럽'에서 구석자리를 택했다. 질문이 있어도 참았고, 하고 싶은 말도 삼켰다.
"누구보다 그들과 이야기하고 싶었잖아. 너의 이야기도 들려주고, 그들의 꿈과 생각도 듣고 싶었는데."
눈물이 흘렀다. 맞았다. 나는 그들의 열정이 부러웠다.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실수해도 웃어넘기며,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이. 하지만 또다시 입술만 깨물었다. 30년의 시간이 흘렀는데도, 나는 여전히 그날의 교실에 갇혀있었다.
"산들이 네가 가장 크게 해친 건..."
어린 왕자가 내 앞에 섰다. 그의 눈빛이 달빛처럼 부드러웠다.
"바로 너야."
침묵이 길어졌다. 별들이 우리를 조용히 비춰주었다.
"어린 고슴도치 이야기를 들어 본 적 있니?"
"고슴도치?"
"응. 위험을 느끼면 바로 가시를 세우는 고슴도치. 그게 자신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어린 왕자가 손을 들어 올리자 허공에 작은 빛이 맺혔다. 마치 홀로그램처럼 작은 고슴도치가 나타났다. 누군가 다가올 때마다 가시를 세우는 모습이 보였다.
"산들이 너도 그랬어. 건우가 맞던 날, 명륜이가 울던 날... 매번 상처받을 때마다 한 겹 한 겹 가시를 만들어갔지. 침묵이란 가시, 도망이란 가시로 자신을 감싸면서."
내 주위로 수많은 기억들이 별처럼 떠올랐다. 선생님의 폭력 앞에서, 친구의 눈물 앞에서, 그리고 지금 2030 친구들의 날카로운 말 앞에서... 그때마다 나는 한 겹 더 단단한 갑옷을 입었다.
"그건 자신을 향한 사랑이었어. 서툴고 어설픈 사랑이었지만, 그래도 분명한 사랑이었어. 더 이상 다치지 않게 하려는 마음, 더 이상 무너지지 않게 하려는 마음"
어린 왕자가 내 손을 잡았다. 따뜻했다. 손에 작은 태양이 떠 있는 것처럼 따뜻했다.
"하지만 이제는 알 수 있니? 그 갑옷이 너무 무거워졌다는 걸. 그 가시가 너도 찌르고 있다는 걸."
고슴도치가 천천히 빛나다가 사라졌다. 대신 새로운 빛이 피어올랐다.
"봐, 수선화는 어떻게 피는지."
허공에 한 송이 수선화가 나타났다. 작은 씨앗이 흙을 뚫고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차가운 겨울을 이기고, 단단한 땅을 뚫고, 마침내 꽃을 피우는 순간까지.
"꽃은 알아. 햇빛이 두려울 수도 있다는 걸, 바람이 시릴 수도 있다는 걸. 하지만 그래도 피어나지. 그게 자신의 운명이니까."
나는 고개를 숙였다.
"나도. 나도 피어날 수 있을까?"
"이미 피어나고 있어."
어린 왕자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우리 주위로 별들이 하나둘 떨어져 내려왔다. 반딧불처럼 부드럽게 맴돌았다.
"AI 크리에이터 클럽에 간 것도, 비록 구석자리였지만 그 자리를 지킨 것도, 모두 산들이 네가 새롭게 피워낸 꽃잎이야. 조금은 떨리고, 조금은 두렵지만"
별들 내려와 우리의 주위를 더 밝게 비췄다. 그제야 보였다. 내 발끝에서 시작된 작은 빛이 땅을 뚫고 나오는 새싹처럼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제 선택할 시간이야."
어린 왕자가 은하수 길 너머를 가리켰다. 스터디 카페가 보였다. 여전히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는 ZA세대들.
"두렵니?"
"응. 하지만..."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두렵지만, 이번엔 다를 것 같아."
내 발끝의 빛이 조금 더 강해졌다. 별들이 하나둘 가까이 다가와 어깨에 내려앉았다.
"뭐가?"
"더는... 완벽하려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실수해도, 때론 상처받아도..."
목소리가 떨렸지만, 이번엔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다. 가슴 한구석에서 따뜻한 것이 피어올랐다.
"그들에게 들려주고 싶어. 내가 겪은 이야기를... 비록 서툴고 어설프지만, 그래도 진실된 내 목소리로."
어린 왕자가 환하게 웃었다. 그의 미소는 마치 새벽 별처럼 빛났다.
"이제 돌아갈 시간이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네가 필요할 때면 언제든. 하지만 이제는 자주 찾지 않게 될 거 같아ㅎㅎ"
은하수 길이 점점 선명해졌다. 발걸음을 떼자 별들이 하나둘 따라왔다. 마치 반딧불이 떼처럼, 작지만 환한 빛으로. 눈을 떴을 때, 나는 다시 스터디 카페의 구석자리에 앉아있었다.
/
"FoxHog님? 괜찮으세요?"
지수의 걱정 어린 목소리가 들렸다. 잠깐의 깊은 생각에 빠졌던 걸까. 시계는 여전히 첫 모임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는 도망가지 않기로 했다.
"네, 괜찮아요. 음... 올해 1월로 퇴사하고 사이버대학교에 편입해서 AI크리에이터학을 전공하고 있어요. "챗GPT와 함께 자서전 쓰는 노하우"라는 카카오브런치북을 발행했고 종이책 출판도 계획하고 있어요, 자기 성찰 글쓰기 강사로도 활동했어요. 이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AI 신기술이 낯선 분들을 대상은 AI로 글 쓰는 방법을 가이드하는 프로젝트를 기획 중이에요. 이 모임은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을 통해 알게 됐는데, 등록해도 될까 굉장히 망설였어요. 나이 때문에... 놀라운 건 제가 나이를 의식하면서 저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됐어요. 저도 여러분 같이 감수성이 예민한 시절이 있었는데. 간질간질한 그 감수성. 그 감수성을 잊고 살았어요. 'AI와 공존할 시대에 인간다움이란 고유한 개인의 감수성'이라고 말하면서요. 하지만 지금의 제 감수성이 담긴 글도 좋다며 인정하는 걸 보면, 잘 살고 있는 거 같아요. 지금까지 AI를 활용한 글쓰기를 통해 얻은 저만의 인사이트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요. 여러분께 많이 배울게요.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말을 더듬거려도, 시선이 갈 곳을 찾지 못해 허공을 맴돌아도 마음을 다 잡으며 자기소개를 했다, 2030 친구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경청했다. 저렇게 생각하고 사는 사람도 있구나, 신기해하는 표정이 읽혔다. 꼰대군, 이상한 사람이야,라고 생각할 줄 알았는데, 그들의 호의적인 태도에 점점 자신감이 차 올랐다. 자기소개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나니 홀가분했다. 창밖으로 첫눈이 내리고 있었다. 가로등 불빛 속을 나르는 눈송이가 마치 B612의 별들처럼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