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만 나오면 잠 못 이루는 당신. 이제 호텔 선택의 기준을 바꿀 때다.
호텔에 가는 이유는 정말 많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하나다. ‘잠을 자기 위해서’
그렇지만 밖에 나가면 왠지 내 집만 못하고, 잠도 안 오는 거 같고, 자고 나서도 개운치가 않다고?
사실 내가 그랬다. 웨스틴 조선호텔에 가기 전까지.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자고 일어난 다음날, 눈 뜨자 마자 ‘웨스틴 조선호텔 침대’를 검색했다.
자면서 족히 서너번은 깨는 내가 아침까지 한 번도 깨지 않고 쭈우우우욱 꿀잠을 잤기 때문!
‘아니, 이거 대체 무슨 요망한 침대야?’
밖에만 나오면 잠 못 이루는 당신. 이제 호텔 선택의 기준을 바꿀 때다.
내 꿀잠을 책임져 줄 수백,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최고급 침대를 호텔에서 만나보자.
‘시몬스 침대? 우리집에도 있고 옆집 영희네에도 있고 윗집 철수네에도 있는 그 시몬스 침대?’ 라고 반문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들리는 것만 같다.
미안하다. 그 시몬스 침대 맞다. 국내 침대 시장 만년 2위 기업이, 호텔 침대 시장에선 무한 독주 중이다.
현재 서울에만 5성급 호텔 17곳에 침대를 공급하며 70%에 가까운 점유율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시몬스 침대라고 다 같은 시몬스 침대라고 생각한다면 오산!
뷰티레스트 블랙은 시몬스의 프리미엄 제품이자 최상위 컬렉션.
국내 자체 생산 시스템으로 시몬스만의 독보적인 매트리스 설계 노하우를 집약시킨 삼중 나선 구조의 케이블 코일이 섬세하고 세련된 지지력을 구현한다.
매트리스와 프레임 조합에 따라 500만원부터 2000만원 대에 이른다.
△WHERE? 시그니엘 서울 로얄 스위트룸, JW메리어트 서울 379개 전 객실
* 저렴한(?) 가격에 뷰티레스트 블랙을 경험하고 싶다면 아묻따 JW메리어트 서울.
* 참고로, 시몬스의 상위 컬렉션인 ‘그냥 뷰티레스트’는 신라호텔 전 객실과 롯데호텔 서울 이그제큐티브타워 전 객실에서 만나볼 수 있다.
본래 PB상품이란 이렇다.
그런데, 침대도 PB상품이 있다.
△웨스틴조선호텔 : ‘헤븐리 베드 Heavenly Bed’
내가 꿀잠 ‘때렸던’ 웨스틴조선호텔의 침대는 본래 ‘헤븐리베드’라는 침구로 유명했다. (어쩐지…)
이 헤븐리베드가 바로 시몬스와 합작한 PB상품이었다는 사실!
즉, 웨스틴조선호텔이 시몬스에 투숙객을 위한 맞춤 침대 제작을 요청했고 시몬스가 호텔 측의 요구사항을 반영하여 생산한 게 헤븐리 베드인 것이다.
△포시즌스호텔 서울 : ‘포시즌스 베드 Four Seasons Bed’
포시즌스호텔은 매트리스의 취존 시대를 열었다. 시몬스와 합작해 ‘포시즌스 베드’라는 자체 침대 브랜드를 내놨을 뿐만 아니라 고객이 매트리스의 푹신한 정도를 직접 선택할 수 있다. 토퍼를 단단한 것부터 중간, 소프트한 것까지 3가지 버전으로 달리해서 제작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덕시아나의 광팬이다. 덕시아나 침대를 무려 25개나 가지고 있다.
‘우와 25개! 가격이 합리적인가 봐요!’
아니, 저렴한 모델이 800만원 대, 가장 비싼 모델은 8000만원 대다.
후덜덜한 몸값을 자랑하는 침대 답게 서비스도 남다르다.
품질보증 기간이 무려 20년. 일반적인 침대의 품질보증기간이 10년인 점을 생각해보면 덕시아나가 침대 품질에 얼마나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게다가 고객이 이사를 가면 무료로 침대 세팅을 다시 봐주는 점검 서비스도 제공한다.
당연히, 침대는 고객별로 맞춤 제작된다.
△WHERE? 남해 사우스 케이프 스파 앤 스위트 전 객실, 버즈 알 아랍 전 객실
* 덕시아나는 남해에서 경험해 보는 걸로…
*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과 더 플라자 호텔 일부 객실에서도 덕시아나를 만날 수 있었다. 호텔X덕시아나 콜라보 패키지가 종종 출시됐기 때문.
* 현재는 거제 벨버디어에 덕시아나가 구비된 ‘슬립 웰’ 객실이 2실 있다.
썰타는 영특했다. 일찍이 호텔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미 미국 시장을 꽉 잡고 있는 썰타는 힐튼 계열 호텔과 윈덤(Wyndham) 호텔 그룹에 침대를 납품하고 있다.
힐튼과 윈덤 모두 본사가 미쿡에 위치한 글로벌 호텔 체인. 물론, 국내에서도 힐튼 계열 호텔에서 이 미쿡맛 침대 썰타를 만날 수 있다.
자고로 미쿡맛이라 함은, 코슷흐코(!) 맛 아닌가. 규모가 크고, 왕 크고, 짱짱 큰 맛!
썰타는, 미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매트리스 브랜드다. 역시 미쿡 맛이다.
△WHERE? 콘래드 서울, 밀레니엄 서울 힐튼
* 가격도 상대적으로 합리적이다. 100만원 대 모델이 가장 흔하며 최고가 라인은 300만원 대 이상.
* 개인적으로, 콘래드 서울에서 아주 꿀잠을 잤다. 손 꼽히는 꿀잠의 기억.
사실 우리에게 매트리스 브랜드는 생소하다. 매일 사 마시는 커피 브랜드는 줄줄 꿰더라도 매트리스 브랜드엔 무지한 게 일반적이다. 한 번 사면 최소 몇 년간은 살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굉장히 유명하고 핫한 브랜드가 있다. 바로 그 유명한 ‘템퍼’.
씰리는 바로 이 명문가 소속이다. 템퍼와 씰리는 2013년 템퍼-씰리 인터내셔널로 합병되면서 세계 최대의 침구 브랜드로 발돋움했다.
수면 과학의 포문을 열어 제낀 것도 사실상 씰리다. 씰리는 1950년 세계 최초로 정형외과 의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침대를 생산했다. 잠 한번 잘못 잤다가 다음날 종일 고생해본 사람이라면 수면 자세의 중요성을 알고도 남을 터.
그래서인지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육상 세계기록을 보유한 우사인 볼트도 이 씰리 침대의 고객이라고 한다. 오오! 여기서 자면 저도 100m 10초 컷 가능한가요?
△WHERE? 르메르디앙 서울,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 파크,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 인터컨티넨탈 알펜시아 평창 리조트, 강릉 세인트 존스 호텔, 골든튤립 스카이베이 경포호텔
* 씰리는 비교적 최근에 지어졌거나 리모델링한 호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 씰리 침대의 가격은 100만원 대부터 3천만원 대 이상까지 매우 다양한데, 템퍼의 유명세와 씰리의 제품력 덕분에 혼수를 장만하려는 신혼부부들에게 인기가 높다.
* 씰리를 만나려면 강원도로 가자. 올 한 해 굉장히 핫 했던 강원도의 유명호텔들에 씰리가 유독 많다.
일단 사진을 먼저 보자.
나도 사진을 보기 전까진 믿지 않았으니까.
해스텐스는 정말로 스웨덴 장인이 한 땀 한 땀 손수 만들어낸 침대다. 침대 제작에 기계를 사용하지 않는다. 기계의 공백은 장인의 기술로 채운다.
이런 장인 정신을 스웨덴 왕실에서 높이 샀고, 무려 1952년에 스웨덴 왕실 납품 업체로 선정됐다. 물론, 현재도 스웨덴 왕실에 있는 침대는 헤스텐스다.
덕시아나의 품질 보증 기간이 20년이라고 했다. 일반 침대들의 품질 보증 기간인 10년보다 두배나 길다. 그만큼 품질에 자신이 있다는 방증이다.
해스텐스는, ‘20년 받고 5년 더!’를 외친다. 무려 25년 동안 자사 침대의 품질을 보증한다. 스웨덴 장인들이란…
장인이 만든 침대의 가격은 얼마일까.
기본 3천만원대부터 시작해 최고 1억 7천만원을 호가한다. 침대 가격이 쏘나타 6대와 맞먹는 것.
‘꿈의 침대’다운 가격이라고 할 밖에…
△WHERE? 제주신라호텔
아무리 호텔이라도 억 소리 나는 침대를 들이긴 쉽지 않다. 적어도 국내엔 해스텐스 침대를 구비한 호텔이 없었다.
다만, 제주신라호텔이 한시적으로 해스텐스 패키지를 선보였다. 제주신라호텔은 해스텐스와 제휴를 맺고 2015년부터 스위트 객실에 해스텐스를 비치해왔다. 마지막 헤스탠스 패키지는 올해 4월에 진행됐다.
비교적 친숙한 브랜드의 침대부터 생전 처음 듣는 브랜드의 침대까지, 호텔의 침대 세계가 이렇게나 다양할지 글을 쓰기 전까진 나도 미처 몰랐다.
그리고 침대 소개를 나열하다 보니 문득 떠오르는 A사의 광고 카피.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
정말 그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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