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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스티지고릴라 May 27. 2019

이젠 비행기에서까지 노키즈존이라고요?

필요하다 VS 차별이다 :  당신의 선택은?


이런 경험 한 번쯤은 있지 않아요?


가까운 해외로 여행을 떠나거나, 평소 비행기 좀 많이 타 본 사람들이라면 기내에서 아이가 울거나 앞자리를 발로 차서 힘들었던 경험이 한 번쯤은 있었을 것이다. (아니라면… 아마 이 글에 공감을 못 할지도 모르겠다.)


(출처: Unsplash.com)

본래 ‘노키즈존(No Kids Zone)’은 일부 식당과 공공시설을 중심으로 생겨났는데, 최근엔 비행기에도 노키즈존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식당이나 공공시설은 그 자리가 싫다면 피하면 그만이지만, 비행기는 이륙 후 착륙을 할 때까지 싫든 좋든 한 공간에 함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승객들은 지금 

기내 노키즈존에 목마르다


하지만 너무 소수의 의견인 건 아닐까? 아직까지 항공업계에서 대대적으로 논의하는 사안이 아닌지라 가볍게 넘기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내 노키즈존에 대한 필요성은 계속해서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의 항공 예약 사이트 ‘레이트 딜’이 성인남녀 110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중복 응답 가능), 응답자의 무려 70% 이상이 기내에 노키즈존 도입을 찬성했으며, 이중 35%는 노키즈존에 앉기 위해 기꺼이 추가요금을 지불할 의향도 있다고 답했다. 


(출처: Unsplash.com|나도 울고 싶다 얘들아…)

이 밖에도 “비행 중 가장 싫어하는 행동”에 대해서도 조사한 결과, ‘아이가 우는 것’이 48%로 2위에 올랐고, 3위는 ‘발로 앞 좌석을 차는 행동’으로 47%를 차지했다. (물론 탑승한 모든 아이들이 울거나 발로 차지는 않을 테니 서둘러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경우의 수를 무시할 수는 없는 법)




과감함 하나는 인정!

노키즈존 만들어버린 항공사


하지만 이런 수요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많은 항공사들이 노키즈존 도입에 소극적인 게 사실이다. 전 세계 수십, 수백 개의 항공사들 중 노키즈존을 만들어버린 항공사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노키즈존 서비스를 내놓은 항공사를 만나보자.



 말레이시아항공(Malaysia Airlines)

(말레이시아항공 A380-800)

말레이시아 항공은 현재 노키즈존을 철회하긴 했지만, 2012년 항공업계 최초로 노키즈존을 도입했던 항공사다. A380 도입 당시 이코노미석 일부를 ‘콰이어트 존(Quiet Zone)’이란 명칭의 구역을 만들고, 12세 이하의 아이와 동승자는 해당 구역에만 앉을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본래 노키즈존이라하면 특정 구역 출입을 금하는 의미로 사용되는데 말레이시아 항공의 콰이어트 존의 경우는 아이와 동승자를 따로 지정된 구역에만 앉히는,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순화된 개념이라 할 수 있었다. 이러한 운영 방침은 초반에 아이를 둔 승객들에게 비판을 샀지만, 항공사 측이 “아이 탑승이 허용된 층은 특별히 아이들 친화적으로 비행기를 재단장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항공은 얼마 지나지 않아 노키즈존을 철회하였으며 현재 어떠한 항공편에도 노키즈존을 운영하고 있지 않음을 알림


-말레이시아항공 A380-800 비즈니스석▶



에어 아시아 X(Air Asia X) 

(출처: 에어아시아X 공식 홈페이지)

에어 아시아 엑스는 말레이시아의 대표 저비용 항공사로, 말레이시아 항공의 ‘노키즈존’ 발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기내에 ‘콰이어트 존’을 도입했다. 다만 말레이시아항공 ‘콰이어트 존’과의 차이가 있다면, 에어 아시아 엑스는 이 공간을 아이와 동승자 전용 공간이 아닌 조용한 기내 환경을 원하는 사람들이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유료 공간으로 조성했다. 


이곳엔 10세 이하의 어린아이는 출입이 불가하기 때문에, 꽤나 엄격한 기준으로 운영되는 유료 노키즈존이라 할 수 있다.  



인디고항공(IndiGo airlines) 

(출처: 인디고항공 공식 홈페이지)

인디고항공은 인도의 저가 항공사로, 아시아 전체 중 동남아시아(말레이시아항공, 에어아시아X)를 제외하고 나머지 대륙을 통틀어 최초로 ‘노키즈존’을 도입했다. 인디고는 12세 미만 어린이는 탈 수 없는 ‘노키즈존’을 도입했는데, 이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꽤나 명확한 입장을 표했다고 한다. 


"저희 인디고항공의 주요 고객층은 사업가와 직장인입니다. 이들은 바쁜 업무로 인해 항상 피로에 찌들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우린 그들이 비행기에서라도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에 대해 일부 누리꾼들은 “이제라도 이런 정책이 만들어져서 너무 기쁘다”라고 적극 응원하는 반면 어린아이를 슬하에 둔 부모들은 “아이와 함께 비행기를 타는 자체를 환영하지 않는 것 같아 기분이 불쾌하다”라고 했다고 한다. 


(출처: Unsplash.com)

이 밖에도, 항공업계는 조금씩 다양한 방식으로 각자의 노키즈존을 도입하고 있는 중이다. 2013년 스쿠트 항공(Scoot Airlines)은 ‘스쿠트의 고요’라는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아이들을 위한 전용 좌석을 마련하였며, 지금까지는 주로 동남아시아 항공사에서만 운영했던 ‘노키즈존’이 요새는 유럽 등지에서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여전히 뜨거운 감자 ‘노키즈존’

필요하다 VS 차별이다


이렇게 항공업계엔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데, 이를 두고 승객들의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된다. 가장 극단적으로는 “노키즈존은 회사 영업의 자유다”라며 노키즈존을 찬성하는 입장 VS “노키즈존은 엄연히 아동 차별적 제도”라며 이를 반대하는 입장 이렇게 두 파로 대립되며, 그 외에는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도 있다. 


찬성파|노키즈존은 자유


노키즈존을 찬성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조용한 기내 환경을 제공받고 싶은 마음이 커서일 것이다. 이들 중 몇몇은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이러한 공간을 이용할 용이가 있을 정도로, 노키즈존에 대한 갈증이 크기도 하다.


(출처: Unsplash.com)

이렇게 감정적인(?) 이유로 인해 노키즈존을 찬성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시장 경제 원리’라는 보다 이성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사람들도 있다. 


노키즈존을 할지 말지는 엄연히 회사 영업의 자유 아닌가?


그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대한민국 헌법 제 15조에 따르면 누구나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으며, 회사의 영업 규칙을 만드는 것은 주인의 기본 권리로 명시돼 있다. 따라서 음식점이나 카페를 비롯해 항공사가 노키즈존을 만든다면 그것 자체로 법을 어기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반대파|노키즈존은 아동 차별적


하지만 반대파의 생각은 다르다. 노키즈존은 엄연히 아동 차별을 넘어서 인권을 차별하는 제도라는 것이다. 


(출처: Unsplash.com|우리 여행 한 번 하기 어렵다…)

이들은 “비행기의 노키즈존은 어린아이를 비롯해 동승자인 가족들이 누려야 할 비행의 자유까지 침해한다.”라며 “같은 서비스의 값을 지불했음에도 어린아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제약을 받는다는 건 엄연히 차별적인 행동”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업법이 그렇다고? 진짜 법대로 해볼까?


이와 함께, <회사 영업 방침의 자유>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겐 ‘국가인권위원회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 2조 제 3호 차별금지 조항에는 “대한민국 국민은 어떠한 경우에도 성별, 종교, 나이, 외모 등의 이유로 차별을 받을 수 없다”라는 내용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들이 걱정하는 것은 비단 비행기 노키즈존이 불쾌해서만은 아니다. 아직까지는 식당, 카페 등 식음업장에만 적용되었던 노키즈존이 교통수단에도 도입된다면 나중엔 버스, 지하철, 기차 등 모든 교통수단에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올까 봐 두렵다는 입장이다. 



 중립파|좋은 게 좋은 거라고… 


위 주장을 들어보면 반대파는 반대파대로, 찬성파는 찬성파대로 구구절절 다 맞는 말이다. 때문에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하며, 노키즈존 도입에 부분적으로 찬성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 


(출처: Unsplash.com)


“비행기에서 아이가 조금이라도 칭얼대면 겁이 나요.”
“승객들이 미간을 찌푸릴 때마다 얼마나 눈치 보이는데요…”
“아이와 여행 한 번 가기가 너무 힘드네요”


사실 탁 까놓고 말하면, 어린아이와 함께 타는 부모들도 얼마나 긴장될까. 아이가 뭘 하든 신경 쓰지 않고 케어 자체를 안 한다는 후기도 있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은 ‘혹시나 우리가 민폐가 되지는 않을까…?’ 이런 생각으로 비행 내내 전전긍긍하는 게 일반적이다. (적어도 지난날 비행에서 마주친 부모들의 모습은 그러했다… 안쓰럽다.)


특히나 영유아의 경우엔 케어가 더 쉽지 않다. 성인인 나조차도 항상 낯설게 느껴지는 기내인데 어린 아기들은 어떠할까… 


(출처: Unsplash.com)

그리고 몇몇 사람들은 생각했다. “그래 맞아, 우리도 아이와 편하게 비행할 수 있는 공간을 원해. 비행할 때마다 눈치 보는 거 우리도 힘들어.” 


그렇다면 노키즈존 말고 ‘키즈존’을 도입하면 어떨까?


더불어 두 가지는 확실히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 ‘노키즈존’이란 명칭은 아이라는 존재가 거부의 대상이 되는 느낌이 너무 강하므로 이를 보다 긍정적인 ‘키즈존(Kids Zone) 또는 차일드프리존(Child Free Zone)’과 같은 명칭으로 바꾸고 2) 일반석을 이용할지 키즈존을 이용할지는 오직 선택의 문제에 두자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한 항공 예약 사이트가 한국인 남녀 여행객(20~59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응답자 중 91%가 ‘키즈존’ 도입에 찬성했다. 이에 반해 어린아이의 입장 자체를 금하는 ‘노키즈존’ 도입에는 찬성 39%, 반대 51%로 나타나 많은 사람들이 노키즈존 보다 키즈존 도입에 더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비행기 내 노키즈존 도입’에 대한 내용을 다루어 보았다. 아직까지는 많은 항공사들이 심각한 문제로 보지 않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사안이지만, 향후 몇 년 내에는 피할 수 없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다양한 의견들이 혼재돼 있는 사안인 만큼 항공업계가 보다 신중하고 현명한 해답을 찾아내 주길 바라본다.




유용하거나 재밌거나, 더 많은 항공 콘텐츠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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