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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억과 상상 Apr 25. 2020

대인배의 추락

코로나 19, 일상의 무너짐 속에서의 의미 찾기

2월 18일,

코로나 청정구역이라고 생각했던 대구에 첫 확진자가 생기면서

일상의 무너짐을 처절히 느끼고 있다.


'평범한 게 가장 행복하다'는 상투적인 표현이

이렇게 와 닿은 적이 있었던가.


대구에 확진자가 생기기 전 주,

배꼽친구들이 대구에 놀러 왔다.


"야! 확진자 많은 서울 사는 니랑

 우환 교민 수용*한 아산 사는 니를 

 흔쾌히 받아준 나 진짜 대인배지 않냐?

 청정지역에서 마스크 없이 다니는 기분 맘껏 즐기고 가라!"

(우환 교민 수용에 대한 거부감의 표현이 절대 아님을 밝힌다. 오히려 그 반대였으니...)


이 얼마나 교만한 말이었던가.


다음 주에 바로 대구는 난리가 났고

친구들은 대구를 다녀왔다는 이유만으로 직장에 이름이 보고되고 자가격리도 됐다.

배우자가 대구에 다녀왔어도 자진 신고하라는 회사 방침에 따라 그녀들의 남편들까지

곤란하게 만들었으니, 대인배였던 내가 한순간에 사죄의 아이콘으로 전락한 순간이었다.

딱히 내가 잘못한 일에 아님에도 이렇게 미안할 수 있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고.


그리고 시작된 자진 격리생활,

어떤 날은 체질인가 싶게 잘 지내다가도

어떤 날은 화를 주체할 수 없어 날뛰기도 한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내 의지로, 내 노력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요즘과 같은 현실에서

나는 어떤 사람일까?


자진 격리기간이 3주 이상이 되면서

이제야 조금씩 정리가 되고 있다.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던 며칠 전,

죄 없는 아이들을 감정의 쓰레기통 삼아 폭발을 했다. 퇴근해서 집 분위기를 살피던 남편의 얼굴은 참담해 보였다. 


생계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그,

안전불감증이 있는 나와는 달리 안전제일주의 남자였기에

마스크 구하기 역시 혼자 몫이었던 그,

장남, 맏사위, 회사 대표로서 부모님들과 직원들까지 오롯이 자기 몫이라는 생각에

잠도 잘 이루지 못했던 그,


참담한 표정 이내 거두고 가족을 소집한다.

나라도 위긴데 가정까지 그래서야 되겠냐고, 우리 조금만 양보하고 이해하자고,

자기가 더 잘하겠다고 애써 웃는 남편을 보며 눈물이 흘렀다.


나 또 내가 제일 힘든 척했구나.

자기애라는 단어로 이기심을 포장하는 내가 또...


핸드폰 하는 애들 꼴이 너무나 보기 싫더니

인강 듣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잘 놀다가 싸우기를 반복하는 것에 화가 치밀더니

종일 집안에 갇혀 있으면서 엄마한테 놀러 나가자는 말 한마디 안 했던 삼 남매가 보였다.


퇴근하면 드러누워 폰만 들여다보는 남편이 미워 죽겠더니

늘어난 그의 흰머리가 두드러져 보이기 시작했다.


현실을 살자!

오늘을 살아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하자!


일체유심조라더니

마음 하나 바뀌었다고 일상이 달라지고 있다.

될 대로 되라던 내가 이렇게 다시 글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


인터넷에 코로나의 장점을 다룬 개그를 봤다.


남편 시각에서는

부인이 여행 가자고 조르지 않는단다.

화장도 쇼핑도 모임도 못 하고 집콕하고 있는 부인을 보며

돈이 굳는 느낌이 들어 행복하단다.

가장 좋은 건 와이프가 종일 마스크를 하고 있어 말을 하지 않는다는 거라며

코로나는 축복이라네.


부인 시각에서는

남편이 술 먹고 들어오지도 않고

장을 못 보는 줄 아니 대충 차려도 감사해하고,

내가 나가지 못하니 쇼핑도 모임도 없다고 생각한단다.

남편 출근하고 택배가 얼마나 많이 오는지 남편을 모를 거라며...

가장 좋은 건 남편은 코로나 때문에 부인이 마스크를 쓴다고 생각한다네.

성형한 건 줄은 모르고...


우스갯소리지만 뭐든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본다.

시간이 지나면 이 시기의 일상을 추억하며 웃을 날이 있을 테니!


오늘을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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