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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원 Aug 28. 2022

황당한 고소

애견 카페의 추억

2010 5 나는 평소보다 30 일찍 출근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왠지 일찍 가고 싶었다. 비가 시원스레 내리던 어느  빌라 현관에서 우산을 펴는 순간 동이는 나의 우산 안으로 들어왔다. 그것이 동이와의 운명적  만남이었다. 그렇게 강아지를 전혀 모르던 나에게 찾아온 동이는 남편보다도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나는 강아지를 키워 본 적이 없다. 어릴 적 마당에서 키우던 개들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동이와 함께하기로 한 이상 강아지에 대해 깊이 알고 싶어졌다.

우리의 기막힌 인연을 소중히 생각하며 나는 ‘강아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카페에 가입하게 되었다. 서로의 강아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많은 정보도 얻을  있는 곳이었다. 나는 이곳에 동이 사진도 올리고 다른 강아지들의 사진들도 구경하며 마치 자식 자랑하듯 서로의 강아지의 이야기를 듣고 나누는 것이 좋았다.


그러던 어느  어떤 사람의 글을 읽게 되었다. 강아지를 입양 보냈다가 파양 되어 돌아온 이야기의 글을 보았다.  글에는 강아지 주인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강아지를 키우지 못하게 되어 입양을 보낸다고 글을 올렸는데 어느 아저씨가 입양해 갔다가 며칠  입양 보낸 강아지 주인을 욕하며 강아지를 파양  사연이 적혀 있었다. 그래서 닉네임을 밝히며 다른 분들도 그분에게 절대 입양 보내지 말라는 말이 주요 내용이었다.

입양 보낸  며칠 동안 그분은 강아지를 괴롭혔는지 돌아온 강아지의 몰골이 말이 아니고 파양  이유도 말이  되는 내용이었다.  카페의 많은 회원은 댓글로 파양 시킨 사람을 욕을 했다.  또한 그냥 넘어갈  없어 ‘저런 분들은 절대 개를 키우지 못하게 해야 해요.’라고 덧붙였다. 심한 댓글이 많았지만 나는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고 점잖게 적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고 파양 시킨 분이 글쓴이와 댓글을  모든 사람을 고소한 것이다. 정말 황당한 일이 아닐  없었다. 카페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나는 고소가 되었다는 소리에 무서워서 다시는  카페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어느 날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고소가 접수되었으니 나와서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덜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날짜와 시간을 잡는 순간 잠이 오지 않았다. 그게 뭐가 그리 심한 말이라고 나까지 고소를 한단 말인가. 나는 댓글 단 걸 후회했다.

드디어 경찰서에 가는 날이었다. 하루 종일 일이 잡히지 않았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간 줄도 모를 정도로 긴장된 하루였다. 그리고 퇴근을 하고 경찰서로 향했다. 고소인이 전라도분이었지만 그쪽 전라도까지   없으니 나와 가까운 부산 사상경찰서로 가서 조사를 받을  있었다. 나는 떨리는 걸음으로 사이버 조사대로 물어 찾아갔다. 그곳 담당자에게 나의 이야기를 자세히 했고, 욕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소인이 댓글을 보고 화가 났고 모독했다고 생각한다면 모두 욕을  것과 같다고 했다. 그리고 경찰 아저씨는 그냥 반성한다고 말하며 선처를 부탁한다는 진술서를 적으라고 나에게 친절히 알려주었다.

나는 진술서를 적으면서도  글이 뭐가 그리 잘못되었는지도 받아들일  없었지만 법정까지 가고 싶지 않아 시키는 대로 반성한다고 적고 경찰서를 나올  있었다. 그리고  번의 우편물을 받을  있었다. 사건이 결국 법정까지 가는 듯했다. 다행히 나는 중간에 선처를 받았는지 사건에서 빠져나올  있었다. 이게 정말 기쁜 일인지, 사이코를 만난 것인지 정말 황당했다.


  이후로 나는 강사모 카페에 다시는 방문하지 않았고,  외에 모든 인터넷 활동은 눈으로만 보고 절대 댓글을 달지 않는다. 그것이 칭찬할 일이라도 말이다.  번의 잘못된 댓글로 경찰 조사까지 받는 경험을 하고 보니   다시 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카페의 도움 없이 동이와 잘 생활했고, 동이는 나의 옆에서 평생지기 친구가 되어 줄 듯했지만, 8년을 한결같이 나만 바라봐 주던 동이는 2018년 6월에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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