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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원 Dec 03. 2022

보따리 이사

또다시 이사라니..

나만의 공간, 나만의 작업실.

친구네 사무실 한편에 자리 잡아 몇 년째 사용하고 있는 나만의 작업실을 빼야 하는 상황이다.

친구는 미안해하며 말을 꺼냈지만, 전혀 개의치 않은 척하며 나는 보따리를 꾸렸다.

그리고 여기저기 시골 빈집들을 알아보고 다녔다. 저렴하게 세를 놓는 집을 잡아 텃밭 가꾸며 나만의 작업실로 꾸며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시골 구석구석 빈집들이 많긴 많았다. 하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세를 놓는 집들은 없었고, 매매 물건들만 가득했다.


돈이 없는 나로서는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달 가까이 알아보고 다녔지만 결국 포기를 하고 언니네 집 창고방을 청소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곳을 임시 작업실로 꾸미기로 했다. 

얼마가 될지 모르지만 마음에 쏙 드는 촌집을 찾아 세를 얻든, 빚을 내어 매입을 하든지 하겠다는 계획으로 조바심을 내지 않기로 했다. 


나는 조금씩 책을 날랐다. 그리고 하루 날 잡아 남편이 회사 트럭을 몰고 와서 책장과 책상 그리고 큰 짐들을 옮겨주었다.

남편의 공구들도 제법 많았고, 아이의 장난감과 책도 장난이 아니게 많았다.

우리는 집도 포화상태이고, 작업실마저도 포화상태이다. 


모두들 미니멀 라이프를 외칠 때 우리는 가득 채우는 소비라이프를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예쁜 쓰레기들이 넘쳐나는 집과 작업실이 되었다.

작업실 이사를 하며 나의 라이프 생활의 심각성을 알 수 있었다.

도저히 이렇게는 안된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몇 년 동안 쳐다보지도 않은 오래된 책들을 과감하게 버렸다.

이제 가지고 놀지도 않는 아이의 장난감들도 버렸다.

몇 년 전 읽었던 아이의 동화책들도 모두 나눔을 했다.


그렇게 버리고, 비웠음에도 아직도 가득이다.

아이와 남편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이젠 정말 간절히 필요한 것만 사야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을 했다.


하지만 소비를 절제하겠다는 나의 다짐은 새 작업실에 도착하자 필요한 것들을 살피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니 어이가 없었다. 

폰을 내려놓았다. 더 이상 사지 말자는 의미이다.

하지만 너무 추운 작업실이다.

다시 폰을 잡고, 폼 블록 벽지 5 롤을 구매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그래... 이것만... 추우면 작업을 못하니까.

하지만 거기서 끝난 건 아니었다.

커튼이며, 식탁보며, 이젠 이젤까지..


안돼!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는 살림으로만 살아내자!

나도 미니멀 라이프 한번 즐겨보자!

어쩌면 나의 내면의 허기짐을 물질로 보상을 받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이 물욕을 어떻게 다 비운담.


어렵게 보따리 이사를 마쳤지만 아직 할 일은 남았다.

나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조명 교체...


이젠 조명만 교체하면 작업실 이사는 완벽하게 끝!!


파이팅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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