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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원 Dec 28. 2022

사주의 시즌

중은 제 머리를 못 깎는다

아침 일찍 전화가 왔다.

친구가 신년운세를 보러 간다고 같이 가자고 말했다.

딸아이 등원준비로 정신이 없었던 나는 이따가 전화를 하겠노라고 말했다.


서둘러 아이를 등원시키고 친구의 집으로 향했다.

친구의 차로 갈아타고 우리는 포항 죽도시장으로 향했다.

그곳은 죽도시장과 멀지 않은 곳이었다.


어느 허름한 상가건물의 2층이었다.

나이 든 할머니께서 금방 잠에서 깬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나는 속으로 괜히 따라왔다고 생각을 했다


친구는 가족들의 띠를 알려주고 이런저런 얘기를 듣고 끄덕이기를 반복했다.

옆에서 같이 들은 나는 띠만 넣었을 뿐인데 어찌 저리 성격을 잘 맞추는 걸까라고 생각했다.


가족들 성격을 정확히 맞추고, 내년 운도 좋고 바쁜 한 해가 될 거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우리는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살짝 나도 보고 싶은 마음이 들긴 했지만, 너무 나이 드신 분이시고 했던 말을 반복하는 모습에 생각을 접었다.


그곳을 나오면서 남의 사주를 잘 봐주는 것과 본인이 잘 살 수 있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운세를 잘 본다면 자기 운세도 잘 보고 본인도 잘 살 수 있는 방향으로 왜 나아가지 못하는 걸까?

물론, 편견일 수도 있다. 그분의 살림살이와 건물 등 외적인 것만 보고 판단한 것이라 실질적인 것과는 다를 수 있음을 안다.


하지만 나는 그리 유쾌한 느낌을 받지 못하고 돌아왔다.


친구도 못내 아쉬운지 다음번엔 철학관을 가보자고 한다.

그런 것에 미련 갖지 말고 그만 가자고 하고 싶었지만 나도 살짝 궁금하기에 그러자고 말했다.


그리고 오후.

친구는 바로 내일 예약을 했다며 가자는 전화를 했다.

역시 대단한 친구다.


아마 친구는 원하는 말을 들을 때까지 계속 여기저기 찾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나는 호기심에 계속 따라갈 것 같은 느낌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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