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매체가 만든 환상
대중매체가 만든 환상
처음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기대에 부풀어 있습니다.
‘몸 만드는 거, 다이어트하는 거 3개월이면 된다던데? 나도 3개월쯤 운동하면 화면 속의 그 사람처럼, SNS의 그 사람처럼 금세 몸짱, 개미허리에 애플힙이 되겠지?’
이런 생각이 일반적입니다.
트레이너도 당한 3개월 몸짱의 환상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3개월 만에 몸짱이 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애초에 다른 운동을 많이 해서 근력과 체력이 매우 좋은 사람, 운동선수였던 사람, 또는 신의 축복을 받아 유전적으로 타고난 사람은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제외한 ‘보통 사람’은 불가능합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아마도 99% 보통 사람일 것입니다.
‘3개월 몸짱’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저도 모르는 사이 대중매체에 세뇌되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수능을 치르고 나서 처음 헬스장을 찾았습니다. 당시 ‘말죽거리 잔혹사’의 권상우가 몸짱 스타 1세대로서 인기 있던 시절이라 멋진 몸에 대한 열망이 컸습니다. 수능을 치렀으니 시간도 많았고 몸짱이 되고 싶은 마음에 3개월 동안 주 6회 매일 2시간 이상 꾸준히 운동했습니다. 대학 입학 전에 3개월 바짝 운동해서 탄탄한 몸을 만들어 인기를 좀 끌어보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간절히 원했기에 3개월간 정말 열심히 했고, 하루에 두 번 헬스장에 간 날도 많았습니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났습니다. 3개월간 정말 열심히 했으나 몸은 거의 변화가 없었습니다. 희망은 그렇게 희망으로 끝이 났습니다.
3개월 몸짱 공식은 대중매체가 만들어낸 환상이자 허구임을 직접 시행착오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환상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겐 사실 그대로 설명을 해드립니다. 제 설명을 받아들였든 아니든 운동을 시작하는 회원들은 대부분 “오늘부터 3개월만 운동하면 나는 몸짱이다!”라는 기대와 환상에 빠져 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선생님, 왜 변화가 없죠? 언제쯤 몸이 좋아질까요?
회원에게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제대로 된 트레이너라면 어떻게 이야기할까요? 아마 표현은 다르겠지만, 대개 이런 식으로 이야기할 것입니다.
“3개월 운동으로 몸짱 되는 건 불가능합니다! 3개월은 회원님이 원하시는 목적지를 향해 가는 출발점입니다!”
회원은 실망스럽기도 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정보와 너무 다르므로 밤새 인터넷을 검색하여 ‘비포 & 애프터’를 비롯하여 3개월 만에 몸짱이 가능하다는 증거를 찾아서 저에게 보여줍니다. 저는 사진 속의 그 사람은 애초에 초보자가 아니며 사진 보정, 이른바 ‘뽀샵’의 도움을 받은 사진이라고 설명해 주지만, 별 소용이 없습니다. 회원은 이미 세뇌되어 있으므로 제 이야기는 들리지 않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갈등은 깊어져만 갑니다
3개월 몸짱이라는 공식은 대체 어디서?
이론적인 근거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추측컨대 대중매체의 영향이 아닐까 합니다. 보디빌더나 연예인들이 불과 몇 주 또는 몇 달 만에 몸짱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4주 만에 몸짱을 만들어준다는 책도 있습니다!). 비포 & 애프터를 보여주면서 얼마 만에 그런 변화가 이루어졌는지를 이야기하자면 분명 숫자(기간)의 상징성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일반 대중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고, 관련 비즈니스가 각광을 받게 됩니다.
곰이 사람이 되기까지 3개월, 약 100일의 시간이 걸렸듯 우리에게 3개월 혹은 100일이라는 숫자는 상징성이 있습니다. 아마 이러한 연유에서 잘못된 정보가 퍼지면서 공식이 된 것 같습니다. 실제로 보디빌더나 연예인 등 자신의 몸이 상품인 사람들은 보디빌딩 대회나 프로필 촬영을 위해 다이어트하는 기간이 보통 2~4개월 정도 됩니다.
저는 2014년 부상으로 운동을 접었지만 2010년과 2012년 2차례 보디빌딩 대회에 나갔습니다. 매번 8~9kg 정도 감량했는데, 이때 소요된 기간이 8주 정도였습니다. 전문용어로 ‘시즌’이라고 합니다. 저의 경우 2달 정도가 시즌인데, 최소한의 근손실을 목표로, 내 몸에 저장된 체지방을 제거하는 ‘커팅’ 과정이 진행됩니다.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 ‘비시즌’ 동안은 체지방의 증가를 최대한 막으며 근육 증가를 꿈꾸는 린매스업(lean mass up), 체지방 증가를 감수하고 최대한의 근육 증가를 꿈꾸는 벌크업(bulk up), 또는 그 중간 형태로 지냅니다.
어쨌든 몸이 상품인 사람들은 대개 1년 내내 운동을 합니다. 여러분이 대중매체에서 보는 사진은 사실은 몇 년에 걸쳐 운동해서 근육을 적립해 온 사람이 몇 달 더 집중적으로 운동하고 다이어트해서 체지방을 걷어내고 몸짱으로 거듭난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모르니 ‘누구나 3달만 하면 저렇게 되는구나!’라고 착각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