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도 어느 날 코로나라는 녀석이 우리에게
성큼성큼 다가올 때쯤 일이다.
우리 우체국에는 사랑의 열매 저금통이
우편, 금융 쪽에 각 1개씩 총 2개가 있다.
업무를 보다 보면 잔돈이 생기는데 그 잔돈을
고객들이 저금통에 넣는 경우가 많은데
그 덕분에 우리 사랑의 열매 저금통은 늘 배가
불러있다.
키는 170센티쯤?
말투는 경상도 억양을 쓰고
머리는 짧은 머리
우편 직원에게 쉴 새 없이 말도 안 되는 질문들을
자꾸 던진다.
우편 직원은 고객 응대에 지쳤는지 내게 살짝
눈치를 보낸다.
나는 그분에게 이쪽에서 궁금한 게 있으면
저에게 물어보시라고 고객을 내 책상이 있는 쪽으로
모시려고 했다.
그 고객은 나에게 아가씨는 좀 가만있어봐요 라며
되려 언성을 높였고 우편 직원에게 계속적으로
공격적인 말투를 내보여서 우편 담당직원은
잠시 자리를 비웠다.
잠시 후 그 남자 고객은 혼잣말로 궁시렁 궁시렁
중얼중얼하더니 우체국을 나갔다.
우리는 그런 고객들이 가끔 있기에,
별 일 아니다고 넘겼다..
그리고 그다음 날 예전과 같이 아침에 필연대 정리를 하는데 뭔가 허전한 기분이 들어서 뭐지 뭐지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이고... 사랑의 열매 저금통이
사라졌다.
나는 그 사실을 국장님에게 즉시보고했다.
국장님은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물었고
나는 이건 112에 신고해서 사건조사 해야 옳을 거
같다고 했더니 국장님은 그럼 그렇게 하자고 했고
나는 퇴근 후 신동지구대에 가서 조사를 받았다.
세상에 별 사람 다 있다지만,
그 사랑의 열매 저금통을 집어가려고
그렇게 애쓴 아저씨가 참 어이가 없었다.
차라리 힘들다고 얘길 했다면
조금이나마 내 주변인들에게 도움 요청해서
도와줄 수 있었을 텐데...
한 석 달쯤 됐을까..
우체국에 서면으로 그 사람이 잡혔는데
그 사람은 절도죄 말고도 여러 죄명으로 구치소에 구속되었다고 적혀있었다.
그 후 그 범인은 감면받게 도와달라며
반성문을 보내왔다...
나와 국장님은 그냥 죄 값 치르라고 용서는
없다고 의사를 밝혔다.
사랑의 열매 저금통
이게 우리 둘만의 소유품이었다면 그래 힘들어서
그럴 수도 있지라며 어쩌면 약간의 불쌍함으로
온정을 베풀었을지 모르지만
수많은 고객들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십시일반,
한 푼 두 푼 모아서 차곡차곡 채워준 사랑이기에
용서라는 자비를 베풀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