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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시나물효원 Oct 09. 2024

사랑의 열매 저금통 절도범

19년도 어느 날 코로나라는 녀석이 우리에게

성큼성큼 다가올 때쯤 일이다.


우리 우체국에는 사랑의 열매 저금통이

우편, 금융 쪽에 각 1개씩 총 2개가 있다.


업무를 보다 보면 잔돈이 생기는데 그 잔돈을

고객들이 저금통에 넣는 경우가 많은데

그 덕분에 우리 사랑의 열매 저금통은 늘 배가

불러있다.


키는 170센티쯤?

말투는 경상도 억양을 쓰고

머리는 짧은 머리


우편 직원에게 쉴 새 없이 말도 안 되는 질문들을

자꾸 던진다.

우편 직원은 고객 응대에 지쳤는지 내게 살짝

눈치를 보낸다.


나는 그분에게 이쪽에서 궁금한 게 있으면

저에게 물어보시라고 고객을 내 책상이 있는 쪽으로

모시려고 했다.


그 고객은 나에게 아가씨는 좀 가만있어봐요 라며

되려 언성을 높였고 우편 직원에게 계속적으로

공격적인 말투를 내보여서 우편 담당직원은

잠시 자리를 비웠다.


잠시 후 그 남자 고객은 혼잣말로 궁시렁 궁시렁

중얼중얼하더니 우체국을 나갔다.


우리는 그런 고객들이 가끔 있기에,

별 일 아니다고 넘겼다..


그리고 그다음 날 예전과 같이 아침에 필연대 정리를 하는데 뭔가 허전한 기분이 들어서 뭐지 뭐지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이고... 사랑의 열매 저금통이

사라졌다.


나는 그 사실을 국장님에게 즉시보고했다.

국장님은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물었고

나는 이건 112에 신고해서 사건조사 해야 옳을 거

같다고 했더니 국장님은 그럼 그렇게 하자고 했고

나는 퇴근 후 신동지구대에 가서 조사를 받았다.


세상에 별 사람 다 있다지만,

그 사랑의 열매 저금통을 집어가려고

그렇게 애쓴 아저씨가 참 어이가 없었다.


차라리 힘들다고 얘길 했다면

조금이나마 내 주변인들에게 도움 요청해서

도와줄 수 있었을 텐데...


한 석 달쯤 됐을까..

우체국에 서면으로 그 사람이 잡혔는데

그 사람은 절도죄 말고도 여러 죄명으로 구치소에 구속되었다고 적혀있었다.


그 후 그 범인은 감면받게 도와달라며

반성문을 보내왔다...


나와 국장님은 그냥 죄 값 치르라고 용서는

없다고 의사를 밝혔다.


사랑의 열매 저금통


이게 우리 둘만의 소유품이었다면 그래 힘들어서

그럴 수도 있지라며 어쩌면 약간의 불쌍함으로

온정을 베풀었을지 모르지만

수많은 고객들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십시일반,

한 푼 두 푼 모아서 차곡차곡 채워준 사랑이기에

용서라는 자비를 베풀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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