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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시나물효원 Oct 19. 2024

우체국 택배는 사랑을 싣고(6)

원룸에 사는 5남매 이야기

너무너무 추워서 배에 핫팩을 붙이고 버텨야만 온전히 하루가 마무리되는 그런 추운 겨울날

우체국 고객이어서 몇 번 본 적이 있는데 그 아줌마가 얼마 전에 출산을 하였다.

근데 충격적인 건 아직 100일도 안된 아이를 포대기에 업고 얇은 잠바 하나를 씌우고 나와서 공중전화에서 전화를 연신 걸어댄다.

아이의 발은 양말도 신겨있지 않은 채로…

으악…. 정말 너무 추운 날인데 저렇게 아이를 데리고 나온다고… 엄동설한이라는 단어도 그 추위를 표현하지 못하는 날이었는데 말이다.


나는 조심스레 그 고객이 우체국에 오기만을 기다렸다.

며칠이 지났을까 그 고객이 우체국을 방문했다. 그래서 나는 자연스럽게 아이가 몇 개월이냐고 물었고 몇 째냐고 물어봤다.

그 고객은 아이가 지금 30일 됐고 다섯째라고 했다. 나는 애국자라고 대단하다고 고객을 치켜세웠다.

하지만 그 고객은 볼맨소리로 아이 많이 낳는다고 시에서 도와주는 것도 없다고 하였다.

나는 깜짝 놀라서 무슨 소리하냐 아이 낳으면 정책지원금도 주고 하는데 그런 혜택 누리는 거 없느냐고 하니 본인은 아이들 차상위만 되고 나머지 일절 지원 따윈 받는 게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너무 놀라서 주변의 지인에게 7평 남짓한 곳에서 일곱 식구가 지금 살고 있는데 혹시 여기 행정복지센터에서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없느냐고 물었다.

그렇게 주변의 도움으로 그 집에 쌀과 라면 먹거리가 제공되었다.


이 소식을 접한 중앙지구대에서는 본인의 관할 구역이기도 하고 우리가 연말에 어려운 가정에 쌀과 라면을 사서 보내주는 걸 하는데

이왕이면 이 집에 가서 돕고 싶다고 해서 나는 먼저 고객에게 물어봤고 고객은 선뜻 오라고 하여 처음으로  일곱 식구가 살고 있는 원룸에 찾아가 봤다.

아이고… 아이가 3살이어서 마음껏 붕붕카를 밀며 다니고 싶은데 집이 좁아서 그마저 탈 수도 없어서 앞뒤로 왔다 갔다만 하였고


시장님은 그 소식을 접하고 시에서 일곱 명의 식구들이 좀 더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집을 마련해 주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렇게 그 일곱 명의 식구들은 방이 3개 딸린 이 층집 (전세)으로 이사 갈 수 있게 되었다.

그 고객이 어느 날 내 책상에 조심스레 음료수를 올려놓으며 말한다.


“우리 딸이 이렇게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그냥 모른 척하면 안 된다고 선생님께 고맙다고 음료수 사서 주고 오라고 했어요”라고 말을 하는 게 아닌가…


대가를 바라고 선행을 베푼 건 아니지만,

그로 인해 아이들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건강하게

잘 자랐음 한다.


그 외에 여기 아이들을 위해

자녀들 헌 옷 기부해 주고 장난감 기부해 준

지인분들께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네요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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