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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시나물효원 Oct 31. 2024

도둑질

망 잘못 보다 걸리면 죽어

재이는 불우한 환경 속에서 사는 아이이다.


재이는 영세민 혜택으로 학교 수업료 면제를 받으며 살아갔고 7평 남짓한 임대아파트에서 다섯 식구가 겨우겨우 살아간다.

재이는 소원이를 옆에 데리고 항상 다닌다.


다른 선배들이나 동년생도 소원이를 재이꼬봉, 재이호구라고 부르기 시작한다.

재이는 어딜 가든 소원이라는 여자애를 옆에 두고 다니며 본인의 뒤처리를 시킨다.


소원이가 처음부터 재이의 꼬봉이 되었던 것은 아니다.

재이에게 반항도 해보고 거절도 해보았으나 결국 돌아오는 건 모진 말들과 욕설 그리고 폭력이었다.


재이는 학교가 끝난 후 소원이를 데리고 시내에 나간다.

재이는 소원이에게 다시금 주의를 당부한다. 아니 협박이라고 하는 게 더 옳은 표현일지도 모른다.

“너 내가 도둑질하고 다니는 거 소문나면 너는 세상 하직하는 날이야”

“너 망 잘못 보다가 걸리면 나한테 죽을 줄 알아… 씨발년아.. 똑바로 시키는 대로 해”

“우리 둘이 옷가게 들어가면 너는 말 존나게 걸어, 옷가게 사장한테…. 나는 좀 둘러볼 테니까”

그렇게 재이는 소원이를 데리고 옷 가게로 끌고 들어간다.


소원이는 재이가 시킨 대로 옷가게 사장에게 이 옷은 얼마인지 또 다른 제품은 없는지 여러 차례 말을 걸며 소원이에게만 옷 가게 사장이 신경 쓰도록 한다.

그렇게 분위기가 형성이 되면 재이는 본인이 들고 다니는 실내화 주머니에 자연스레 머리핀이라던지 스카프등 조그만 물건들을 담기 시작한다.

그리고 본인의 도둑질이 끝나면 소원이에게 “야, 됐어 그만 구경하고 나가자”라고 신호를 준다.

그럼 재이와 소원이는 가게를 나간다.

소원이는 몇 번이고 옷 가게 사장에게 ‘저기 쟤 도둑질하러 왔어요… 저 좀 구해주세요… 저 너무 힘들어요’라고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그저 가슴에 외치는 하울링뿐… 무엇이 그렇게 소원이를 두렵게 만든 건지.. 소원이는 그저 고개를 떨군다.


재이는 재쌉게 소원이에게 “튀어”라고 외친 후 사라진다.

재이는 미리 본인이 몇 군데 옷 가게를 파악하고 소원이를 함께 데리고 가는 터라 옷 가게 사장은 뒤늦게서야 알아차리기 때문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 밖에 안 됐다.

재이는 워낙 영악하고 무서운 아이여서 옷 가게에서 작은 소품들을 파는 곳으로 cctv가 없는 1인 사업장인 곳을 범행지로 삼았다.


재이의 도둑질은 옷가게뿐만 아니라 슈퍼에 나와있는 오렌지라던지 약국에 다이어트약 이라던지 팬시점의 문구류라던지 등등 본인이 돈 주고 살 수 없는 모든 것들은 범행의 대상이었다.


재이는 소원이를 망보기로 수차례 이용하는 게 소원이의 두 번째 학교폭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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