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면 안 돼!
나는 철수를 친목 모임에서 만났다.
철수와 나는 동갑이라는 코드 빼곤, 딱히 나와 맞는 게
없었다. 나는 극 E 철수는 극 I
철수는 잘생기지도 않았고,
유머러스한 것도 아니고,
키가 큰 것도 아니고.... 내 취향 하곤 거리가 멀었다.
철수는 모임 첫날 내게 큰 용기를 내며
"소원아, 너 술 마시고 집에 갈 때 가끔 내가 데려다줄게... 전화번호 좀"
나는 그런 철수가 대수롭지 않아서, 그냥 번호를 줬다.
며칠 후 철수와 커피숍에서 만나기로 하고 약속을
정했다.
우와.. 이렇게 대화가 잘 통해?
상대가 경청하는 능력이 참 좋구나...
나는 철수를 바라보는 시야가 달라졌다.
그렇게 철수와 흔히들 말하는 썸도 타다가,
본격적인 연애를 시작했다.
연애 3개월 차.
그렇게 대화 잘 통하고 경청 잘해주는 철수는
온데간데없고 어느새 틈만 나면 핸드폰으로
웹툰 만화나 틱톡 영상들만 보기 바빴다.
철수와 진지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
집 근처 커피숍으로 불러냈다.
내가 철수 너를 만난 이유는
내가 언제든 쫑알쫑알 너와 오밀조밀한 대화가
나누고 싶어서 연애를 하는 건데...
지금의 너의 모습은 그런 게 없어..
그럼 난 너와 연애할 궁극적인 목적이
사라진 거야...
요즘 TV에 서장훈이 나오는 이혼숙려캠프가 있는데
그 프로그램을 보면 부부사이의 서로 배려와 입장 차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느끼며 대화 자체가 단절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핑퐁 핑퐁이 되어야 대화할 맛이 나는 게 아니겠는가?
철수의 최대 장점은 상황을 모면하려는 사과가 아닌
정말 진정성이 느껴지는 사과를 잘한다.
철수는 나의 얘기를 듣고
본인이 그동안 그렇게 한 행동들을 앞으로
고쳐나가겠다고 했다.
난 그 얘길 듣고 코 끝이 찡해지면서,
그냥 눈물이 났다.
연애생활이든, 부부생활이든
원만한 관계가 잘 유지가 되려면 가장 기본은
대화이다.
물론 사회생활 잘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대화에 마술을 잘 부리는 사람들이다.
2024년 올 한 해
크리스마스 선물 받으려고 힘들어도 애써 눈물
참으며 지내왔는데 오늘 울어버려서
산타에게 선물은 못 받을 거 같다.
울면 안 돼!!
힘든 하루 속에 지친 그대에게...
그렇다고,
오늘 눈물 흘리려고 한다면 내년에 울어요.
크리스마스가 이제 40일 밖에 안 남았거든요.. 쉿!
크리스마스에는 여러분에게도
대화라는 아름다운 선물이 도착했음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