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를 읽고 생각한 것
p24 너는 얼마 전 생물 시간을 생각한다. 볕이 나른하던 5교시에 식물의 호흡에 대해 배웠던 게 다른 세상의 일 같다. 나무들은 하루에 딱 한차례 숨 쉰다고 했다. 해가 뜨면 길게 길게 햇빛을 들이마셨다가, 해가 지면 길게 길게 이산화탄소를 내쉰다고 했다. 그토록 참을성 있게 긴 숨을 들이쉬는 나무들의 입과 코로 저렇게 세찬 비가 퍼붓고 있다. 그 다른 세상이 계속 됐다면 지난주에 너는 중간고사를 봤을 거다. 시험 끝의 일요일이니 오늘은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 마당에서 정대와 배드민턴을 쳤을 거다. 지난 일주일이 실감되지 않는 것만큼이나, 그 다른 세상의 시간이 더 이상 실감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