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만드는 법
제목을 포기하는 것은 더 크게 확장될 수 있는 이 책의 예비 독자를 포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편집자로서 거의 모든 것을 포기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책을 파는 일, 특히 에세이를 판다는 것은 과격하게 말하자면 ‘작가가 제 삶의 일부를 파는 일’이다. 작가의 경험과 삶 가운데 가장 예민하고 잊을 수 없는 부분을 내다 팔아야만 한다. 나는 책 만드는 과정에서 그 두려움과 무게감, 그로 인한 파장을 잊지 않으려 한다
레이저 프린터에서 갓 나와 아직 따끈한 온기가 남아 있는 교정지 첫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나는 항상 다짐하듯 떠올린다. 지금 내가 만지는 것은 한 사람이 살아 낸 삶이고, 소중히 붙들어 온 기억이고, 때론 용기 내어 꺼낸 상처이기도 하다고. 그 상처가 함부로 다뤄졌다고 느끼지 않도록, 서툰 돌팔이 의사의 수술대에 올라 피 흘리지 않도록 최대한의 성의와 예의와 정중함으로 나는 교정지를 대한다.
나는 내 작가에게
가장 눈에 띄고 화려하고
단단한 간판을 달 줄 아는
간판장이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