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장하준, 좋아하는 음식으로 경제학을 재밌게 배우는 교양 인문학서

by eunjoo


가정이든 기업이든 살림을 잘 하기 위해서는 처한 환경을 잘 파악하고 적합한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지식과 안목이 필요하다. 경제학이 혜안을 길러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제학은 농경사회 이후 자본이 지배하는 산업사회에서 사람이 살아가기 위한 근간이 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런던대학교 경제학과에 재직하고 있는 세계적인 경제학자 장하준 교수는 “경제학은 인간으로서 갖는 온갖 감정과 윤리적 입장과 상상력이 모두 포함된 인간 행위를 연구한 학문이다.”라고 경제학에 관해 명쾌하게 정의 내리는데요. 경제학을 음식 재료에 비유해서 누구나 이해하기 쉽고 좋아하는 음식처럼 꼭꼭 씹어 체화할 수 있는 경제서를 10년 만에 내놓았습니다.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입니다.

마늘, 코코넛, 멸치, 당근, 소고기와 같이 다양한 18가지 음식 이야기를 통해, 경제학에 대한 편견, 기술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다국적 기업의 실상, 그리고 돌봄 노동의 이해를 통해 함께 잘살기 위한 미래 사회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지금 우리 사회는 건강한지,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 것인지”라는 저자의 물음에 대해 독자 스스로가 해답을 찾고 삶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인문서이기도 합니다.

2부 6장의 “누가 한국 자동차 산업의 발전을 이끌었나?” 물론 현대자동차 수장인 정주영과 동생 정세영, 힘든 노동을 묵묵히 견뎌낸 헌신적이고 유능한 직원들인데요. 물론 정부의 역할도 간과할 수는 없습니다. 포드와 결별한 현대자동차는 1976년에 포니를 출시하게 되는데요. 이 과정에 빼놓을 수 없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이탈리아인 조르제토 주지아로, 자동차 디자인에 결정적 역할을 한 사람인데요. 이탈리아 파스타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유명한 산업 디자이너입니다. 비록 자신이 만든 파스타 면 ‘마릴레’는 실패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1976년 출시된 현대자동차 포니 덕분에 명성을 드높이게 되는데요.

여기에서 알 수 있는 경제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과 이탈리아 국수에 집착하는 두 나라의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살펴보면, 현대 경제에서 기업은 더 이상 개인의 비전이나 노력만으로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공적인 기업은 집단적 노력으로 만들어진다.”(p.140)

3부 9장의 “바나나는 참혹하고 슬픈 과일이다.”편에는 다국적 기업 이야기가 나옵니다. 과일 바나나는 원래 동남아시아에서 유래했지만, 인간의 인위적인 조작으로 아프리카로 건너가 노예 플랜테이션과 노예선의 식량으로 사용되는데요. 막대한 생산량으로 인해 바나나는 돌(dole)과 같은 미국의 바나나 회사에게 더없이 좋은 재원입니다.

미국의 다국적 기업은 콜롬비아에서 벌인 바나나 학살로 악명을 떨치게 됩니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23년 동안 생각하고 18개월 동안 집필한 소설 ≪백 년 동안의 고독≫은 이 사건을 배경으로 탄생한 작품인데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중반까지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북부 지역을 완전히 장악한 미국의 다국적 기업을 일컫는 말이 있습니다.

‘바나나 리퍼블릭(banana republic)’입니다. 독자들은 더 이상 ‘바나나 리퍼블릭’을 미국 의류 브랜드로만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저자는 단언하는데요.

“바나나 나무는 세상에서 가장 생산적인 식물 중 하나이다. 그러나 높은 생산성이 그릇된 방향으로 쓰이면 극도로 부정적인 결실을 맺기도 한다. 다국적 기업도 그렇다. 바나나와 마찬가지로 매우 생산성이 높은 다국적 기업이 많다. 그러나 그릇된 방향으로 쓰이면 다국적 기업이 진출하는 나라에 ‘바나나 공화국’까지는 아니더라도 ‘엔클레이브 경제’가 형성될 수 있다.”(p.195)


5부 17장의 “스위스에서는 초콜릿 밖에 만들지 못한다고?“편을 볼까요? 저자는 스위스는 결코 초콜릿 밖에 만들어 내지 못하는 탈산업 시대의 상징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스위스는 유엔 산하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가 해마다 선정하는 글로벌 혁신지수(Global Invation Index, GII)에서 2022년까지 12년에 걸쳐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스위스는 낙농업은 물론 정밀기계와 첨단 제조업, 생명과학과 의학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제조 강국임을 보여줍니다.

“스위스 제품을 쉽게 접하지 못하는 이유는 생산재인 기계, 정밀 장비, 산업용 화학 물질 등 우리 같은 보통 소비자가 접할 수 없는 물건들을 주로 생산하기 때문이기도 하다.”(p.327)


“스위스 성공의 비밀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은행이나 고급 관광 상품이 아니라 세계 최강의 제조업 부문이다. 사실 초콜릿 분야에서 쌓은 높은 명성마저 제조업 부문의 혁신에서 기인한 것이지 초콜릿 바를 사는데 은행이 복잡한 할부 구매법을 제시하거나 광고 회사가 멋진 광고를 하는 식의 서비스 산업 덕분이 아니다.”(p.332)

저자는 경제학은 우리가 누구인지를 일깨워주는 정체성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고 강조하는데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생존에 대한 학문으로, 경제학에는 고전학파, 신 고전학파, 케인스학파와 같이 다양한 학파가 존재한다고 역설합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가졌다는 것은 그들이 서로 다른 도덕적 가치와 정치적 입장을 지녔으며, 경제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이해한다는 의미다.”(p.29) 직면한 환경에서 무엇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판단하느냐에 따라 해결 과제가 다르게 되는데요.

이 책에서 국수와 바나나와 초콜릿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경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아는 것은 정체성 확립과 더불어 공정하고 좋은 사회로 나아가는데 꼭 필요한 힘이라는 것입니다.

“산업화를 권장하는 경제학 이론은 평등주의적 정책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더 큰 세력을 이루는 사회를 가능케 할 것이다.”(p.35)


경제학레시피.png by eunjoo [브런치 연재,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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