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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oo Oct 06. 2023

시월에/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10월 첫 주에 전하는 사서주페어's 책담詩

시가 있는 10월의 첫 번째 금요일입니다. 6일 동안의 추석 연휴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온 첫 주입니다. 한동안은 다시 전화기 너머로 그립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안부를 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책담詩>는 김용택 시인과 나태주 시인의 시 3편과 10월을 노래한 영미시 1편을 담았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소원을 빌던 둥근 보름달이 떠오르는 김용택 시인의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로 출발합니다.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 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추석 성묘길에 엄마 묘지 위에서 우리를 비쳐준 해무리가 생각나는, 소중한 가족에게 전하는 나태주 시인의 <꽃 피는 전화>와 <멀리서 빈다>입니다. 
 



꽃 피는 전화

나태주


살아서 숨 쉬는 사람인

것만으로도 좋아요

아믄, 아믄요

그냥 거기 계신 것만으로도 참 좋아요

그러엄, 그러믄요

오늘은 전화를 다 주셨군요

배꽃 필 때 배꽃 보러

멀리 한 번 길 떠나겠습니다.



멀리서 빈다

나태주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by eunjoo [엄마가 비춰주던, 해무리] 


마지막으로, 깊어가는 가을과 시월을 노래한 시인이자 극작가 클라이브 샌섬(Clive Sansom)의 <October>입니다. 


October

Clive Sansom 


The years slows down. The swallows go,

Leaving our valley far below

Floating in mist. Nests in the eaves

Are empty, the gutters chocked with leaves.


There are berries on the bryony, 

The hawthorn and the rowan-tree;

The squirrel now forgets to swing,

The fieldmouse stops his scampering,

Searching in every hole and rut

For beechmast, acorn, hazelnut.


Even the butterflies are slow

In their brown wanderings to and fro …

And later, frosts will come, to take

The rings and ripples from the lake

And lend her, as those wrinkles pass,

The smooth transparency of glass. 




인디언 크리 족 달력에 10월은 "새들이 남쪽으로 날아가는 달"이라고 합니다. 여름의 무더위가 선선함에서 쌀쌀함으로 변하고 온기가 그리워지는 달, 올 시월에는 사랑하는 이들에게 좀 더 자주 안부를 전해 보면 어떨까요? 지금까지 사서주페어's 책담詩였습니다. 


#김용택 #나태주 #달이떴다고전화를주시다니요 #꽃피는전화 #멀리서빈다 #October  

by eunjoo [우리 집 마당에 찾아온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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