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애릭 와이너, 행운을 준비하는 지혜를 선사하는 철학 에세이

by eunjoo



“지혜롭지 못하면 행복할 수 없다.”


에릭 와이너는 말합니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강연가인 그는 스스로를 철학적 여행가라고 부르는데요. 철학적 여행가로서의 그의 면모를 과감 없이 보여주는 작품이 있습니다. 기행문 형식을 띤 아주 재미있고 명쾌한 철학 에세이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입니다.


소크라테스 급행열차에 몸을 싣고 사상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를 필두로 14명의 철학자를 찾아 떠나는 긴 여정이 담겨 있는데요. “빌 브라이슨의 유머와 알랭 드 보통의 통찰력이 만났다”라는 찬사를 받는 그는 몽테뉴를 끝으로 막을 내리는 이 책에서 열네 명의 철학자를 통해 독자들에게 행복과 지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In Search of Life Lessons from Dead Philosophers>,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여행에서 만나게 될 철학자들은 이미 오래전에 세상을 떠난 사람들입니다. 이는 저자가 그들의 철학적 지혜가 더욱 필요하다는 역설을 펼치는 이유가 되는데요. 무수한 세월 동안 시대와 지역을 초월해서 전해 내려오는 그들의 지혜야말로 철학의 정수라고 주장합니다.


인생에 있어서 행복과 지혜는 과연 어떤 관계일까요? 에릭 와이너는 불가분의 관계라고 단언하는데요. 인간의 존재 의미와 행복한 삶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탐구했던 철학자들의 삶이 담긴 이 책은 독자들에게 행복한 인생이란 무엇인지 스스로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지침서가 될 것입니다.


새벽녘 미국 시카고에서 출발해서 황혼이 질 무렵 프랑스 보르드에서 멈추는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는 1부 새벽, 2부 정오, 3부 황혼으로 나뉘었는데요. 이와 같은 구성에 대해 에릭 와이너는 “그것은 인생에 있어서 유년기와 장년기, 노년기에 견준 것”이라고 2021년 서울국제도서전 작가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인생의 시기마다 그에 맞는 철학적 고민과 방법을 찾아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전혀 문제되지 않습니다. 자신의 고민이나 처한 상황에 해당하는 부분을 읽는 것만으로도 자신에게 필요한 철학적 지혜를 충분히 터득할 수 있는데요. 독자를 위한 작가의 배려가 돋보이는 구성입니다.


에릭 와이너는 첫 번째로 만나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를 “이불 덮은 햄릿”이라고 부르는데요. 삶과 죽음에 관한 깊은 성찰을 담은 ≪명상록≫을 쓴 그도 침대 밖으로 나오기까지 꽤 힘든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에 승차한 독자들은 부담감을 떨쳐버리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음 여정을 시작할 것입니다.


“명백하게 보이는 문제일수록 더 시급하게 물어라.”(p.40) 소크라테스는 당연하고 뻔한 것처럼 보이는 것일수록 의문을 갖고 대답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궁금한 것이 있다면 궁금증이 해소될 때까지 계속해서 질문하는 것이 진짜로 궁금해 하는 지혜라고 피력하는데요. 호기심은 나와 무관한 반면 궁금증은 나와 관련된 것이라는 둘의 차이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호기심은 가만히 있질 못하고 늘 눈앞에 나타나는 다른 반짝이는 대상을 쫓아가겠다며 위협한다. 궁금해 하는 마음은 그렇지 않다. 그 마음은 오래도록 머문다. 호기심이 한 손에 음료를 들고 안락의자에 앉아 편안하게 발을 올려둔 것이 궁금해 하는 마음이다. 궁금해 하는 마음은 절대 반짝이는 대상을 쫓지 않는다. 절대로 고양이를 죽이지 않는다.”(pp.55~56)


“나는 멈춰 있을 때에는 생각에 잠기지 못한다. 반드시 몸을 움직여야만 머리가 잘 돌아간다.”(p.93)라고 이야기하는 루소에게서 걷기의 철학을 배우게 되는데요. 근시가 심하고 수줍음이 많았던 루소는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고 홀로 있을 수 있는 걷기를 선호했습니다. 비단 루소뿐 아니라 걷는 행위는 철학자에게 숨쉬기와 같은 행위인데요. “진정으로 위대한 생각은 전부 걷기에서 나온다.”라는 니체의 말에서 잘 드러납니다.


“보편 법칙을 너무 성급하게 끌어내지 말 것. 특수한 사례를 더 명확하게 들여다볼 것.”(p.120) 유난히 시력이 좋았던 ≪월든≫의 작가 소로는 보이는 것을 눈에 보이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믿는 태도에 대해 경종을 울립니다. 소로는 사물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눈의 각도와 관점을 바꾸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조언을 남기는데요.


소로에게 있어 관점을 바꾼다는 것은 “어떻게”라는 방법적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이라는 목적입니다. 걸으면서 생각하고 눈에 들어온 모든 것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본 루소와 소로가 견지한 철학적 태도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생각할 여유 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갖춰야 할 삶의 태도가 아닐까 합니다.


“삶의 많은 것들이 우리의 통제 바깥에 있지만, 우리는 가장 중요한 것을 지배할 수 있다.”(p.392) 인생에는 스스로 통제 가능한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이 존재한다는 스토아학파의 철학인데요. 노예의 신분으로 태어나 후기 스토아학파의 대표 철학자가 된 에픽테토스는 정신적 자유에 대해 이렇게 강조합니다.


그는 노예란 신분이 아니라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려 하는 정신적으로 부자유한 상태라고 역설하는데요. 에픽테토스는 돈이나 명예처럼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에서 정신적 자유를 느끼며 사는, 즉 정신적으로 자유로운 삶을 사는 것이 행복한 인생이라고 정의합니다.


“꺼져가는 빛에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그 빛이 다른 이들의 삶 속에서 계속 타오를 것임을 믿는 것.”(p.432) 예순이 넘은 나이에 노화에 관한 책 ≪노년≫을 집필한 시몬 드 보부아르는 이야기합니다. 늘 자신의 일을 하고 앞을 내다보는 삶을 살았던 실존주의 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 그녀는 나이 듦의 미학을 일깨워준 마지막까지 아름다운 사람이었습니다.


에픽테토스와 시몬 드 보부아르의 행복과 삶의 지속성에 대한 철학은 미래가 불확실하고 정신이 배제되어 있는 물질만능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고민과 성찰의 시간을 안겨줍니다.


“우리에게는 나이 듦의 문화가 없다. 나이 든 사람들이 절박하게 매달리는 젊음의 문화만 있을 뿐이다. 노화는 질환이 아니다. 병이 아니다. 비정상이 아니다. 문제가 아니다. 노화는 연속체이며, 우리 모두 그 연속체 위에 있다. 우리 모두가 언제나 늙어가고 있다.”(p.440)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에서 만난 세월이 갈수록 풍미가 깊어지는 와인처럼 농익은 철학자들의 다양한 인생을 보며, 철학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고 지혜를 통해 개인을 변화시키는데서 가치를 찾는 학문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데요. 자신이 처한 상황을 헤쳐갈 수 있는 철학적 지혜와 삶의 통찰을 얻는 데 도움이 되는 재미있고 명쾌한 철학 에세이를 찾는다면, 단연코 이 책을 추천합니다.


“우리 삶에는 결코 끝이 없다. 그저 포기할 뿐. 끝마치지 못한 일은 실패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이 세상에 끝마치지 못한 일을 남기지 않고 떠나는 사람은 삶을 온전히 살아낸 것이 아니다.”(p.474)



by eunjoo [브런치 인문학 연재북,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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