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대한 20대의 인식, 도시 인프라를 포기한다고?

포기하면서 얻을 수도 있어

by 글로긍지

글이 본업인 나는 언제 어디서든 인풋(input)을 하는 편이다. 글에 도움이 될 정보나 자원, 데이터를 나한테 입력시킨다는 것인데. 글에는 인간과 세상이 필연으로 담겨있으니, 만사가 인풋 할 거리가 된다.


가만히 앉아서 하는 인풋 중.

책과 소설을 지나 브런치를 포함한 여러 게시글, 그에 달린 댓글도 꼼꼼히 본다. 그중 인터넷은 자유로운 의견이 모여있는 곳이라서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지내는지 쉽고 편하게 알 수 있다.


서울에서 시골로 접어들며 타인의 글을 볼 여유가 늘었다.

그 여유, 어떻게 만들어졌냐면.

약속을 위해 혼잡한 교통편을 알아보는 시간,

도시의 문화생활을 즐기는 시간,

주거와 생활을 고민하고,

공들여 화장을 하거나 옷을 고르는 시간이 사라진 그 빈틈으로 송송 생겼다.


아무튼.

최근에 본 한 게시물과 댓글들이 인상적이었다.


"20대 초반이고 시골로 가서 일을 할 기회가 있는데, 도시의 이점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

의 내용에 갖가지 찬반의견들이 대롱대롱 달렸다.


오호라.

마우스가 멈췄다.

내 친동생도 이러니까.

(시골을 벗어나는 게 꿈인 남동생 하나가 있다.)


시골이 무엇인가!


"낙후되어 있고, 젊은 사람들 적고, 일자리도 많이 없고, 대중교통 불편하고, 배달의 민족 켜면 가게가 몇 개 안 나오고, 코인노래방은 현금만 가능하고, 군. 읍이라고 불리고, 읍내 나가면 비닐하우스가 세워진 밭과 듬성듬성한 주택뿐이고..."


그런 거 아니겠나.


시골도시 막론하고 전국 여러 지역을 돌며 살아본 나로서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 대답한다면.


"거의 맞는 말이야!"


그러나.

난 이렇게 덧붙이고 싶다.


"당신 삶 속의 시골은 당신이 정하기 나름"이라고.

너무 이상적인 말일 수 있지만.


대신 정할 수 있을 정도가 되려면, 경험을 해야 한다.

서울도 도시도 지방도 시골도.

살아보면 결론이 난다.


"어느 쪽이 '나의' 체질인지."


2025년 4월 기준-

서울 인구수는 933만 5,734명.

내가 사는 시골 인구수는 3만 명이 안된다.


어느 정도인지 체감이 될까?


내가 사는 곳에는.

올리브영 없고, 버거킹 없고, 엽기떡볶이 없다.

터미널은 한눈에 다 담을 수 있을 정도로 작다.

쿠팡 로켓 프레시도 배송이 안 된다.

필요한 게 있으면 차를 타고 30분을 넘어가 구입하는 일도 잦다.


하지만,


빼곡한 건물이 아니라 하늘과 들판을 볼 기회가 자주 생긴다.

문득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별도 후하게 보인다.

강제적으로 자극적인 음식을 덜 먹게 되어 건강해진다.

식당, 카페, 매장 하나하나가 소중해진다.

허구한 날 바다나 산을 들른다.


"포기라면 포기지만, 얻을 것도 많으니까."


나는 생각보다 서울에서 소비나 여가생활을 안 하게 되었고, 일하며 글만 쓰게 되었었다.

친구들과 가는 맛집, 핫플, 술집도 점차 돈 아낀다고 안 가게 되었다.

이렇듯 서울의 이점이 내게는 무미건조해질 때도 있었다.

그에 반해 시골이 주는 자연적인 영감을 사랑하게 되었다.


물론 지금도 서울은! 꿈 중 하나다.

찬란한 활기와 화려한 야경? 시골의 들판 못지않게 멋지니까.


예전에 나는 서울 부심도 있었고, 시골 부심도 있었다.

고향 친구들에게 '서울 산다'라고 말하면 괜히 반응이 좋고,

서울 사람들에게 '시골과 친한 척'을 하면 또 그것대로 반응을 즐겼다.


사실 으쓱거리는 부심들은 다 부질없고, 별 것도 없다.


그저 내가 지내는 공간에 만족하며 장점을 찾아 하루하루를 즐기되.

나의 체질인 땅을 찾고,

진짜 체질인지 알기 위해서 경험해 보는 것.

그게 사는 거지.


두려울 건 없다.

당신이 있는 곳은 어디든지 빛날 테니까.

당신이 있기에.



#. 오늘의 드라마 명대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저는 흰고래무리에 속한 외뿔고래와 같습니다. 낯선 바다에서 낯선 흰고래들과 함께 살고 있어요. 모두가 저와 다르니까 적응하기 쉽지 않고, 저를 싫어하는 고래들도 많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이게 제 삶이니까요. 제 삶은 이상하고 별나지만 가치 있고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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