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삶을 살며
예전에는 도시인이 되고 싶었다.
세미 정장을 차려입고, 노트북을 툭툭 두드리다가 업무 관련 전화를 받고, 유익한 회의를 끝낸다.
'고생 많았어요.' 격려 섞인 퇴근.
사람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이것저것 얘기하다가.
정리된 빛으로 둘러싸인 야경을 바라보면서 뿌듯한 미소를 띠워보고.
취기에 비틀거리더라도, 시야를 꽉 채우는 것은 나와 같이 이 도시를 즐기는 사람들.
하루 일과가 끝나면 쾌적하게 꾸며진 집 안으로 들어가.
홀로 서울의 밤을 눈에 담으며 시티 무드 속에 잠을 청하고.
주말 아침이 되면 한강변에서 조깅을 하고.
점심에는 잘 만들어진 샐러드나 샌드위치를 가볍고도 맛있게 먹고.
도시에서 만난 사람들과 인연을 맺어가는.
그러다가 반가운 옛 친구를 만나면,
하루가 지나도 다 못 풀 이야기 주머니를 마구 흔들고는 '시간이 모자라~' 푸하하 웃어버리는.
유니크한 카페는 몇 곳을 가도 또 새로운 곳이 있어서 사진 찍는 맛이 나는.
그게 도시에서 가졌던 꿈이었다.
실상 도시에서 살았을 때는 저런 꿈도 일부 만끽했으나,
퍽 다른 현실이 대부분이었다.
집에 오면 얼굴을 씻기 힘들 정도로 기운이 축 빠지고.
아침에 눈을 뜨면 '이게 맞나' 싶은 업무에 치여 스트레스 더미에 깔리고.
집은 좁고 꿉꿉하고 빨랫감과 쓰레기는 한가득 쌓였고.
카페 메뉴는 비싸서 뭘 시켜야 하나 눈치 보고.
술을 마시면 필름이 끊겼는데 야경은 무슨.
다음 날 숙취와 후회 속에서 흔들린 사진 몇 장 건진 걸 겁이 나게 확인했지.
그래도.
돈을 더 벌면, 자리를 잡으면, 입지가 다져지면 저런 삶이 가능할 것이라고 여겼다.
그랬던 내가 지금은 시골에 있다.
다 이루지 못한 저 꿈은 서랍에 넣어야 했다.
아직 서울에 머물고 있는 평행세계의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가끔 밀려오는 아쉬움이 질척거리기도 한다.
지구의 표면이라는 것은 같은데, 발을 디딜 수 있다는 것도 같은데, 거리의 사람들을 보면 눈코입 붙은 것까지 같은데.
다르다.
사는 사람들의 모양이 다르고, 땅의 역할이 다르고, 경제 구조와 발전의 방향이 다르고, 공기와 소리도 다르다.
나는 시골, 이곳에서 새로운 꿈과 이상을 찾아야 했다.
그리고 그것을 낭만과 관련지었다.
"갑자기? 낭만이 뭔데?"
한때 낭만이 뭔지 고민했었다.
낭만 있네, 낭만적이야. 이런 말은 몇 번 꺼낸 것 같은데 정작 뜻을 설명하라면 잘 모르겠어서.
곧이어 용어를 찾고 고민하며 정리해 나갔다.
"쓸데없는 것 같아도 가슴 뛰는 것."
이라고.
별 거 아닌 것 같은데, 있든 없든 정의하든 말든 사는데 지장을 주지 않는데도, 삶의 이유가 될 수 있는.
이것은 개인과 시대, 상황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해서 사실적으로 정의하기엔 모호할 수도 있으나.
나에게는.
"비싼 고급 샌드위치를 먹지 못해도, 친구와 공터에서 고픈 배 부여잡고 컵라면 후후 불며 웃는 거랄까."
아주아주 별거 아닐 수 있으나, 아주아주 거창할 수 있는 것 같다.
그것의 느낌으로 정하는 것이 낭만.
여긴.
도시보다 고요하고, 한적하며, 즐길 거리는 상대적으로 적다.
그래도.
도로에 거위가 다니기도 하고, 옆을 보면 경운기가 덜커덕 지나가며, 밤에는 자연이 수놓은 별이 보이고, 흙냄새를 맡으며 꽃과 풀이 하루하루 자라는 것을 유심히 바라볼 수 있다.
"어디 멀리 갔나 했네!" 한동안 보이지 않으면 걱정해 주시는 편의점 사장님도 계신다.
맑은 공기와 시골 정취를 에너지 삼아 글을 쓸 수 있다.
자연이 가까이 있다는 기쁨을 알고, 여유와 적막의 존재를 크게 느끼며, 지역사회에서 있을 법한 갈등을 멀리에서 듣고, 매일 가던 똑같은 카페에 정을 붙인다.
가족과 먹는 단출한 집밥은 평화로움과 삼킨다.
"어디에나 꿈은 있었고, 현실은 있는 중이고, 낭만은 내 마음속에 있는 게 아닐까."
결국,
인생은 꿈, 현실, 그리고 낭만.
이 삼박자의 종합으로 내가 길을 지어가는 것이려나.
꿈과 현실의 괴리가 커서.
구름같이 뜬 낭만 앞에서 방황해서.
괴로워했었기에 이 글을 두서없이 적어 내려갔다.
정답은 내가 쥔 것이니까.
도시의 삶이든, 시골의 삶이든.
다 사랑하려고 한다.
내가 그렸던 상상과, 피부 표면으로 느껴졌던 감촉들을 다.
언제, 어디에서나.
#. 오늘의 드라마 명대사 <조명가게>
"이거 깨지면 어떻게 돼요? 여기서 살게 되나요?"
"어디든 사람사는 세상 아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