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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애취애 Jun 15. 2022

내가 좋아하는 사람 = 내가 되고 싶은 사람

2-4  내가 좋아하는 사람 = 내가 되고 싶은 사람

짧은 인연이었지만, 내가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 딱 4번만 본 사람도 있고, 얼굴을 커녕 목소리도 들어 보지 못한 사람도 있다. 카리스마 넘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들의 어떤 에피소드가 내 마음을 끌었다. 내가 어디에 끌리는 가는 중요하다. 그것을 잘 정리하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의 모습을 그릴 수 있다. 


6명이 생각나는데, 만났던 시간 순으로, S, K1, J1, Y에 더해 사촌동생 K2와 직원 J2다.  


J1은 연기-발음&발성 코치다. 일주일에 한 번, 한달 수강했으니 딱 4번 봤다. 코칭 중에 본인의 목소리를 찾아 갔던 과정을 이야기해 주었다. 연기에 뜻이 있어 발음 발성을 공부했는데, 아무리 해도 자신이 원하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몰라 한참을 헤맷다고 했다. 몸안의 근육과 목소리는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어디 근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결국 숭모근의 문제였다는 것을 파악하고 2년에 걸쳐 숭모근을 원하는 만큼 없애 문제를 해결했다고 했다. 


Y는 얼굴도 모르고 목소리도 들어본 적이 없다. 이 분은 사업을 무척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사업을 어떻게 하는 지를 몰랐고, 사업이 뭔지를 배울 수 있는 곳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포스코 창업스쿨을 발견했다. 그런데 이곳은 모든 지원자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선발과정이 있었다. 떨어지는 게 두려웠던 Y는 조언해 줄 수 있는 포스코 창업스쿨 경험자를 인터넷에 찾다가, 내 메일 주소를 보고 내게 연락했다. 갑자기 불쑥 메일 보내서 죄송하다는 말부터 시작해서 자기가 왜, 어떤 목적으로 이런 메일을 쓰게 되었는지 장문으로 설명하고 식사 대접을 할 테니, 만나서 조언을 해 달라고 했다. 만나고자 한 것은 본인의 진정성을 표시하고 자기 얼굴을 공개할 테니 본인을 신뢰해 달라는 의사였다고 본다. 


그 메일을 보고 나는 한 2% 정도는 무서웠다. 갑자기 웬 여성이 불쑥 나타나 나랑 밥먹자고 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때 내가 한국에 없어서, 만나는 것이 불가능하니, 줌으로 대화하자고 했다. Y도 오케이 했다. 그러다 Y에게 메일이 와서 메일로 상담하면 안 되겠냐기에 나도 좋다고 했다. 신뢰 관계가 형성되었다면 이 정도 상담에 굳이 얼굴 보고 할 필요까지 없다는 게 서로의 인식이었다. 그래서 메일를 주고 받으며 아이템이나 사업 계획서를 작성하는 예를 설명하고 내가 작성한 샘플도 보내주고 하며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들을 했다. Y는 결국 원했던 대로 포스코 창업스쿨에 합격해 입학했다.


J1과 Y뿐만 아니라 S도 그렇고 K1도 마찬가지였다. 내 기억에 남는 사람들은 자기 문제를 인지하고 그 답을 찾기 위해 탐색하고 시행착오 통해 수정하며 그 목표를 향해 나아 갔다. 


사촌동생 K2는 일본에서 유학중인데, 역사 공부가 꿈이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대학원 진학을 목표했는데, 처음에는 잘 안되었다. 그래도 동생의 꿈은 변함 없었다. 방법을 조정해 가며 도전을 반복했다. 마치 화성을 목표를 향해 날라 가는 로켓 우주선이 목표에 변동없이 궤도를 조정해 가며 최적의 루트를 찾아 가는 것처럼 역사 공부라는 꿈은 변함없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수단을 변경해 가며 도전했다. 결국 입학에 성공했고 나는 전화를 걸어, “네가 자랑스럽다”고 말해 주었다. 합격이라는 결과도 기뻤지만, 그 과정에서 나타난 동생의 자세가 훌륭해 보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처음으로 뽑은 직원 J2는 20살이다. 계약기간이 끝나고 퇴사일에 함께 식사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학 입학을 앞둔 J2는 보컬 트레이닝을 받고 싶다고 했다. 취미로 노래를 부르고 싶은 이유도 있는데 목 아픈 것을 고치고자 하는 의도도 있다고 했다. 사람들이 자기 목소리를 들으면 항상 화난 것 같다고 했고, 자기도 말을 하면 목이 아프다고 했다. 그래서 보컬 트레이닝을 통해 자기 목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했다. 


만약 J2가 병원에 갔다면, 의사 선생님은 목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을 지도 모른다. 발음 발성 코치 J1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그 문제는 병이 아니라 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특정 근육들이 뭉치고 그 결과로 화난 목소리와 목통증이 유발된 것이다. 발성 근육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는 보컬 트레이닝은 어쩌면 정답일 수 있다. 학교를 막 나온 20살은 자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의 선택 어쩌면 최고의 선택을 했는 지도 모르겠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문제를 잘 인지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수단을 동원하며 목표를 이룰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자기가 원하는 바가 뭔지를 알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몸부림을 치며, 방법이 없는 곳에서 방법을 찾으려고 했다. 나는 그런 사람들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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