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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애취애 Jun 28. 2022

내공이 쌓이는 직업

4장 행복연습 (4-1)

내공이 쌓이는 직업이 있는 것 같다. 나는 모든 직업에 내공이 쌓인다고 생각했다. 당연하고 상식적이다. 운동 선수와 같이 나이를 먹으면서 운동 능력이 퇴화되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하면 할수록 노하우가 늘고 실력이 는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 경험에 기반한 생각이다. 연구자의 실력은 논문의 생산성으로 평가된다. 대학원 석박사 과정은 논문을 쓰기 위한 훈련 단계이다. 석사는 2년 동안 석사논문 1편을 쓴다고 생각하면 된다. 박사는 1년에 1편을 쓰면 조금 아쉽다. 2개를 목표로 해야 한다. 박사 수료하면 1년에 3개쯤이 목표가 된다. 지도교수님 같은 경우에 가장 많이 쓴 해가 10개정도였다고 한다. 연차를 더할 수록 생산성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래서 논문 찍어내는 능력으로 본다면, 2년간 석사 졸업생 20명이 20편의 논문을, 박사과정생 1명이 4개, 박사수료는 6개, 정교수는 20개의 논문을 생산할 수 있다. 거기에 논문의 질 등을 생각하면 그 격차는 더 벌어진다. 문장부터가 다르다. 그러니 정교수 1명을 고용하는 게 박사 막 딴 연구원 1명 고용하는 거 보다 3-5배는 낳다. 그렇다고 정교수 연봉이 연구원 연봉의 5배가 넘는 건 아니니 가성비도 좋다.


연구부정 등으로 사고가 터져 학교의 연구비가 삭감되면, 말단 연구원부터 짜른다. 연구원 3-4명보다 정교수 1명이 생산성이 훨씬 낳기 때문이다. 양과 질에서 정교수가 모두 좋다. 


유명한 스타트업 대표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다. 회사 구성원이 자기 포함 12명이라고 한다. 자기는 임원들에게 너희들까지는 괜찮다고 말한다고 했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말단 직원들부터 자르니, 임원들 너희 차례까지 설령 오겠냐는 표현이었다. 스타트업에서 대표가 가장 회사일을 잘 안다. 그 다음에는 첫 번째로 채용된 직원이다. 그 다음에는 두 번째로 채용된 직원이다. 이런 순으로 간다. 그래서 회사일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대표이고 회사 일을 제일 모르는 사람이 신입직원이다. 회사가 어려워져 감원을 해야 한다면 당연히 신입부터다. 나는 이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연차가 경쟁력이다. 


그런데 이해가 안 되는 경우가 대기업의 감원이다. 임원이야 개인 실적대로 평가 받는 자리이니 그렇다 치고, 회사가 어려우면 왜 부장, 차장이 감원 대상이고 더 가면 과장이고, 대리급이나 평사원급이 감원 대상이지 않은 게 이상하다. 부장이 생산성이 차장의 몇 배이고, 차장의 생산성이 과장의 몇 배이고, 과장의 생산성이 대리의 몇 배라고 생각하는 게 정상적인 사고방식이다. 하위 직급보다 생산성이 좋기 때문에 승진하는 거다. 그래서 더 많은 연봉을 받는 거다. 당연히 회사가 어려우면 생산성이 좋지 않은 하위 직급이 밀려나는 게 내 상식이다. 


전쟁터에서 포위되어 전멸의 위기에 빠진 부대에서 사람을 빼 내야 한다면 당연히 베테랑부터다. 다음 전투를 생각하면, 오래 살아남은 사람부터, 높은 직위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사람부터 빼 내서 전력을 보전하고 다음 전투에서의 승리를 기약해야 한다. 책임이라는 측면에서 리더가 마지막까지 남아 운명을 함께 할 수도 있지만, 대기업에서의 감원은 책임을 묻기 보다 생산성이 떨어져서 밀어 내는 느낌이다. 그런데 생산성이 떨어지는 사람을 왜 승진시키고, 왜 그 자리에 계속 머물게 했던 건지, 나는 경험이 미천해 알 수 없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자신을 존중해야 한다. 그리고 타인도 자신을 존중해야 한다. 직업 중에는 그 업계에서 살아만 있어도 내공이 쌓이는 업종이 있다. 연구가 그렇고, 듣기로는 기획이나 마케팅도 그렇다고 한다. 오래 있으면 베테랑으로 존중 받는다. 그렇기에 내공이 쌓이는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 내 눈에는 거의 모든 직업이 그런 것 같다. 하면 할수록 내공이 쌓이는 거다. 그렇지 않은 직업을 찾기가 힘들다. 내공이 쌓이지 않는 업을 억지로 찾아내야 한다면, 단순 노동이나, 메뉴얼대로만 하면 되는 직업이다. 정량적 평가가 무척 힘든 직업도 그렇다. 


어느 스타트업 대표님이 말했다. 부자가 되려면 회사의 성장과 함께 돈 버는 직업(직장)을 선택하라고 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메리트가 있다는 의미의 말씀이었지만, 스타트업 말고도 자동차 영업 사원이나 보험 영업 사원처럼 계약 건수나 액수가 바로 보이는 세계에서는 실적을 짜내서 퇴출되지 않고 버틴다면 그것만으로 능력 있는 사람이다. 


그렇게 보면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망하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다. 창업 스쿨 교수님이 스타트업을 “내일 망해도 이상하지 않은 기업”으로 정의하셨고, 기적이란 “사업하면서 자기 밥벌이 하는 것”이라고 했다. 두 문장, 모두 동의한다. 여기서는 버티고 있는 것도 능력이다. 어쩌면 망하는 것도 능력일지 모르겠다. 


사업에서 성공하기까지 평균 창업 회수는 2.7회다. 이 수치는 사업을 하면서 경험치가 축적된다는 반증이다. 2번 정도 망하면 3번째는 성공할 확률이 크게 높아진다는 거다. 내공이 쌓이는 거다. 


어느 업계 2,3위 하는 스타트업의 IR자료를 본 적이 있다. 그 회사 대표님 프로필에는 자기가 사업하다가 3번 망했다고 적혀 있었다. 3번 망한게 내세울 만한 자랑거리라는 거다. 그런데 이걸 보고 웃을 수 없는 게, 그런 사람이 대부분이다. 처음에는 거의 대부분이 성공하지 못한다. 처음 창업해서 성공하는 게 희귀한 케이스다. 한, 두번 쯤은 자기 아이템 말아 먹고 나면, 그 다음 할 때는 더욱 빠르고 더욱 효율적으로 성공으로의 길을 향해 달려간다. 3번 망하고 4번째 사업을 하고 있다는 건, 내공이 쌓여 이제 성공할 때가 되었다는 소리다.


내공이 쌓이는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 처음에는 힘들 수 있다. 신입이라서 아는 것도 없고 베테랑 레벨은 저 하늘만큼 높아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중이 되면 갈수록 쉬워진다. 자신의 내공-경험치가 쌓여, 후배들이 자신을 추월하기 쉽지 않다. 앞만 보고 달리면 된다. 그러면 언젠가 존중 받는 베테랑이 되어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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